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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서준 "'한산: 용의 출현', 배우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8.19 09:24
수정 2022.08.19 09:24

사헤에 역, 3차 오디션 끝에 합격

"변요한과 연기 할 때 울컥"

이서준에게 '한산: 용의 출현'은 배우로서 새 시작을 알리게 해 준 벅찬 작품이다. 극중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조카이자 왼팔 사헤에 역을 맡아 '뱀의 눈'을 한 첩자를 연기하는가 하면 수세에도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현재 63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서준은 '한산: 용의 출현'이 남녀노소가 가리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기에 흥행이 더 없이 기쁘다.


"저희가 무대 인사를 돌 때 커플, 친구 외에도 중고등학생들도 있었고 부모님 손 잡고 온 초등학생도 있었어요. 군인도 있었고 어머님, 아버님들도 많으셨고요. 배우로서 다양한 분들을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었어요. 우리가 모두 아는 역사잖아요. 결말을 알고 보는 거라 관객들이 그런 부분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풀까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으로 봤을 텐데 김한민 감독님께서 굉장히 멋있게 그리셨고 관객들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이서준은 3차 오디션을 거쳐 사헤에 역에 캐스팅 됐다. 최종 합류 연락을 받고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찼던 그 날을 떠올렸다.


"처음에 '한산: 용의 출현'이라는 오디션을 본 후 한 달 뒤 쯤 연락을 받았어요. 일본어를 하는 역할인데 가능하겠냐고요. 마침 제가 그 때 외국어로 일본어를 공부하려던 참이라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출연하고 싶었던 영화라 파이팅이 넘쳤죠. 맡겨만 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일본어로 일본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사헤에란 역할의 중요성을 점점 깨달아가며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왜군 장수지만 존재감이 있는 역할이라 감사했어요. 그런데 압박감도 있더라고요.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경험과 능력에 비해서 사헤에란 역할이 저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령 일본어로 연기를 해야 했고 액션이나 눈빛 연기도 있었고요. 그래서 부담감이 들었지만 이걸 잘 해내자는 마음가짐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했어요."


그 중에서도 일본어 연기가 가장 큰 숙제였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일본어가 아닌 1592년도 일본 장수들이 쓰는 말들을 써야 했다. 일본어에 가로막혀 다른 연기들까지 방해 받고 싶지 않았던 이서준은 밥 먹을 때나 자기 전, 눈을 뜨자마자 일본어를 들으며 일본인들의 억양과 리듬을 익히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영화에 나오는 일본어들은 일본어 선생님께서 일본에 계시는 교수님들께 다 고어를 감수 받고 작업을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대사들에 그 시대에 쓰던 일본어들이 많았고요. 보통 일본어 교재에서 봤던 단어들이 아니라 어려웠어요. 제가 아는 단어는 오모시로이(面白い) 딱 하나 더라고요.(웃음) 그거 외에는 정말 다 처음 보는 단어들이었어요. 그래서 일본 예능이나 뉴스 같은 걸 많이 들었어요."


ⓒ롯데 엔터테인먼트

그는 연기를 위해 머리를 머리를 밀기도 했다. 사실 외적으로 큰 변화를 주는 건 이서준에게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머리를 미는 것에 대한 걱정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연기는 임무를 잘 표현하기 위한 일과 업을 하는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머리를 미는 문제는 저에게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서준은 '한산: 용의 출현'의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박해일,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털어놨다.


"제가 스무 살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당시 한 수업에서 '국화꽃 향기'를 연기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동기인 박소담 씨가 제 상대역을 했었고 제가 박해일 선배님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함께하게 돼서 너무 설레고 기뻤어요."


특히 변요한과는 14년 만에 재회를 했다. 고등학생 시절 연기 연습실을 함께 쓰고, 우상 같은 변요한과 같은 작품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는 변요한과의 첫 촬영 때 울컥한 마음도 들었다.


"(변)요한이 형과는 18살 때 처음 만났어요. 공교롭게도 같은 연습실에서 입시 준비를 했어요. 형은 늘 땀을 흘리고 열심히 연기 연습을 하고 계셨어요. 이후 형의 연기를 항상 잘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14년 만에 현장에서 만나게 되니 기분이 남달랐죠. 첫 촬영장에서 마주 앉아 연기를 하는데 마음이 남다르더라고요. 내가 여태까지 해왔던 고민들이 마냥 틀린 건 아니었구나란 생각도 들었고요. 그 때나 지금이나 요한이 형은 항상 똑같이 열심히 하고 잘하시는 것 같아요."


영화는 해전신을 모두 CG로 완성했다.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이서준은 콘티와 상상력, 그리고 김한민 감독 디렉션에 의지했다. 세트장의 규모와 디테일한 배를 보는 순간, 처음으로 대작에 출연하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사실 저는 이런 대작 영화가 처음이라 환경이 낯설었어요. 그냥 저에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강릉 세트장에 실제 건조한 배를 띄워놓고 주변에 다 그린 스크린을 쳐서 현장을 만든 걸 보는데, 배의 크기, 디테일을 보니 '내가 지금 굉장한 영화에 참여하고 있구나'라고 싶었죠.(웃음) 해전신은 감독님 디렉션이나 시선, 그리고 배가 들어오고 빠지는 그런 것들을 상상하고 계산해야 했어요. 이걸 상상으로 하려니 사실 어려웠는데 결과물을 보니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보는데 '저기서 조금 더 이렇게 해볼걸'이란 아쉬움도 있었고요."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서준이 연기를 하게 된 건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영화를 보는 주말이 낙이었던 그는, 혼자 몰래 방에 들어가 연기를 따라 하기도 했다. 이서준이 기억하는 자신의 최초 연기가 그 시절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셨어요. 아버지는 제가 나이가 어려도 함께 보면 괜찮다고 '취권', '실미도', '오아시스' 등 다양한 영화들을 보여주셨죠. 그 때 '박하사탕'의 설경구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혼자 방에 가서 따라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제가 해본 것 중 제일 즐거웠던 게 뭔지 생각하다가 진로를 결정했어요. 그래서 14년 째 연기를 하고 있어요.


이제 그를 알아보는 팬들도 많아지고 최근에는 사람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새 출발을 한다. 이서준은 '한산: 용의 출현' 이전과 이후로 자신이 많이 달라졌기에 영화를 촬영하고 홍보하는 모든 과정이 의미 있다고 말한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한산: 용의 출현 이전과 이후로 배우 이서준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경험치도 그렇고 김한민 감독님,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조재윤 선배님 등과 함께하면서 많은 걸 배웠거든요. 연기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집중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언제나 그래왔듯, 배우로서 대단한 목표가 있지는 않다. 그저 지금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감사하는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다.


"저에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저를 찾아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이 감사함을 잊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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