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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연패·승점0’ 대한배구협회에 쏟아진 질타…우선 과제는?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3.07.04 09:57
수정 2023.07.04 09:59


ⓒ대한배구협회

“어렵게 살린 여자배구다.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들이 더 살려주길 바란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끈 ‘배구 여제’ 김연경이 대표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남긴 응원이자 부탁이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펼쳐진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마지막 경기에서 폴란드에 0-3(23-25 18-25 16-25)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함께 했던 스테파니 라바리니 전 감독(현 폴란드 감독)이 지켜본 가운데 대회 역사에 남을 굴욕을 뒤집어썼다.


튀르키예, 브라질에서 열린 1·2주차 일정에 이어 국내에서 열린 3주차 일정에서도 모두 져 올 시즌 대회를 12연패로 마쳤다. 2년 연속 1승이 아니라 승점1도 따내지 못하며 대회 27연패 늪에 빠졌다.


도쿄올림픽 이후 세계랭킹 14위까지 올랐던 여자 배구대표팀은 VNL 굴욕 속에 35위까지 추락했다. “세계 수준과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남자 배구대표팀의 세계랭킹(33위)보다 낮아졌다.


이쯤 되니 대한배구협회를 비롯해 각종 배구 관련 게시판에는 참담한 성적에 실망하고 분노한 팬들은 ‘임원진 사퇴’, ‘감독 경질’ 등의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지켜본 뒤 대한배구협회 오한남 회장은 “대단한 성과다. 반짝 성과나 인기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 협회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국민들께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바람대로 팬들의 관심은 국민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커졌지만, 성적은 마치 반비례하듯 곤두박질쳤다. 김연경-양효진 등 베테랑들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직후 세대교체 과도기라고 하지만, 지난해 이어 이번에도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은 진정한 팬들의 인내심마저 무너뜨렸다.


“국제 배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지도자들이나 선수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절실하지만 당장 바뀌기는 어렵다.


‘몸값 거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V-리그에서 여자 선수들이 받는 연봉(평균 1억5000만원)은 높다. VNL에 출전한 국가대표 주전급들 연봉이 2~4억원 사이에서 형성된다. 지금의 성적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김연경 등 선배들 말대로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해 더 넓은 곳에서 ‘선진 배구’를 배워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모험을 시도할 필요가 없는 구조다.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시급한 것은 국가대표팀 지도자 교체다. 팬들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만큼 지도자 경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VNL 전패로 최악의 순간을 경험한 상태에서도 세사르 감독은 ‘투잡’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부터 튀르키예 프로팀 바키프방크를 지휘했고, 최근에는 프랑스 클럽 감독으로 선임됐다. 대표팀 선수들이 ‘명예회복’을 노리며 5월초 소집됐을 때도 세사르 감독은 클럽팀 일정으로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세사르 감독은 지난달 26일 “두 개의 팀을 이끄는 것에 대해 대표팀 보다는 구단이 불만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 “전술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공감하기 어려운 말만 내뱉고 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자세가 아니라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혀를 찬다. 부임 후 1승28패에 그친 형편없는 성적에 대한 책임은 물론이고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세사르 감독에게 더 시간을 줄 필요가 있겠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준비해야 할 대회가 많지만, 이런 자세를 견지한 세사르 감독과의 동행이 얼마나 큰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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