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로그인㊳]수자원환경산업진흥, ‘천년 역사’ 아라뱃길 주민 품으로 이끌다
입력 2022.06.13 07:00
수정 2022.06.12 08:44
경제성·기능 논란 계속된 아라뱃길 사업
2018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전환 후
민·관 공동운영으로 주민 친화 시설 성장
생태·레저·관광…수자원 산업 메카 도약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우리 민족의 멋과 얼, 정서와 문화가 흐르는 뱃길로써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글로벌 명품 뱃길’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경인 아라뱃길은 인천 서구 오류동부터 서울 강서구 개화동까지 총 18km에 이르는 물길이다. 서해와 한강을 잇는 뱃길로 고려 고종 때인 약 800년 전부터 개척을 시도해 온 곳으로 전해진다.
평균 수심 6.3m, 강폭 80m인 아라뱃길은 선박 물류 운송과 홍수 소통 목적으로 지난 2011년 시범운영 후 2012년 5월 25일 정식 개장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한 대규모 국책사업이지만 환경파괴 논란과 사업 경제적 타당성 논란으로 부침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업 속도를 높여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아라뱃길은 애초 물길을 이용한 물류 운송, 즉 운하의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그런데 경제성이나 실용성 측면에서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2조7000억원 사업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류 기능은 지난 2019년까지 예측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누적 여객 이용자도 426만 명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93만2000명 수준에 그쳤다.
경제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아라뱃길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 도로만 제 기능을 한다는 조롱도 받았다. 강물이 정체돼 수질은 나빠졌고, 무더위가 심할 때는 열섬 효과를 낳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라뱃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2018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민·관이 함께 관리·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인천시 등 지자체와 한국수자원공사, 주민, 시민·환경단체, 전문가까지 포함한 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위원회는 30차례 가까운 회의를 거쳐 아라뱃길 기능을 물류 운송에서 여가·친수(親水) 중심으로 바꿨다. 아라뱃길을 수상 관광과 레저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고 수변 공원의 기능을 확대해 주민을 위한 도심 공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아라뱃길을 수상 관광과 레저 산업 메카로 만들고 주민이 쉽고 편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는 게 바로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이다.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은 2011년 아라뱃길 시범운영 때 설립해 이듬해 강 문화관 운영까지 맡으며 사실상 아라뱃길의 모든 것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기타공공기관에서 2018년 환경부 산하로 옮긴 이후 아라뱃길 관광·레저 활성화와 친수 경관, 시설 관리에 힘쓰고 있다.
현재 2본부 1실 5부 5문화관으로 구성된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은 조중희 사장을 중심으로 120여 명의 직원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국내 최초 ‘골드 앵커’ 인증 바탕 해양레저 대중화 선도
대표 사업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먼저 ‘아라 마리나’ 운영이다. 뛰어난 도심 접근성과 해양과 내수면을 아우르는 지리적 강점을 살려 수도권 최고 도심형 마리나를 목표로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대 194대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계류장과 선박수리소, 주유소 등을 갖춰 국내 최초로 국제마리나협회로부터 ‘골드 앵커(Gold Anchor)’ 인증도 받았다.
골드앵커는 ‘5성급 호텔’과 같이 마리나의 종합적인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세계적 기준이다.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은 골드 앵커 아라 마리나를 바탕으로 국제 보트쇼와 아라 요트대회, 카약축제, 아라문화축제 등을 통해 해양레저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아라뱃길 관광·레저 활성화도 수자원환경산업진흥 주요 업무다. 올해 경기관광축제로 선정된 ‘아라마린페스티벌’을 비롯해 국제드래곤보트대회, 썬셋리버페스타 등 지역사회 협력사업을 통한 국민 참여형 축제와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온라인 라이브 공연과 유튜브 랜선 투어, 안심 캠핑 캠페인 등 아라뱃길 관광인프라를 활용한 ‘언택트·힐링·아웃도어·친환경’ 문화관광 프로그램도 인기다.
아라뱃길 친수 경관 조성과 시설 관리 측면에서는 지역 주민과 함께 나무를 심고 화초류를 관리한다. 유치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화초식재 교육 프로그램 ‘아라가꿈이’를 운영하고, 아라천 숲 가꾸기 자원봉사 활동도 활발하다.
2012년부터 관리해 온 강 문화관에서는 지자체 협력을 통한 물환경·생태 중심 사회적 가치 확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강 ECO 강문화생태체험’이나 ‘낙동강 물길따라 배움따라’ 등 환경생태 중심 물 문화 확산을 위한 환경부 우수환경교육 인증프로그램 6종을 운영하고 있다.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은 올해부터 탄소배출 감소 등 환경보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짐에 따라 아라뱃길 친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클린 마리나’ 조성이나 친환경 저탄소 여행 프로그램 개발, 친환경 비대면 문화 프로그램 기획, 지역사회 공동 환경보호 인식 확산 캠페인 등 생활 속에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여가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일일해양레저교실, 요트면허, 세일링 연수 등 해양레저 관련 우수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해 수준별 교육과정을 상시 운영하는 ‘아라 마리나 해양아카데미’가 대표 사례다.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등과 연계해 해양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넓혀갈 예정이다.
아라뱃길이 주민에게 더욱 가까운 공간이 되기 위해 시작한 수도권 최대 규모(168면) 다목적 캠핑장도 인기다. 서해5도 수산물복합문화센터를 통해 지역사회 경제활동을 돕고 자전거 대여사업으로 아라뱃길의 관광·레저 기능을 높이고 있다.
수자원환경산업진흥 관계자는 “이 밖에도 우리가 보유한 역랑과 자원을 활용해 취약계층 지원이나 지역사회 상생·활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등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발굴하고 수혜자 맞춤형 사업 발굴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수변생태 환경교육사업 강화와 클린 마리나 및 요트 등 친환경 해양레저 인프라 강화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분야와 환경보존, 친환경 레저산업 및 수상안전분야를 선도하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려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공익 사업 위한 기관 법제화 시급”
[인터뷰] 조중희 수자원환경산업진흥 사장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을 이끄는 조중희 사장은 국회에서 오래 근무했다. 그는 “다양한 계통의 조직, 사람들과 교류했고, 이 과정에서 조직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화(人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조직 내 화합으로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서로 다른 생각과 견해가 자유롭게 교류되며 하나의 조직 목표를 향해 발휘될 때 건강한 조직이 만들어진다”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모든 구성원을 존중한다는 의미이며, 존중받는 구성원들만이 조직을 위해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이 제 믿음”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이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는 데는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이 걸어온 역사와 관계가 깊다.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주무 부처가 바뀌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많은 변화와 도전을 요구받았다. 이런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이 처한 상황과 당면한 과제를 직원 모두가 공유하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직원 화합을 위해 노동조합과 소통하려 노력하면서 ▲직원 고충상담창구 개설 ▲휴게공간 마련 ▲직원 간담회 ▲생애주기별 여가·육아·은퇴 지원을 위한 수요 맞춤형 실비지원을 확대했다. 혹서기 현장 트럭 카페와 제철 과일·지역 맛집 간편식(밀키트) 배부 등도 구성원에게 좀 더 즐거운 일터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시민 가까이 다가서려는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의 노력은 지난 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비대면 사회가 확산하면서 아라뱃길 또한 시민에게 안전한 휴식공간과 다양한 레저 문화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직원들은 비대면 문화관광 사업 개발에 머리를 모았다. 국민참여형 문화공모사업을 진행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온택트(ontact) 홍보를 늘렸다. 대면 축제를 온오프라인으로 보완했다. 안전한 여행문화 인식 확산을 위한 안전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 참여형 챌린지 이벤트와 아라뱃길 자전거 안전교육장도 조성했다.
그 결과 2020년 한국관광공사·지역관광기관협의회에서 선정한 ‘여유롭고 안전한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비대면 시대에도 승승장구한 수자원환경산업진흥도 극복해야 할 과제는 있다. 친환경 사회로의 흐름에 따라 아라뱃길에 대한 정부와 시민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는데, 조직과 예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1년 단위로 위·수탁 협의를 진행해 예산을 확보하는 방식은 안정적 사업 운영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조 사장은 “환경부의 이해와 정책적 지원으로 우리 기관이 맡은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해마다 위·수탁 협약으로 예산을 확보하다 보니 장기간 심도 있게 고유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예산 확보가 어렵다 보니 중·장기 사업을 선뜻 추진하기 힘든 것이다.
지자체나 지역 주민과 연계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관 법제화도 시급하다. 법제화를 통해 공익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 현재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주식회사 형태라 각종 사업에서 민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정작 공적 영역 사업에서는 일반 기업과 같은 조건이다 보니 지자체나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조 사장은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기관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다양한 친수 정책 사업을 추진하여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은 규모와 열악한 조건에서도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는 조 사장은 “국민의 관심과 질책이 공공기관을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국민에게 더욱 편안하고 안전한 친수공간을 제공하고, 친환경 레저와 함께 미래를 위해 수생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하는데 앞장서는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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