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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주도권, 배터리와 함께 ‘이것’이 잡는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3.08.16 06:00 수정 2023.08.16 06:00

주행 성능, 안전 성능, 정숙성, 실내 상품성 등 종합적 품질 결정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 적용해 비용, 시간 효율성 제고

현대차 E-GMP. ⓒ현대자동차

전기차를 판매하는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배터리 성능과 함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떠오르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의 플랫폼이 주로 생산 과정에서의 효율성에 집중됐다면, 전기차에서의 플랫폼은 차량 자체의 성능, 공간배치 등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무기로 역할이 더 커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 플랫폼을 중점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플랫폼은 파워트레인,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의 핵심 구성요소를 갖춰 놓은 전용 차대를 의미한다. 차량의 기본이 되는 구조물로 주행 성능, 안전 성능, 정숙성, 실내 상품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품질 수준을 결정한다.


전기차 플랫폼은 한 번 개발해 놓으면 크기나 성능별로 다양한 차급에 맞게 변형이 가능해 경쟁력 있는 전기차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일수록 전기차 라인업 구축에서도 유리하다.


현대자동차는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해 2021년부터 상용화시켰다. E-GMP는 긴 주행거리와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구조로 휠베이스를 자유롭게 늘릴 수 있다. 또 차급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다르게 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춰서 고객 맞춤형 전략에 최적화돼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E-GMP는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6에도 적용됐다.


현대차는 2025년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eS’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eM은 전기 승용차 차급, eS는 PBV 전용 플랫폼으로 두 플랫폼은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전 차급 구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부품 공용화 범위를 기존 플랫폼보다 크게 넓힌 것이 특징이다.


GM은 하드웨어 ‘얼티엄’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로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GM 산하 모든 브랜드에서 새로 출시하는 전기차 모델들은 이 플랫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얼티엄은 대형 파우치 형태의 셀을 배터리 팩 내부에 가로 혹은 세로로 배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구조로 설계돼 세단, SUV, 상용차 등 다양한 형태의 차량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GMC 허머EV와 캐딜락 리릭을 시작으로 쉐보레 실버라도 EV, 이쿼녹스 EV 등에도 적용된다. 클라우드 기반의 진화형 소트프웨어 플랫폼 얼티파이 (Ultifi)는 사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연동을 통해 무선으로 차량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GM 얼티엄 배터리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GM

하이브리드차로 정평 난 토요타도 플랫폼 ‘e-TNGA’를 개발해 전동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토요타는 e-TNGA를 처음으로 bZ4X에 탑재했으나 2026년에는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할 방침이다. 토요타는 플랫폼 레이어, 전자플랫폼, 운영체제(OS)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듯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용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차량 개발 효율성’이 자리하고 있다.


복잡한 구조의 엔진룸을 가진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전기차는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평평하게 배치할 수 있다. 이런 구조이기에 배터리 용량이 달라져도 하나의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표준화하면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단순히 구동·내장 장치를 지탱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차량의 성능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의 무게와 진동을 견디는 강성이 중요하지만, 전기차의 모터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진동이 적어 강성보다 경량화가 더 중요하다. 플랫폼을 가볍게 해서 무거운 배터리팩으로 더해진 무게를 상쇄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또 가격 경쟁력에서도 크게 기여를 한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개발하기에 공용 부품의 비중도 늘어나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 외에도 생산 효율과 품질 향상, 신차 개발에 필요한 비용·시간을 절약 등에도 이점을 갖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경쟁은 전기차 중심으로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센서 등 정밀한 작업을 요하는 장치들과 실시간으로 장시간 작용돼야 하는 자율주행 시스템 특성상 많은 전력을 공급해 줄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가 필수여서다. 고용량 배터리 탑재 공간은 전기차 플랫폼으로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자동차는 운전보다 영화감상·수면 등이 가능한 주거공간에 가까운 환경으로 조성된다. 이 역시 평평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전기차에 유리한 부분이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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