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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㉟] 영하 40℃ 참치가 15분 만에 해동…육즙은 살아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2.06.02 06:30
수정 2022.06.01 22:14

전자파로 가열하는 RF해동기

해동기 새 기준 정립

학교급식소 등 보급 기대


그동안 가열식 위주의 해동기술이 RF해동기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겉과 속이 골고루 해동되는 RF해동기는 학교급식소 등 중규모 식당에서 빠르게 해동이 필요할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흔히 맛있는 참치를 얘기할 때 주방장의 해동기술이 실력을 좌우한다고 하지. 돈가스도 마찬가지야. 해동을 얼마나 잘 하는지에 따라 살아있는 육즙을 느낄 수 있어. 그동안 해동 기술은 자연식과 가열식으로 구분됐지. 그러나 이 해동방식은 오랜 시간 해동해야 한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어. 그런데 농촌진흥청에서 전자파로 가열하는 해동기를 개발한거야. 꽝꽝 얼은 참치를 단 15분 만에, 하루 종일 해동하던 돈가스를 5분 만에 해동하는 그야말로 신세계를 발견한거야. 이 해동기는 공공기관이나 학교급식소 등 중규모 식당에서 활용가치가 높을 것 같아.”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밀키트와 냉동식품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냉동식품은 만두, 피자 등 기존 제품에서 벗어나 치킨, 돈가스 등 다양한 아이템을 시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냉동식품 국제시장을 보면 2015년 2조9000억원 규모다. 올해 국내 냉동피자 시장 역시 1267억원으로 가파른 성장곡선이다. 지난해보다 1.5% 성장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966억원)과 비교할 때 31.1% 확대된 수치다.


그러나 이런 냉동식품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해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냉동기술에 비해 해동 기술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이다. 최근 5년 새 에어프라이기가 등장하면서 냉동식품 조리법이 다양해졌을 뿐 해동에 대한 숙제는 여전히 풀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라디오파(RF) 급속해동기는 냉동식품 시장의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돈가스의 경우 기존 24시간 해동에서 단 5분만에 완벽한 해동이 가능하다.


김진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김진세 농업연구사는 “RF 급속해동기는 관행적인 냉장해동에 비해 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며 “급속해동으로 인한 육즙손실 감소로 우수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영하 40℃에 꽁꽁 얼어 있던 참치를 불과 15분만에 해동해 즉석에서 직접 먹어봤다. 전체적인 해동 밸런스가 적당해 식감이 좋았다. ⓒ배군득 기자
◆돈가스 업계 요청으로 시작된 신기술 개발


RF해동기는 지난 2014년 축산물 급속해동기술 개발을 요구하는 기술수요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연구를 했다.


처음 기술 개발을 시작한 것은 돼지고기 등심을 이용해 돈가스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의 요청이었다. 이 업체는 주문이 들어오고 해동에서부터 튀겨진 돈가스를 얼려서 포장하는데 까지 3일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 중 24시간을 차지하는 해동시간을 단축해 달라는 것이 요청 내용이었다.


김 연구사는 “연구 초기에는 물에 담가서 해동하는 방식을 사용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살짝 얼어있는 상태까지 균일해동을 해달라는 요구로 적당한 해동방법을 모색 중 라디오파 해동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원료육 절단 시 녹지 않고 살짝 얼어있어야 부서지지 않고 일정한 두께로 절단되기 때문이다. 라디오파 해동기술은 선진국에서도 장치로 판매되고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표면이나 모서리가 먼저 녹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김 연구사는 “라디오파 해동 시 표면이나 모서리가 먼저 녹아서 익어버리는 문제를 얼리면서 해동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며 “얼릴 때는 모서리나 표면이 먼저 얼기 때문에 모서리가 먼저 녹는 현상을 상쇄하는데 적합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의 정점은 냉동참치다. 축산물처럼 빠르고 균일하게 해동이 가능했다. 2017년 봄 세종대에서 있었던 식품냉동기술협의회 심포지엄에서 RF해동 시연을 냉동참치로 했는데 업계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김진세 농업연구사가 참치 냉동고에서 얼어 있는 참치를 꺼내고 있다. ⓒ배군득 기자
◆연속 vs 균일 기로에 선 해동기…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


기술개발 이후 업계 반응은 뜨거웠다. 모 대기업에서는 식품가공 공정에 RF해동기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러나 해당 공정은 익어도 상관없었기 때문에 농진청에서 개발한 균일 해동기술이 아닌 이탈리아의 연속식 RF해동기 제품을 최종 선택했다.


다양한 업체에서도 연속식 해동기를 선호했다. 아무래도 해동기를 대량 공정에 사용하다보니 균일보다는 연속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좋은 기술에도 불구하고 균일방식의 해동기를 구매하려는 업체는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균일 RF해동기는 2019년에 가서야 빛을 본다. 적극적인 홍보로 업계의 인식을 전환하는데 집중했다. 2019년 aT센터에서 열린 농업기술박람회를 첫 타겟으로 잡았다. 그 해 냉동참치 시연으로 해동기술은 특허출원해 ‘RF 해동장치 및 이를 이용한 해동방법’으로 특허 등록됐다.


김 연구사는 “RF해동기를 전시하게 됐는데 세종대에서 했던 냉동참치 해동 시연이 인기 있었던 점을 반영해 참다랑어 냉동참치를 즉석에서 해동 시식하는 행사를 열었다”며 “영하 40℃ 참치냉장고에서 꽁꽁 얼어있는 참치를 즉석에서 15분만에 해동해 시식을 하는 코너를 통해 많은 관람객에게 RF 해동기술을 알릴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고정관념 깬 혁신기술…냉동식품 고유의 맛 살렸다


RF해동기술은 해동할 때는 열을 가해야 한다는 기존 상식을 깨고 겉은 얼리면서 속은 전자파로 가열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내부와 외부가 균일하게 해동된다는 특징도 눈에 띈다. 특히 돈가스 원료인 원기둥 형태의 돼지고기 등심을 해동하는데 적합하다.


RF해동기는 프랑스 등에서 2010년 이전부터 도입돼 사용 중이다. 그러나 모서리 부분이 먼저 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까지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다.


내외부가 골고루 해동된 참치는 빛깔 뿐 아니라 식감도 탁월했다. 살짝 얼은 듯한 참치 외관은 일반 음식점에서 내놓는 참치보다 부드러웠다. ⓒ배군득 기자

이번 연구 결과 돈가스 원료 육에 대해 관행적 해동방법으로 하루(24시간)가 걸리는 해동시간이 5분으로 단축됐다. 연구는 8℃ 냉장실에서 24시간을 기준으로 했다. RF해동기에서 800W로 해동했더니 5분이 걸렸다.


농산물의 경우 세포 구조가 육류와 달라서 냉·해동에 매우 취약하다. 동일하게 냉동한 농산물을 상온에서 해동하는 것과 비교해 해동해동시간은 6분의 1로 단축하고 품질은 유사하게 유지하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


수산물인 냉동 참치는 육즙손실이 1% 정도로 관행적인 해동방법과 유사했지만 해동시간은 90% 이상 빠르게 해동됐다. 돼지고기 등심은 약 74%가 수분이다. 비타민, 아미노산 등 수용성 영양분들이 녹아있는데 냉·해동시 이러한 영양분이 포함된 육즙 손실(drip loss)을 최소화해야 한다.


실제로 RF해동기술을 이용해 해동한 돼지고기 등심으로 돈가스를 제조해 관행 제품과 관능 비교한 결과 맛, 다즙성, 부드러운 정도 등 전반적인 평가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연구사는 “개발한 기술은 식육 가공공장이나 학교급식소와 같은 중규모 식당에서 빠르게 원료 육을 해동할 때 사용이 가능하다”며 “농진청은 코로나19로 못했던 RF해동기술에 대한 현장 연시회 등을 열어 다른 산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9일 [新농사직썰㊱]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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