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먹고 살만 했는데”…철강업계, 철광석↓·환율↑에 이중고
입력 2022.06.24 11:46
수정 2022.06.24 11:47
환율 고공행진에 수입 의존 철강업계 ‘덜덜’
철광석 등 하락으로 일부 제품 벌써 가격 인하
‘실적잔치’ 상반기와 다르게 하반기 ‘암울’ 전망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잔치를 했던 철강업계에 이번 하반기 암울한 전망이 예고됐다. 나날이 치솟는 환율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제품 가격 인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당장 철강업계에 닥친 피해는 없지만, 이번 하반기부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서 출발했다. 전날 장중 환율은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외환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업계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피해는 이번 하반기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원자재를 한 달 정도 미리 사들이기 때문에, 상승된 환율로 구매한 원자재 가격은 이번 하반기부터 반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300원이 넘어가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하니 산업계 전반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특히 철강업계의 경우 달러를 베이스로 원자재를 수입하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시황까지 꺾일 경우 손해가 더 클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몰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환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철광석 가격은 내려가 고객사와의 협상테이블에서도 불리한 위치가 됐다.
급등했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 4월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4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116.05달러로 전주대비 4.99%, 전달대비 11.07%가 하락했다.
이로 인해 철강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명분이 사라지고, 고객사는 제품가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철강업계의 주 고객인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급등한 원자재가로 인한 제품 인상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입장에서 제품 가격에 대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건 사실이니 우리도 협상에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적어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게다가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고객사 입장에선 제품이 더 하락하길 기대하니 대기수요는 증가하고 실수요는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제품의 경우 이미 가격이 하락했다. 포스코는 다음달 부터 스테인리스(STS) 300계 제품 가격을 t당 10만원, 수입대응재는 t당 20만원씩 각각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철스크랩 가격인하로 H형강 판매가격을 6개월 만에 t당 3만원으로 인하했다.
이중고가 예고되면서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실적은 크게 갈릴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철강사들은 평균 영업이익률 10.1%를 기록하며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매출 21조3000억원과 영업이익 2조3000억원을, 현대제철은 매출 6조9797억원, 영업이익 6974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동국제강도 매출 2조1313억원과 영업이익 20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7%, 영업이익은 88.1% 증가했다.
반면 하반기에는 3사 모두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7조99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경우 하반기에는 전년보다 이익 규모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