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와이프 있는 남편, 육체관계 증거 없어도 이혼 될까요"
입력 2023.02.09 03:01
수정 2023.02.09 03:01
항상 정시에 퇴근하던 공무원 남편이 거짓말을 일삼으며 오피스 와이프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여성이 이혼 소송 여부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나섰다.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지난 7일 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존재를 알게된 여성 A씨의 사연을 다뤘다.
A씨는 "늘 6시면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오던 남편이 얼마 전부터 야근할 일이 생겼다는 핑계를 대며 점차 늦게 퇴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던 A씨는 점점 잦아지는 야근에 남편의 직장에 찾아가 봤으나 남편은 자리에 없었다고. A씨는 "그날 저녁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급하게 회식이 생겨서 다녀왔다고 하더라"며 "핑계 같이 느껴져 몰래 남편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더니 직장 동료와의 대화를 보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화가 이상했다"면서 "분명히 직장동료와 서로의 직급을 부르고 있었지만 직장동료 이상의 분위기로 오랜 기간 다정한 대화를 나눴더라"고 말했다.
A씨는 "저에게 회식이라고 했던 날도 사실은 단둘이서만 함께 저녁 식사를 한 것이었다"며 "이런 대화가 외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 저는 남편에게 이혼 소송과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사연을 접한 송종영 변호사는 "우선 이혼이 되려면 민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오피스 와이프나 외도가 민법 제840조 1호에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섭 변호사가 "육체적인 관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 송 변호사는 "사실상 이혼 소송에서의 부정행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육체적인 관계보다는 훨씬 넓은 개념이다. 육체적 관계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부부에서 서로 정조 의무를 지키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상황과 정도에 따라 법원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정서적 외도도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며 "다만 외도로 인정되려면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행위 정도는 해당해야 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다른 증거 없이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만으로도 부정행위가 명백하다면 이혼 사유는 될 수 있다. 대화 수위가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단순히 친밀한 대화가 오갔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서로 '사랑해'라든지 '보고 싶다' 아니면 '여보', '자기' 등의 호칭이 있다면 외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 소송이나 상간 소송을 제기했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A씨의 상황과 관련해 "단순히 친밀한 문자를 여러 차례 주고 받은 것만으로는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혼 소송이 가능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며 "다만 친밀한 관계를 넘어서 애정 표현이 있다면 남편에게 이혼 소송과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정행위에 대해 증거를 확보했다면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직장을 찾아가서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항의를 하면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가 될 수도 있고, 상대방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상간녀라고 얘기를 하게 되면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이나 311조의 모욕죄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상이나 상대방의 직장 게시판 등에 대해서 상간녀라는 것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글을 올리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