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북한 위성, 건져올리면 알 수 있는 것들은…
입력 2023.06.03 07:00
수정 2023.06.03 07:00
3일째 일부 동체 인양 작업 이어져
軍 "추가 발견된 잔해물 없어"
北위성 엔진, 화성-15형 ICBM에
적용된 러시아 엔진으로 추정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추락을 만회하기 위한 재발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군 당국은 지난 수요일 서해상에 떨어진 일부 동체를 인양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 당국은 2일 인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어청도 서쪽 약 200㎞ 일대 수역에 해군 잠수함 구조함 청해진함(ARS-21)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인양 장비 등을 갖춘 청해진함은 지난 2012년 발사된 북한 '은하 3호'의 잔해물 수거 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우리 군이 인양을 시도 중인 일부 동체는 직경 2~3m, 길이 15m가량으로 파악됐다. 북한 위성 총길이가 30여m로 추정되는 만큼, 절반가량의 잔해물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75m 깊이에 가로로 누워있어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일(3일)쯤 완료될 수 있겠지만, 상당히 고난도여서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위성은 1단체 연소 과정에서 정상궤적으로 비행하다 2단체 작동 후 비정상 비행 끝에 추락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확한 (추락) 원인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2단체 때부터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못했다. 2단 엔진이 정상적으로 점화하지 못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양해야 할 부분은 2단체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은 2단체 인양 작업과 별개로 3단체 및 탑재체 등 추가 잔해물 확보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비정상 비행 끝에 추락한 만큼, 낙하지점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던 데다 낙하 추정 지역도 100㎞에 달해 추가 인양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군 관계자는 "아직 추가로 발견된 건 없다"고 밝혔다.
위성 잔해물 확보는 북한 기술력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두 탄도미사일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번 인양 작업 및 분석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위성에 러시아의 RD-250 엔진 개량형이 적용됐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해당 엔진은 북한의 ICBM인 화성-15형에도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셉 뎀프시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국방연구원은 북한 위성의 1단체가 이중 분사구(nozzle)로 구성된 소련 RD-250과 일치하는 것 같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엔진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 및 기술에 중국·러시아 '흔적'이 남아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주요 부품은 수출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고, 데이터 송수신 기술 및 관련 인력 훈련 등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성과를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보안 유지' 차원에서 항행 경보구역을 새롭게 설정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우리 군의 잔해물 수거를 어렵게 하기 위해 과거보다 중국 쪽에 치우친 지역으로 경보구역을 설정했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 장관은 "의도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비행경로는 과거 2012년, 2016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