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는 韓 물류동맥…자동차-철강-타이어 곳곳 생산 차질
입력 2022.06.09 10:37
수정 2022.06.09 10:42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 원자재 조달 차질 및 납품 지연 '부작용' 속출
완성차, 운송 거부에 직접 조달 나서기도…철강·타이어업계 대응방안 고심
# 화학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A업체는 수입 원자재 화물을 본사로 들여오지 못해 2억원 수준의 생산 피해가 발생했다.
# 철도차량부품을 수출하는 무역회사인 B업체는 중국에서 수입된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출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 최대 수 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다.
# 국내에서 원료를 생산한 원료를 가지고 베트남에서 신발을 생산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C업체는 원료 출고 및 수출 지연으로 50만 달러(약 6억3000만원)의 위약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인 9일 산업계 곳곳에서 납품 지연, 생산 중단 등 물류 차질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의 생산라인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고 철강과 석유화학, 타이어업계 역시 출하 중단에 따른 대응책을 고심중이다. 화물연대는 자동차 부품, 유통까지 파업 규모를 늘리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어 물류 차질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철강, 타이어업계 등을 중심으로 사흘 연속 출하량이 급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총 7만5000t 가량의 물량 운송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는 하루 포항제철소 2만t, 광양제철소 1만5000t 등 총 3만5000t 규모의 육송 물량 운송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스코는 제철소 내 제품창고 공간 확보와 함께 긴급재 운송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하루 4만t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출하가 중단된 상태여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타이어업계도 지속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금산공장은 정상적으로 제품을 출하하고 있지만 대전공장은 파업 첫날인 7일 출하를 전혀 하지 못했고 이튿날인 8일 평소 물량의 30%만 공장에서 내보냈다.
금호타이어는 평택·광주·곡성 등 국내 공장 3곳에서 아예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재고 물량을 사전에 물류센터에 가져다 놓아 당장 영업점 등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 내수나 수출 물량을 공장에서 빼내지 못해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차질, 기아는 직접 운송
현대차는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전날인 8일 오후부터 현재까지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울산공장에 부품을 이송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송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현대차그룹의 차량 탁송·원자재 물류 등은 현대글로비스가 담당하는데 이들과 계약한 19개 운송업체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GV80, 아이오닉5 등 17개 차종을 하루 평균 6000대 가량 생산하고 있다.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9일 울산공장 명촌정문 등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며 조합원 차량이 들어오면 돌려보낼 계획이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운송 거부 행위가 장기화될수록 완성차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며 그만큼 출고기간도 늘어나게 될 것"고 말했다.
기아의 경우, 광주공장과 광명공장에서 생산된 스포티지 신차 등을 직접 적치장으로 출하하고 있다. 평소 카캐리어를 이용해 완성차를 적치장으로 옮겼지만 카캐리어 운송이 중단되자 직접 운송을 시작한 것이다.
기아와 계약한 완성차 운송업체들 소속 카캐리어 200여대 중 98%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인 것으로 전해진다.
적치장은 고객 인도나 수출 선적을 앞두고 임시로 차량을 보관하는 장소다. 기아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았다.
자동차 관련 단체는 화물연대를 향해 "극단적인 이기적 행동"이라며 즉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와 르노코리아 협신회 등 10개 기관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동차 산업을 인질 삼아 파업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완성차 탁송이나 부품 물류 등 자동차 관련 물류 업종은 안전운임제보다 높은 운임을 지급하고 있어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이들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다.
이들 단체 및 기관은 "파업 등으로 인해 우리 업종에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고발, 고소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울산, 여수, 서산 등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물류 차질이 발생했다. 다만 경찰의 개입으로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원재료 반입과 제품 반출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 및 고객사 공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출하 및 공급 등을 통해 물량 차질이 없도록 대비를 해둔 상태"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모든 업계 전반의 화물·운송 차질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8일 오후까지 112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수입 44건, 수출 68건이다.
수입 부문은 원자재 조달 차질 19건, 생산 중단 12건, 물류비 증가 13건 등이었고, 수출 부문은 납품 지연 25건, 위약금 발생 29건, 선박 선적 차질 14건 등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