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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7일 체포동의안 처리 앞두고 과거 발언에 발목 잡혀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2.20 11:50
수정 2023.02.20 20:28

이재명 '자가당착에 빠진 형국' 관측

대선 때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 공약

지선 때도 "내겐 특권 필요치 않다"

논란 되자 "이렇게 퇴행할줄 몰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보고와 표결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 대표가 과거 현역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관련해 했던 말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자가당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은 24일 국회 본회의 보고를 거쳐 27일에 표결에 부쳐진다. 현역 국회의원 신분은 이 대표는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것도 없이 구속영장이 기각된다. 헌법 제44조 1항이 현역 의원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거 이 대표가 현역 의원 불체포특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수 차례에 걸쳐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5월 지방선거 충북 지원 유세에서 "불체포특권을 제한하자는 것에 100% 동의한다. 처음부터 내가 주장했던 것"이라며 "10년 넘도록 먼지 털듯이 털린, 나같이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필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당시 이 대표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연고가 있는 경기 분당갑도 아닌,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갑자기 궐위가 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는 것을 놓고 현역 의원 불체포특권을 활용하기 위한 '방탄'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이렇게 반박했던 것이다.


지방선거 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도 "인생을 살면서 부당한 일을 한 일이 없다"며 "자꾸 '방탄' '방탄' 하는데 물도 들지 않은 물총이 두렵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체포특권 폐지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가 지난해 2월, 대선을 앞두고 펴냈던 공약집 '정치개혁' 항목에는 특정한 중대범죄 혐의의 경우에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이 스스로 했던 공약을 지키라"며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라"고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 자신도 국회로 등원하기 전에는 같은 민주당 의원이라 해도 불체포특권 활용에 비판적이었다.


지난 2020년 총선 때 충북 청주상당에서 당선됐던 정정순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자,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은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법 앞에 평등한 나라에서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정순 전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거쳐 구속됐으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된 뒤에는 같은 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서 첫 체포동의안 부결 사례다. 불체포특권에 비판적이던 이 대표가 원내에 진입하고 당대표가 된 뒤로, 오히려 '흐름'이 거꾸로 바뀐 셈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이 대표가 했던 말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죄가 있으면 대통령도 감옥 보내야 한다고 선창했던 사람이 이재명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16년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탄핵 국면에 휘말린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불소추 특권이 해소되는 순간, 그 즉시 영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청와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잡아다가 수갑 채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반면 이 대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국회 사랑재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체포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을 뜻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지금은 검찰 그 자체가 권력이 돼서 균형이나 합리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하는,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며 "경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 하겠느냐"고 답했다.


KBS에 출연해서 가진 문답에서도 불체포특권과 관련한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과거로 퇴행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목표를 정해서 '누군가를 잡겠다' 이렇게 대놓고 수사 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 과연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었느냐"며 "군사독재 정권 이전으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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