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남북, 냉전에서 포스트 탈냉전까지 [정전 70년③]
입력 2023.07.28 07:00
수정 2023.07.28 00:53
韓, 25개국 인사 초청해 기념식
北, 中·러 대표단 불러 기념행사
한반도 배경으로 뚜렷해지는
'한미일 對 북중러' 구도
한국은 27일 6·25 전쟁 정전 70년을 맞아 22개국 유엔참전국 대표단과 체코·스위스·폴란드 등 중립국 감독위원회 대사 3명을 포함한 총 25개국 인사들을 초청해 부산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같은날 북한은 자칭 '전승절'을 기념해 중국·러시아 대표단을 불러들여 자정을 기해 경축행사를 열었다. 북한은 6·25 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일컬으며,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해 왔다.
한국이 자유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 의지를 재확인한 날, 북한은 권위주의적 가치에 공감하는 국가들과 밀착한 셈이다.
대다수 국제정치학자들은 '포스트 탈냉전'을 규정할 새로운 국제질서가 지금 형성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미국이 주도해 온 기존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러시아 등이 '다극질서'를 추동하며 세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60년 전처럼 '완벽한 단절'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세계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던 당시 정반대의 선택을 했던 남북이 또 한 번 평행선을 긋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반도로 중심으로 뚜렷해지는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가 이를 증명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관련 흐름을 '신(新)냉전'으로 규정하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대국들이 차기 국제질서 주도권을 두고 한반도에서 힘겨루기에 나서면 그 피해는 남북이 고스란히 떠안을 거란 주장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적 가치를 토대로 형성된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서 전례 없는 번영을 이룩한 한국으로선 '현상 유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평가다.
'현상 변경'을 꾀하는 중국은 물론, 규칙을 비틀어 자국 이익만 취하려 드는 미국에도 규칙 준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에 편승해 운신 폭을 넓히고 있는 만큼, 긴 안목에서 남북관계를 재설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헌법 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대전제로 대북 접근법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돼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관측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1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이제 우리는 헌법 제4조에 명시된 분명한 가치와 원칙에 따라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우리 주도적으로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특히 지금처럼 국제정치 질서가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양분되는 상황에서는 분명한 자유의 가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구해 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통일은 국운 융성의 기회이자 자유의 전 세계적 확대를 위해 우리 국민이 추구해야 할 세계사적 소명"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