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통일부…유연해질까 부작용 겪을까
입력 2023.07.29 06:00
수정 2023.07.29 06:00
80여명 감축 예정
국면 전환 시 기민한 대응
어려울 거란 지적에
업무 효율성·유연성 강조
지난 4월 조직개편을 단행했던 통일부가 넉 달 만에 또다시 재정비 나선다.
경색된 남북관계,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위'로 블록화되는 국제정세 등을 고려해 정책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고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무게중심을 새롭게 잡고 군살 빼기에 나서 효율성과 유연성을 모두 거머쥐겠다는 취지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대화·교류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국제정치적으로도 미중 간 대립·갈등 이런 제반 국제정치 상황 때문에 통일부도 남북관계, 국제 상황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 차관은 "남북 대화·접촉·교류가 거의 제로 상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관련 조직의) 대폭 감소, 통폐합 필요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감축되는 인원은 80명 중반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와 소속기관 정원이 총 610명인 만큼 약 14%가 감축되는 셈이다.
일례로 국장급 기구인 △본부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와, 실장급 기구인 △남북회담본부 등 총 4개 조직이 국장급 1개 조직으로 통폐합될 전망이다. 자연스레 실장급 자리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또 다른 실장급 기구인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도 지위 격하 및 감축이 검토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하나원도 좀 검토하고 있다"며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탈북민 급감으로 하나원 업무가 줄어든 데다 통폐합이 이뤄지는 다른 조직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비슷한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하나원이 국장급 기구 등으로 강등될 경우, 최소 2개의 실장급 좌석이 증발되는 것이다.
'1급 직원' 6명 사직서 제출
장관 직속 납북자대책반 신설
문 차관은 현 통일부 1급 공무원 6명 가운데 개방직 1명을 제외한 5명에게 사직서를 제출받았다고도 했다. 최근 물러난 대통령실 1기 통일비서관까지 포함하면 1급 인사 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이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몇 명이 통일부를 떠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 차관은 "앞으로 어느 선에서 (사표를) 수리할지는 김영호 장관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통일준비 △대북 정보 분석 관련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특히 정보 분석 역량과 관련해선 국가정보원·국방부에 비해 정보 수집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부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분석력을 갖추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의 경우 16개 정보 부서가 있다"며 "각 분야 정보를 (취합해) 보완한다. 통일부만의 고유한 정보 분석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당국자는 "수용소가 됐든 저희(통일부) 관심사항에 대한 정보 분석 능력을 키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국내외 정보 커뮤니티와도 업무 협조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차관은 신임 장관 직속 기구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담당하는 '납북자대책반'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영호 장관이 (대책반 신설을) 엄청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조직개편으로 향후 정세 변화에 기민한 대응이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고, 내년 미국 대선 등을 계기로 북한 대외노선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조직 축소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10명이면 일 못하고, 50명이면 일 잘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직원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