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상의 회장 "탄소중립, 기업이 주도하도록 인센티브 확대해야"
입력 2022.09.14 10:42
수정 2022.09.14 10:43
대한상의, '탄소중립 이행 위한 합리적인 규제 개선' 세미나 개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후위기를 풀어가는 주체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제도나 환경을 바꿔야 한다”면서 “규제적 접근보다는 성과 보상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14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통해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기업이니 기업들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지만, 기업을 피동적으로 다루는 형태가 되면 기업들은 수비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게 돼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감축 성과에 필요한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면 역량 있는 기업들이 좀 더 탄소감축에 앞장설 수 있다”면서 “더 줄일 여력이 있어도 더 줄일 인센티브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의 생산 및 운영시스템을 저탄소 배출 구조로 혁신적으로 전환토록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종합적인 비용이 예상 가능해야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코로나와 기후변화 등 어려운 사회문제 해결에 혁신 DNA를 가진 기업이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뉴노멀 시대의 신기업가 정신을 담은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업이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보다 잘하려면 정부의 성과 보상에 기반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산업부문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RE100, 순환경제 정책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과 인센티브 확대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미나 기조강연을 맡은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 원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탄소중립 투자 규모가 2030년 5조 달러(약 7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탄소중립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시장과 전력시장을 정상화시켜 적정한 탄소가격과 전기요금을 통해 사회 전체의 탄소감축, 전기절약, 탄소중립 기술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책과제로 ▲배출권거래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배출권가격 급등락시 정부 개입 기준 명문화 ▲전력 소매시장 경쟁체제 도입 ▲ 주민 주도형 태양광발전사업 지원 등을 제시했다.
첫 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오형나 경희대학교 교수는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배출권 가격이 낮고, 가격 변동성이 크고, 거래량이 빈약한 수준이어서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할 때 손익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배출권거래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비용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감축목표를 반영해 배출상한을 설정하면서도 감축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감축투자 유인을 위해 ▲세제·금융지원 ▲핵심 감축기술 투자에 대한 수익보장제도 도입 ▲자발적 탄소시장의 제도권 활용 검토 ▲할당에 대한 불확실성 최소화 등을 제안했다.
이후 토론에서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연구본부장은 “2050 탄소중립과 2030 NDC 달성을 위해 탄소시장의 역할 확대가 가장 중요하며 유상할당을 늘리고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줄여 배출권거래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에만 거래를 맡길 경우 기업부담이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경식 고철연구소장은 “배출권거래시장을 정부 개입 없이 시장수요에만 맡겨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 등 제3자 시장참여를 허용하고 선물시장,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것은 배출권가격을 지나치게 높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소장은 “스웨덴 철강회사 SSAB사는 EU가 유상할당 경매수입으로 조성한 혁신펀드(innovation fund)로부터 1900억 원을 지원받아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수입 등으로 조성된 기후대응기금의 상당 부분을 기업의 혁신기술 개발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웅 부경대학교 교수는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하나의 정책에만 의존하지 않는 섬세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며 “배출권거래제 고도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하되,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진작하는 자발적 탄소감축시장도 유효한 방식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세창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배출권거래제는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보다 실효성이 있는 감축을 위해 배출권거래시장 활성화와 유상할당 비율 상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 등 소통 창구를 통해 현장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세션에서 발표한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의 탈탄소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협력사에게 RE100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RE100이행 여건이 불리한 편으로 특히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싸고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RPS)와 기업 전력구매계약(PPA)이 경쟁적 관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재생에너지사업자와 기업간 전력구매 계약 시, 초기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비를 보조해주고, 미국은 재생에너지 지분투자 또는 자가발전 기업에 대해 투자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각종 지원제도와 함께 기업이 쉽게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거래 기반과 관련 보험, 계약 시장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토론에서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걱정 없이 기업 활동에 전념하도록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고 거래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며 “이격거리 제한 등 재생에너지 시설 인허가 규제 개선, 재생에너지 계통연계를 위한 전력인프라 확충,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의 용량, 용도, 방법을 제한하지 않고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진혁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여건이 어려운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사용물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RE100용 발전사업 촉진, 원활한 재생에너지 거래기반 마련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세션에서 발표한 조지혜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은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순환경제가 폐기물 부문뿐만 아니라 산업, 수송, 건물 부문과도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수단”이라며 “순환경제에 참여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폐자원 확보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커질 것이므로 양질의 폐자원을 국내에서 수급하기 위한 분리‧선별 시설 고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순환경제’란 자원이 폐기되지 않고 재활용되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어 조 실장은 “기업들이 중점 추진하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 관련 법령을 여러 부처가 관장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정책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은 “폐기물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 매립과 소각 비율이 88%에 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감축정책이 이행돼야 하며 재사용, 재활용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세미나를 두 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며 기술혁신 기반조성, 수소경제, 국민 참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정부, 산업계, 학계, NGO 등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