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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 특수은행 건전성 논란…금융당국發 과점 개편 ‘제동’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3.03.14 11:23
수정 2023.03.14 11:32

벤치마킹 은행 파산 '충격파'

"리스크 확대 가능성 제한적"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정문을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붕괴로 소규모 특화은행인 챌린저뱅크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VB는 우리나라 금융감독이 은행 과점 체재 해소 방안으로 추진 중인 스몰라이선스와 챌린저 뱅크 도입을 위해 벤치마킹한 해외사례 중 한 곳인데, 이번 파산 과정에서 특수은행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한 탓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까지 줄파산하면서 금융당국이 내세운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를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방안 중 한 가지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제시했다. SVB처럼 벤처기업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 소상공인 대출 전문은행이나 주택담보대출, 중·저신용자 전문은행 등을 만들어 은행권 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당국의 주요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된 실리콘밸리의 지방은행인 SVB는 벤처기업·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 및 금융중개·지분투자를 수행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트위터 등 굴지의 기업도 초기엔 SVB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은 SVB처럼 특화된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신규 플레이어가 금융권에 진출하면 은행서비스 경쟁촉진은 물론, 비용절감 등을 통한 금융서비스 수수료 인하, 소상공인, 벤처기업 등에 대한 관계형금융‧신용평가고도화 등 기존 은행서비스 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긴축 기조 장기화로 자금난에 봉착한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SVB는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파산했다. 아울러 미국 뉴욕 소재의 상업용 부동산과 디지털자산에 특화된 시그니처은행도 지난주 가상화폐 거래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청산된 이후 SVB 파산 사태까지 겹치자 큰 타격을 받고 쓰러졌다.


금융권은 이들 특화은행이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춘 은행이라는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부족 사태를 맞으면서 파산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정책도 전면 재검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연합뉴스

그간 금융권 내에서는 금융당국이 내세운 특화은행은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라이선스 취득과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될 비용이 막대하고, 경기 불황시 건전성이 취약할 수 있다는 이유다.


소규모 특화은행의 건전성 문제는 은행 제도개선 TF 실무반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특화은행의 경우 높은 경기순응성, 정확한 신용평가 어려움 등으로 부살화 가능성이 높고 지급결제 특화은행은 지급은 지급결제 업무로만 적절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이 필요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SVB의 매출액을 보면, 상업 금융이 52.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개인금융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은 SVB파산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며 “미국 정부 및 감독 당국이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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