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신학림, 청탁금지법 위반 성립…1억6500만원 청탁대가 인정될 듯" [법조계에 물어보니 235]
입력 2023.09.16 06:13
수정 2023.09.16 07:41
검찰, 압수물 포렌식 지연 탓에…1억6500만원 '청탁 대가'로 입증할 증거 확보 못 해
법조계 "신학림, 언론인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상 금품 수수 금지…구체적 대가관계 필요 없어"
"책값으로 상식선 넘는 금액 제공…계약금 먼저 주고 잔금 치르는 거래 방식도 이상해"
"두 사람 간 공모 여부 먼저 밝혀야…실제 책 가치 어느 정도인지, 김 씨 외 판매경로·가격도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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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간 1억6500만원을 '청탁 대가'로 입증할 만한 직접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당시 상황을 보면 신 전 위원장이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금품을 수수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가 관계가 없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성립된다"며 "지금까지 나온 간접 증거만으로도 1억6500만원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법원이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김 씨의 인터뷰 청탁에 따른 금전 거래를 '도서 판매 대금'으로 꾸민 것으로 의심하고 계약 경위 등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김 씨는 이 돈이 신 전 위원장이 집필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혼맥지도) 3권을 구입한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혼맥지도는 한국 사회 정계와 재벌, 언론의 혼맥을 정리한 책으로 신 전 위원장이 약 10년에 걸쳐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0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 탓에 인쇄소 제본이 불가능해 정식 출판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찰은 김 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에 1억6500만원이라는 거금이 오갔고, 신 전 위원장이 대통령 선거 직전 언론사에 녹취록을 넘기는 등의 정황에 비춰볼 때 이번 사건이 여론조작을 위한 의도적인 보도였다고 의심한다.
다만 검찰은 압수물 포렌식 지연으로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돈을 '청탁 대가'로 입증할 만한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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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전문가들은 현행 청탁금지법 위반의 경우 구체적인 대가 관계가 드러나지 않아도 성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신 전 위원장은 언론인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상 금품 수수가 금지되지 않느냐. 대가 관계는 필요 없고 직무 관련성만 있으면 되는데 이게(직무 관련성) 있느냐는 건 추상적으로 본다"며 "당시 상황을 보면 신 전 위원장이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금품을 수수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가 관계가 없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은 성립된다. 따로 직접적인 증거 같은 건 필요 없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직접 증거를 찾고 싶어서 압수수색을 한 것인데 지금까지 나온 간접 증거만으로도 1억6500만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법원이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책값이 1억원이 넘는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상식선을 넘는 금액이 주어진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에서 정하고 있는 대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처음에 계약금으로 300만원을 주고 이후 잔금을 치렀다는데 책값을 저런 식으로 주는 것도 이상하다. 아마 인터뷰 계약금 및 잔금 같다"고 분석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먼저 두 사람 간 공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각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및 디지털포렌식이 진행되고 있으니 이를 통해 공모에 대한 증거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책에 대한 가치평가 문제도 있다. 사실 예술품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책을 1억6500만원 주고 사지는 않는다"며 "실제 그 책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김 씨 외의 판매 경로 및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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