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최첨단 기술로 ‘죽음의 일터’ 꼬리표 뗀다
입력 2022.06.17 12:28
수정 2022.06.17 14:01
매년 안전·보건 예산 확대에도 안전사고 되풀이
중대재해법 무색…올해 사망사고만 총 8건 이상
안전사고 예방 위해 제철소에 첨단기술 총 동원

오랜 기간 산업재해가 끊이질 않는 철강업계가 ‘죽음의 일터’ 꼬리표를 떼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매년 안전·보건 예산을 대폭 확대시키면서도 되풀이되는 안전사고에 최첨단 기술까지 동원하며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를 대표하는 포항지역 4대 철강업체(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 안전보건총괄책임자들이 모여 ‘4대 철강업체 더 안전한 일터만들기 간담회’를 열고 각각 자사의 안전보건활동 사례를 공유했다.
이들 모두 산재의 고리를 끊어내질 못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2019~2021년 3년 간 8명이 사고로 숨졌으며,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2017~2021년 5년 간 총 6명이 숨졌다. 동국제강에서도 최근 5년간 6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포스코는 2020년 잇단 사고에 ▲3년간 1조원 투자 ▲안전관리요원 2배 증원 및 비상 안전방재 개선단 운영 ▲임직원 안전역량 제고를 위한 안전기술대학 설립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2018~2020년 3000~4000억원 수준이던 안전·보건 예산을 8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같은 해 안전 관련 예산을 약 1600억원까지 확대해 기계‧설비 등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계선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올해 안전 고삐를 더 조였음에도 안전사고는 되풀이되는 중이다. 올해 발생한 산재 건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각각 4건과 2건, 동국제강 1건, 세아베스틸에서 1건 등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더 확대된 예산을 투입하고, 각가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올해 안전·보건 예산을 8324억원으로 편성했다. 전년대비 170억 증가된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전년보다 2145억원 늘려 4388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동국제강도 예산을 지난해 166억원에서 올해 401억원으로 증가시켰다. 최근 하청업체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하청업체 안전관리에도 44억원 투자한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보다 339억원 증가시켜 올해 안전·보건 예산을 507억원으로 편성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도 동원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노동자의 실수로 발생되는 안전사고를 최첨단 기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단 점에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철강업계도 기존 안전 활동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관리를 강화하고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전 활동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인공지능(AI) 중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제철소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과 작업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작업현황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작업별 위험정보, 개소별 작업자 현황, 관계사 투입 현황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관련 인원은 누구나 각 작업 개시 전부터 안전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해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신기술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로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 2명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들이 맡은 그룹 내 AI 관련 임무는 ▲공장 효율화·디지털화를 통한 친환경 공정 구축 ▲안전 환경 기술 개발 ▲제조 외 경영·R&D 분야로의 확산 ▲그룹 전체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등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제철은 스마트 팩토리를 한 단계 진화시킨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도입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생산 기능 첨단화에 국한됐다면, 스마트 엔터프라이즈는 시스템·인프라 등 제조 전 과정의 관리체계 첨단·고도화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 오피스까지 구축해 철강업계 스마트화를 선도하겠단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2023년까지 스마트팩토리 2.0 시대를 맞아 공정 지능화를 목표로 AI 기반의 품질관리 모니터링, 무인제어 인프라 구축 등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환경 안전 플랫폼을 구축해 회사의 안전경영 시스템이 협력사까지 연계될 수 있는 솔루션을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