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단 둘만 보자는 상사, 거절하자 조심하라고…" 갑질 구애에 우는 직장인들
입력 2023.02.12 18:26
수정 2023.02.12 18:27
상사가 "둘이서만 회식하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 등 직장 내 지속적 구애 경험 때문에 곤혹스러운 직장인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직장인 9명 중 1명은 직장에서 원치 않는 상대방으로부터 지속적 구애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A씨는 회사 대표로부터 "주말에 단둘이 식사나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다른 직원과 같이 보자"고 돌려 말했다. 그러자 대표는 "나랑 따로 보면 큰일이라도 나느냐"며 서운함을 표현했는 것.
이후 업무와 무관한 내용의 대표 연락에 A씨는 응대하지 않았다. 이에 대표는 "업무 외 시간에 연락받지 않는 것은 업무 태도 불량"이라며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라고 경고했다.
직장갑질119가 운영하는 '직장 젠더 폭력 신고센터'에 지난해 9월 1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접수된 제보 32건 중에서도 '강압적 구애'가 8건(25.0%)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집적대는 상사'에게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사적 만남을 거절하면 헛소문을 내거나 업무로 괴롭히고 급기야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직장인 B씨는 "상사가 술을 마신 뒤 '너 나 좋아하냐?'라고 말하거나 주위에 제가 먼저 꼬드겼다고 말하고 다닌다"며 "계속 일을 해야 해 웃으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고 달리 티를 내지 않았더니 만만해 보였는지 몸을 만지려고 한 적도 있다"고 제보했다.
B씨는 "퇴근 후에 전화로 또 이상한 소리를 해 대꾸를 안 했더니 '네가 날 거절했으니 내일부터 혹독하게 일하고 혼날 준비 해라'라고 하더라"며 "계속 일할 자신이 없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위계 관계에서 발생하는 '구애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상사와 후임 간 연애 금지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앞서 원치 않는 구애 경험을 묻는 또다른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79.8%는 '상사의 지위를 이용한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회사 내 '원치 않는 구애'는 스토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용주 등은 '구애 갑질'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