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머스크를 ‘칙사대접’하는 속내는
입력 2023.05.31 20:58
수정 2023.05.31 20:58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칙사대접'을 받고 있다. 이틀 동안 중국 현직 부장(장관) 3명을 잇따라 만난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31일(현지시간)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을 만났으며 전날에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회동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친중(親中) 기업인으로 꼽히는 그의 방중은 2020년 1월 이후 3년 만이다.
친 외교부장은 30일 회견에서 미·중관계를 테슬라에 비유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핸들을 유지하고, 적시에 ‘브레이크’를 밟고, ‘위험한 운전’을 피하며 ‘액셀’을 잘 밟으면서 호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머스크 CEO는 “미·중 이익은 서로 융합되어 마치 몸이 붙은 샴쌍둥이와 같이 서로 분리할 수 없다”며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하며 계속 중국 업무를 개척하고 중국의 발전 기회를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화답했다.
머스크 CEO는 방중 둘째 날인 이날엔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만나 미·중 경제·무역 협력과 테슬라의 중국내 사업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과 만나 신에너지차 및 커넥티드카 개발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이날 중국 최대 배터리 회사인 닝더스다이(CATL)의 쩡위친 회장도 만났다. 쩡 회장과는 ‘절친’관계다. 평소 두 사람은 메시지를 주고 받을 만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자사 모델3·모델Y 차량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CATL과 손잡고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각료 3명이 머스크 CEO를 만나준 데에는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한 테슬라의 수장을 환대함으로써 대외개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편 미국 조야(朝野)에 대중(對中)공급망 ‘디커플링(분리) 무용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는 이번 방중 기간에 리창 총리와 만나 완전자율주행(FSD)에 포함된 ‘고급운전자 지원기능’ 허용을 요구할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이번 방문을 통해 테슬라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중국에 구조 요청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세계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테슬라도 타격을 입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은 테슬라의 최대 해외 시장으로, 지난해 테슬라 매출의 22.3%가 중국에서 나왔다.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의 최대 생산 거점으로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52%를 차지했다.
머스크 CEO는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중국인들은 부지런하고 지혜로워 (중국의) 발전과 성취는 당연한 것”이라며 “중국 사업을 확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상하이에 대용량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인 메가팩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덕분에 테슬라 주가는 30일 4% 이상 오르며 두 달 만에 2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4.14% 상승한 201.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 선을 넘긴 것은 3월 31일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