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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실패 북한, 대외적으로 '당당'·내부선 '정보통제'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3.06.01 10:34
수정 2023.06.01 10:34

김여정 "머지않아 임무수행"

위성 발사 정당성 거듭 강조

북한 주민들에겐 알리지 않아

1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추락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다만 관련 소식 및 사진 등은 북한 주민들이 직접 소비하는 노동신문 등에 보도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관련 활동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며 추가 도발을 암시했다.


대외적으로 발사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겐 침묵함으로써, 내부결속에 큰 역할을 해온 '국방력 강화'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확언하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 궤도에 정확히 진입해 임무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발사 실패를 자인하며 재발사를 예고했던 북한이 관련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실제로 통신은 전날 "발사된 신형 위성 운반로켓 천리마-1형은 정상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인)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 서해에 추락했다"며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적들이 우리가 정찰위성을 포함한 우수한 정찰정보 수단을 보유하게 되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는 것을 재삼 확인했다"며 "정찰수단 개발에 더 큰 힘을 쏟아부어야 하겠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고도 했다.


위성 발사 실패 시 최소 반년가량 원인 조사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북한은 '2단 엔진 비정상'이라는 실패 원인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조만간 추가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김 부부장은 위성 발사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이 전날 발사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이날 관련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같은 맥락으로 평가된다.


김 부부장은 "미국은 강도적이고 비정상적 사고로부터 출발한 진부한 타령을 늘어놓고 있다"며 "우리의 위성발사가 굳이 규탄을 받아야 한다면 미국부터 시작해 이미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들이 모두 규탄을 받아야 한다. 그야말로 자가당착의 궤변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다 하는 위성발사를 놓고 그 목적 여하에 관계없이 탄도로켓 기술 이용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걸어 우리만이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러한 억지 논리는 우리 국가의 우주 이용 권리를 심히 침해하고 부당하게 억압하는 분명코 날강도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러시아까지 동의해 마련된 국제법인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행동이 금지돼 있지만, 김 부부장은 "미국식 강도적 논리"라며 반발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위성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북한의 위성 발사를 도발로 규정해왔다. 실제로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틀린 공식으로는 언제 가도 정답을 내놓을 수 없다"며 "지금 이 시각도 조선반도(한반도) 상공에 숱한 정찰위성들과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 형형색색의 정찰자산들을 꽉 채워놓고 눈이 빠지도록 우리의 일거일동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이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걸고 드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격이고,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불법적 군사행동을 미국의 합법적 군사행동과 동일시하며, "이중기준을 철회하라"는 궤변을 거듭한 모양새다.


1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추락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다만 관련 소식 및 사진 등은 북한 주민들이 직접 소비하는 노동신문 등에 보도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무엇보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내부적으론 발사 실패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전날 실패 인정 보도와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직접 소비하는 노동신문 등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딸까지 대동해 정찰위성의 중요성을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각인시켜온 만큼, 확실한 성과가 있기 전까지 대내 정보 통제에 나선 셈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정찰위성 다각배치를 올해 국방 분야 핵심 목표로 상정한 바 있기도 해, 당분간 대화에 선을 긋고 군사 역량 강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말끝마다 '외교의 문'이요, '진지한 협상'이라는 겉발린 대화 타령으로 국제사회의 눈과 귀를 흐리려 드는 미국에 다시 한번 명백히 경고해 두고자 한다"며 "우리는 '정권종말' '제도전복'을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미국과 그 앞잡이들과는 대화할 내용도 없고 대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의 대결의 장기성을 잘 알고 있다"며 "전망적인 위협과 도전들을 의식하고 포괄적인 방면에서 전쟁억제력 제고에 모든 것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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