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설상가상…DLF 이어 횡령·검찰 수사 '태풍'
입력 2022.07.26 15:54
수정 2022.07.26 17:56
금감원 "내부통제 허점" 중징계 예고
檢, 수상한 8천억 외환 거래 조사 나서
우리은행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자마자 직원 횡령과 관련한 징계가 현실화하며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였다. 우리은행이 DLF를 둘러싸고 2년 넘게 이어 온 법률 리스크를 벗은 지 채 며칠도 안 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횡령 사고에 대한 제재 예고장을 받게 되면서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700억원에 육박하는 횡령을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내부통제에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중징계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8000억원대의 수상한 외환 거래에까지 검찰의 칼날이 드리워지면서 우리은행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8년 간 700억 빼돌리는데도 "몰랐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서 불거진 횡령 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빼돌린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직원이 회삿돈에 처음 손을 대기 시작한 건 2012년 6월부터였다.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한 회사의 출자전환주식 42만9493주를 무단 인출하면서다. 당시 시장 가격으로 23억5000만원 어치에 이르는 양이었다.
이어 같은 해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3회에 걸쳐 횡령했다. 또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 사이에는 역시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4회에 걸쳐 횡령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부서에서 8년이란 오랜 기간에 걸쳐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데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횡령 직원이 10년 넘게 같은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는 와중 은행의 대외 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등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문 은폐나 위조가 가능했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여덟 차례의 횡령 중 네 번은 결재가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모두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로 진행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무거운 징계를 예고했다.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사고자와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 이슈 재점화 가능성
더불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외환 이상 거래는 우리은행에게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권에서 발생한 2조원 대의 외환 이상 거래를 두고 검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우리은행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해당 사건과 관련한 수사 참고 자료를 넘겨 받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에는 신한은행을 통해 1조3000억원을 중국 등으로 송금한 업체들과 우리은행을 통해 8000억원을 해외로 송금한 업체들에 대해 금감원이 검사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해외 송금이 가상 자산 투기 세력의 불법 자금 세탁 용도인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으로서는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DLF 손실로 인한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자마자 또 다른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고법 행정8-1부가 지난 22일 DLF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문책 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손 회장의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우리은행은 잠시 숨통이 트인 상태였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판매하고 경영진의 내부통제도 부실했다며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최고경영자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손 회장은 2020년 2월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이번 선고까지 금감원 징계는 효력이 정지돼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1금융권 시중은행에서의 대규모 횡령 자체가 이례적인 사안이라 예측이 쉽지는 않지만, 금융사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당국의 기조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강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