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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전 갑질 논란에 내부 소통 부재까지…신년인사회 불참 후폭풍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01.04 00:10
수정 2023.01.04 07:43

이메일만 틱?…실은 전화에 인편도 보내

의장·여당·정의당에도 같은 방식 초청

與 "꽃가마 안 보내서 기분 나빴다는 것"

野 원로 문희상 "개밥의 도토리라도 갔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 인사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게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선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인사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일정이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불참할 수 있지만, 정부의 초청 절차에 예의가 없었다는 식의 해명이 되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초청 사실을 이 대표가 인지하지 못하는 등 민주당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일 천준호 대표비서실장의 해명이었다. 신년인사회 불참 배경에 대해 천 실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2시경 행정안전부로부터 신년인사회 초청 이메일이 저희 대표 이메일로 접수됐다"며 "저희는 오늘(2일) 일정이 있어서 참석이 불가하다는 내용으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 지도부를 초청하면서 전화 한 통 없이 이메일 '틱' 보내는 초대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정부를 탓했다.


하지만 행사를 주관한 행정안전부의 설명은 달랐다. 이메일을 보내기 전 전화로 알린 뒤 이메일로 초청 안내를 했으며, 27일에는 인편으로도 초청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과 정의당 지도부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초청이 이뤄졌다.


실제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 따르면, 22일 행안부 실무자로부터 비서실로 먼저 연락이 왔고 이후 이메일로 초청장이 도착했다. "전화 한 통 없이 이메일 '틱' 보냈다"는 민주당의 주장보다 행안부의 해명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정미 대표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선물했으며, 윤 대통령은 "저도 이 책을 좋아한다"며 기꺼이 받기도 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 관계자의 불참 설명은 해괴하다. 메일 하나 '틱' 보내와서 안 갔단다. 한 마디로, 꽃가마 안 보내서 기분 나빠 안 갔다는 것"이라며 "지난번 검찰 소환 때도 예의 운운하고 이제는 대통령이 초청해도 의전 따지며 안 오겠다고 하니, 도대체 누가 초청해야, 어떻게 모셔가야 오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초청 금시초문이라는 이재명…보고 없었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신년인사회에서 막걸리와 식혜로 건배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 대표의 불참 결정 자체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부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주관하는 행사에 (야당은) 가면 참 개밥의 도토리"라며 "몇 사람만 갈 수밖에 없고 다른 사람들은 다 그쪽(여당) 편이라 무척 외롭고 쓸쓸하고 어떤 때는 화도 나고 한다"고 했다. 문 전 의장은 그럼에도 "정치라는 것은 서로 상생하자는 것 아닌가"라며 "(불참을) 잘한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행사 자리에 제가 외로운 섬처럼 굉장히 힘들게 서 있었다. 야당에서는 유일하게 저만 갔다"며 "이재명 대표가 같이 왔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여야정이 한자리에 모여 어려운 한국 경제 상황이라든가 서민 경제 위기라든가 그런 해법 좀 논의합시다' 이런 얘기를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동과 관련해 민주당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의 신년인사회 초청 사실을 이 대표가 전혀 몰랐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날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약식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신년인사회, 여러 사람 인사하는 데 저를 오라고 했다고요?"라고 되려 반문했었다.


이에 대해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일이지만 만약 이 대표가 진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 (천준호 비서실장이) 사과를 하거나 문책을 받아야 될 입장인데, '예의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논점을 돌리고 있다"며 "민주당 내에서 굉장히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의심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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