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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㊿] 디지털과 농업이 만나 100년 대계 ‘新농사직설’ 이룬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2.10.25 06:00 수정 2022.10.25 06:00

“농사는 힘들다” 옛말…차별과가 관건

디지털로 농업기술 비약적 발전

하우스에서 노지까지 디지털농업이 대세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이 스스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이 작업으로 농가는 종전 작업에서 시간이 크게 단축돼 인건비와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농업에서 디지털은 극소수 품종에만 적용되는 신기술 같은 존재였어. 고령화 된 농촌에서 복잡한 디지털 기계는 어렵기만한 대상이었지. 그런데 최근 젊은 귀농인들을 중심으로 디지털을 활용한 하우스 재배가 인기를 얻고 있어. 디지털이 농업과 궁합이 이렇게 좋은 줄 누가 알았겠어? 최근 농촌 인력난도 해결하고 각종 환경제어는 기본, 이제 알아서 방제와 수확까지 해주니 굴러들어온 복덩이지. 이제 농업은 디지털을 만나서 새로운 농업 로드맵을 만드는 중요한 자원이 됐어.”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도시로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호당 경지면적이 조금씩 늘어났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산성도 증가했다. 그럼에도 국내 농업환경은 녹록치 않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16%에서 2020년 2.0%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농가인구는 1080만명에서 231만명으로 80%가까이 줄었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중이다. 농업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42.3%를 기록, 2010년 21.7% 대비 두 배나 많아졌다.


이같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인공지능 및 로봇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런 산업 분야 기술들을 다양한 농작업에 적용해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로봇인공지능연구실에서는 최근 고가 고정밀 측위시스템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접목한 영상 인식 기반 트랙터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했다. 영상으로 얻은 경운·미경운 경계를 인식하고 이를 추종하면서 자율주행하는 기술이다.


홍영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최근 IC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국내외 업체, 연구기관, 대학 등 많은 연구 개발 결과를 토대로 한 기술 변화는 첨단 농기계, 농업 로봇 실용화 문제를 해결해 줄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첨단농기계, 농업 로봇이 스스로 농작업을 수행하는 무인 농업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농업은 기존 농사법을 확 바꾸는 것이 아니다. 기존 농법의 데이터를 축적해 더 좋은 농사를 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다. ⓒ배군득 기자
◆스마트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북 익산에서 1000여평 규모 하우스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김태훈 대표는 요즘 밀려드는 택배 주문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 덕분에 일손이 크게 줄어들고 생산은 늘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처음 리빙랩(현장실험) 개념으로 방제 로봇 도입을 제안했을 때부터 망설임 없이 응했다”며 “그 전에는 방제할 때 우비입고 농약을 살포했는데 로봇이 들어오면서 근로자 2~3인분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방제 로봇으로 인해 하우스 정비와 매출 구상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농진청이 추진중인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은 내년에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연구진은 끊임 없는 기술 개선으로 바로 현장에 투입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입장이다.


김경철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는 “현재 이 방제 로봇은 시간 단축, 무인화를 통한 작업효율 향상 및 농약 노출 사고 예방에서 기존 인력 작업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며 “배터리 개선 등 보완 작업이 원활히 진행 중이다. 방제 로봇이 상용화되면 작업자 없이 방제 작업이 가능하고 작업 피로도 감소 등 효과가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진청은 방제 로봇 이외에 스마트농업 전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스마트농업을 조기에 농업 현장에서 구현하고자 10대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10대 중점 추진과제에는 ▲인공지능 노지 작물 정밀농업 시스템 개발(농업CEO) ▲인공지능 스마트팜 최적 환경제어 시스템(스마트팜) ▲인공지능 자율주행 트랙터 및 부착기 상용화(농업로봇)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농업 경영진단분석 서비스(농업경영) ▲인공지능 상품 품질등급화 기술개발(품질관리) ▲인공지능 소비자 맞춤형 건강식단 추선서비스(식단 추천) ▲농업기상 예보 및 기상재해 안내서비스(농업 기상예보) ▲인공지능 병해충 진단 시스템 개발(병해충진단) ▲인공지능 가축 관리 및 질병 조기탐지 서비스(사육사) ▲인공지능 농업 기술 안내 서비스 개발(기술상담 챗봇) 등이 담겼다.


이같은 중점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기반 조성도 착수했다. 지난해까지, 딸기, 파프리카, 토마토 농사를 잘 짓는 우수농가 온실 환경제어 현황을 분석해 모델로 만들어 공유했다.올해는 시설에서 재배하는 오이, 참외를 비롯해, 노지에서 재배하는 밀, 콩, 배추, 양파도 모델을 만들었다.


농진청이 운영 중인 흙토람 시스템 등에서 219개 공공데이터를 개방 중인데, 올해는 과수 생육품질데이터 등 21개를 추가하여 모두 240개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있다.


또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환경을 제어해 최적 생육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을 개발도 한창이다. 기존에는 농사를 잘 짓는 농가의 환경설정을 모델화해서 농가에 제공했는데, 앞으로는 그러한 환경설정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해주게 된다.


로봇・자율주행 분야는 원격제어기술 개발(1995), 벼농사용 제초로봇 개발(2015), 고가의 위성항법장치 대신에 저가의 카메라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2021), 과수원용 스마트 방제로봇 개발(2021) 등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익은 토마토만 구별해서 따는 로봇, 농약치기 등 힘든 작업을 대체할 시설원예 자동방제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농업분야에 다양한 로봇을 활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로봇 경진대회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농가인구 감소와 농촌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농작업에 드는 노동력을 절감하고 미래 농업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농업 전분야에 걸쳐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및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추진단장은 “4차 산업혁명 흐름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농업분야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하고, 많은 청년농업인이 정착하는 농촌을 구현하는데 농촌진흥청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강윤성 대표가 스마트온실에서 휴대폰으로 습도 등을 직접 제어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노지에 부는 스마트농업 바람


그동안 스마트농업은 하우스 품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온실제어가 디지털과 궁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반면 노지는 생각보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디다. 아무래도 노지 스마트농업 관련 데이터 표준이 없다보니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관리가 쉽지 않다.


이런 노지 농업에도 스마트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아직은 모든게 걸음마 단계지만 착실하게 기초를 다지며 농가에 차질 없이 보급하기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 성과도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까지 나서 붐 업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KT 노지채소 스마트팜은 농지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수집한 기온, 습도, 풍향, 풍속, 일사, 강우 등 기상정보와 지온, 지습, 염농도(EC) 등 토양정보 같은 재배환경 정보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AI) 분석 솔루션이 최적의 생육상태를 유지해주는 방식이다. 또 일반 밭농사 대비 물 사용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어 물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작물 수분스트레스 기반 스마트 관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토양 내 센서를 설치해 수분정보를 측정하고, 설정값 이하 일 때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그 양을 판단할 수 있다. 작물 생체반응 정보를 영상기술로 진단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물 공급시기와 양을 판단하는 것으로 국내 최초 노지적용 사례로 꼽힌다.


김포시는 노지고추작물에 자동관수시스템을 도입해 물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실현 및 생산량 등대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포시는 하성면 일대 1ha 규모로 자동관수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18.8%의 물 절약으로 온실가스 감축까지 연계돼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성과로 활용 중이다.


또 서울대와 농진청에서는 드론에 RGB 카메라만을 활용해 밭작물의 다양한 생육 정보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작물 피복률 정보와 작물 높이 정보를 결합해 작물 생체, 엽장, 엽폭 등 다양한 생육과 직접 관계 짓는 수학식을 개발했다. 표준 방법인 지상 조사를 통해 획득한 작물의 실제 생육 정보와 드론 영상으로 예측한 생육 정보를 비교해 80% 이상 높은 예측 성능을 보였다.


성 단장은 “노지농업 디지털 전환 기술기반 확립으로 시설원예・축산 중심 스마트 농업에서 노지농업 분야로 확산됨에 따라 농업 전반으로 스마트 농업 확산이 기대된다”며 “노지농업 디지털 전환 기술개발 사업 추진을 통해 다양한 작물에 대해 데이터 기반 노지 농업을 구현할 경우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소개했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추진단장은 스마트농업이야 말로 농민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특히 식량안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농업을 주저 없이 얘기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스마트농업 전도사’ 성제훈 단장 “국민 신뢰와 농업 경쟁력을 위한 기술”


“스마트농업은 쉽게 말해 스마트폰, 스마트냉장고와 같이 기존 제품이나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돼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게 되는 전자기기와 같이 기존 농업 디지털화를 뜻한다. 농업 디지털화로 인해 농산물 생산 분야인 육종, 재배 분야를 비롯해 가공, 유통, 소비와 같은 유통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서 데이터가 생산되게 됩니다. 데이터 개방과 활용으로 인해 농산물이 국민 신뢰를 얻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농진청에서 ‘스마트농업 전도사’로 불리는 성제훈 디지털추진단장은 스마트농업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표현했다. 스마트농업이 단순하게 농가의 이익과 편리함뿐만 아니라 국민 신뢰까지,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성 단장의 스마트농업에 대한 의지는 남다르다. 현장에서 쉴 새 없이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누구보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 맞는 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 성 단장의 철학이다.


그는 "현재 스마트팜 보급률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농진청에서는 노지와 농업시설, 축산시설 연구 분야 1882개소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스마트팜에서는 센서값과 작물 생육정보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민간산업 등에서 이뤄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진청에서는 토마토, 딸기, 파프리카 세 작목을 대상으로 생산성향상 모델을 만들었다. 이 작물을 대상으로 온실 환경, 작물 생육상태, 수확량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이러한 자료를 분석해 우수농가와 일반농가 온실 환경·생육·생산량을 비교할 수 있다.


농가에서도 스마트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 이유에 대해 성 단장은 ‘데이터 순환’을 꼽았다. 데이터 순환이 농민들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성 단장은 “한 예로 전 국민이 2년에 한 번씩 받는 건강검진 결과가 우리에게 환원돼 다양한 곳에 이용되고 있다. 건강관리 앱과 연동, 미래 질병 예측, 보험상품 추천 등 우리 데이터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 이로운 일을 해주는 것”이라며 “농가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와 스타트업 기업 등에서도 농촌진흥청 데이터를 연계해 수익모델에 활용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스마트팜 모델, 농업기술 교육동영상 등을 농협조합원을 위한 ‘오늘농사’ 앱에 연계해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협약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농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치솟는 인건비와 값싼 수입농산물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스마트농업으로 전환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성 단장은 “일부 농업인은 새로운 기술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농업인구 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기술 수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따라서 농업인이 스마트농업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교육장을 조성해 누구나 쉽게 방문하고 체험하도록 지원을 확대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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