'한동훈 비대위' 가닥?…나경원 "지금이 우리가 제일 힘든 때"
입력 2023.12.17 00:10
수정 2023.12.17 00:15
16일 이민찬 개소식 현장 축사에서
英 처칠 '다키스트 아워' 발언 인용
"많은 분들이 비대위원장 어떻게
되느냐며 걱정하지만…좋아질 것"
총선을 불과 4개월 남겨두고 '당대표 공석'의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비상대책위원장 추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지금이 우리가 제일 힘든 때"라면서도 "앞으로 모두들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16일 강원 춘천 동면 장학리에서 열린 이민찬 국민의힘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 이거 어떻게 되는 것이냐, 비대위원장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공관위원장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하면서 걱정한다"며 "지금이 우리가 제일 힘든 때"라고 규정했다.
"지금이 우리가 제일 힘든 때"라는 나 전 원내대표의 발언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이 2차대전 시기에 주변에 자주 말한 것으로 알려진 'The Darkest Hour(지금이 가장 어두운 시간)'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원내대표는 평소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전 영국사학회장)의 영국사·영국 보수당사 관련 서적을 애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칠 전 수상의 'The Darkest Hour'은 영국이 노르웨이 전역에서 나치 독일에 패퇴하고 프랑스가 전격전에 직면해 네빌 체임벌린 당시 수상이 사퇴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를 전후해 언급됐다. 가장 어려웠던 상황에 '지도부 공백'이 발생했지만, 영국은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나치 독일에 맞서 끝내 2차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나 전 원내대표의 발언은 오히려 희망적 기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나 전 원내대표는 지금 상황을 "우리가 제일 힘든 때"라고 규정한 직후 "앞으로 모두들 노력하고 움직이면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13일 김기현 전 대표가 전격 사퇴한 이래, 국민의힘 당대표 공석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독자적인 정치적 존재감이나 득표력이 없는 지도부를 세웠던 것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비롯해 현 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 없는 인물'이 당 이끌었던게 위기 원인
與 주류, '한동훈 비대위' 추대 공감 형성
18일 연석회의서 결단 촉구 기류 만들 듯
'韓 비대위'시 羅 역할·영역도 확대 관측
이에 차기 비대위원장으로는 '표가 있는 인물'들이 0순위로 거론되는 가운데, 당내 주류·지도부에서는 범여권 차기 대권 지지율이 가장 높은 한동훈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전날 비상의총에서는 결론을 못 냈지만, 내주초인 18일에는 총선에 실제 출마할 원외당협위원장들까지 모아 연석회의를 열어, 마지막 관건인 한 장관 본인의 결단을 촉구하겠다는 로드맵이다.
독자적 득표력이 있는 나 전 원내대표도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지만 "(비대위원장 요청이 오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사양했다. 그러나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 수립시 나 전 원내대표도 역할과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동훈 장관은 서울법대 92학번이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82학번이다. 서울법대 후배가 당을 이끄는 셈이 된다. 79학번 선배인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를 설정해야 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한 장관은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정당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아 바로 전국단위 선거를 지휘하고 각지의 후보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이 때 선거 경험이 많고 당내 '지상전의 1인자'로 꼽히는 나 전 원내대표가 한 장관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영역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지도부 공백 상황에서 이미 나 전 원내대표는 각지의 출판기념회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러브콜'이 한창이라 사실상 지도부급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날도 나 전 원내대표가 개소식 현장에 도착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경원 나경원" 연호가 울려퍼지고 악수를 청하는 청중들이 쇄도해, 한동안 내빈석 착석을 못할 정도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확실히 우리 당에서 지상전, 어디에 가서 연설과 스킨십을 통해 우리쪽 사람들을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시키고 지지를 끌어내기로는 단연 나경원 전 원내대표"라며 "그것을 지금 당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나 전 원내대표 하나"라고 단언했다.
나경원 "용기·소신 있게 얘기하는 '초선
다운 초선' 될 새로운 사람 들어와야"
이민찬 "羅, 앞장서 싸웠더니 제일 홀대
그러면 앞으로 누가 앞장을 서겠느냐"
이날 개소식 축사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당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사람'의 조건을 제시하며,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민찬 예비후보에게 한껏 힘을 실었다. 이 후보도 나 전 원내대표가 문재인정권 적폐청산 광풍 시절 당시, 보수 진영의 구심점으로 앞장서서 싸웠던 점을 상기시켰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는데, 새로운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며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민심을 있는 그대로 실천하려는 부지런함과 노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민찬 후보가 반드시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우리 지역 동작을이 힘들기도 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다니는데 춘천 여기를 찍어보니까 왕복 네 시간 반이더라"면서도 "정말 이번에는 국회에 들어와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가져왔으면 하는, 젊은 사람 중에서도 당에 용기 있게, 소신 있게 얘기를 좀 했으면 하는 이민찬 후보이기에 당연히 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나아가 "초선이 초선답지 않으면 우리 당이 죽는다"며 "초선다운 초선,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초선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이민찬"이라고 치켜세웠다.
1985년생으로 철원초·철원중·철원고를 나오고 이른바 '조국 국회 무제한 기자간담회' 당시 채널A 정치부 기자로 현장을 지켰던 이민찬 예비후보는 "내가 처음 정치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게 '조국 사태' 때"라며 "그 때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아 엄혹했던 문재인정권에 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에서 가장 앞장서서 싸웠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나니 제일 홀대받고 있다. 앞장서서 싸웠더니 뒷전으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그러면 앞으로 누가 앞장을 서겠느냐. 그래서야 되겠느냐. 안되지 않겠느냐. 나는 나 전 원내대표처럼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으면 차후에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도 물러서지 말고 싸워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