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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은 왜 비대위원장이 될 수 없을까 [기자수첩-정치]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3.12.16 00:00
수정 2023.12.16 00:50

'김기현 체제' 붕괴 원인 '수직적 당정관계'

3·8 전당대회서 김기현 낙점했던 尹대통령

나경원 비대위원장 되면, 과오 인정 딜레마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체제' 붕괴 근본 원인은 수직적 당정관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결정했고,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할 비대위원장을 선임해야 한다. 새 비대위원장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청산할 수 있으면서도, 수도권 선거를 잘 알아야 하며,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것이 당 안팎 중론이다.


새 비대위원장의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떠오른다. 나 전 원내대표는 정통 보수세력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다선 의원 출신이며, 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 당정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비대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과의 교감 하에 선임될 것을 가정하면, 유감스럽게도 나 전 원내대표는 후보군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 전 원내대표 본인도 비상대책위원장 요청을 가정해 수락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일까.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윤심(尹心)은 김기현 전 대표를 낙점했다.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한 친윤계는 윤심을 바탕으로 김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이 과정에서 '안철수·나경원 찍어내기'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나 전 원내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종용하기 위해 친윤계가 주도한 '초선 연판장'은 당내에서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만약 이제 와서 나 전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앉힌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나경원'이 아닌 '김기현'을 낙점했던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는 딜레마를 안게 된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나 전 원내대표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는 "비대위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15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윤석열 정부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 문제가 수직적 당정관계에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향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이다.


사실 나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중요치 않다. 단지 국민의힘이 바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국민 시선이 새 비대위원장을 향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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