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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대신 ‘칩’이 먼저 항암제 맞는다…뇌종양 치료반응 예측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8.18 11:48
수정 2026.08.18 11:48

KAIST, 환자 종양세포와 뇌혈관 환경을 미세유체 칩에 함께 구현

테모졸로마이드·베바시주맙 반응, 실제 치료 경과와 밀접하게 일치

관련 연구이미지. ⓒKAIST

환자의 뇌종양과 주변 혈관 환경을 작은 칩에 재현해 항암제 치료 반응을 미리 확인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환자에게서 얻은 세포를 확보하면 2주 안에 칩 제작과 약물 시험이 가능해 맞춤형 치료제 선택에 활용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KAIST는 기계공학과 안송이 교수팀이 성균관대 안중호 교수팀, 분당차병원 임재준 교수, 차의과학대 강윤정 교수팀과 교모세포종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혈액-뇌종양 장벽 칩’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암세포가 정상 뇌조직으로 빠르게 퍼지고 종양 특성이 환자마다 달라 치료가 어려운 악성 뇌종양이다. 뇌혈관의 혈액-뇌 장벽은 해로운 물질의 유입을 막지만 항암제가 종양에 도달하는 것도 방해한다.


연구팀은 환자에게서 얻은 교모세포종 세포와 뇌혈관 내피세포, 별아교세포를 미세유체 칩에서 함께 배양했다. 위쪽에는 혈관, 아래쪽에는 종양과 정상 뇌조직이 맞닿는 경계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었다. 혈관주위세포와 면역세포도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환자 3명의 종양세포로 각각 칩을 제작한 뒤 교모세포종 치료에 쓰이는 테모졸로마이드와 베바시주맙을 투여했다. 테모졸로마이드는 암세포를 공격하고 베바시주맙은 종양에 필요한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세 환자는 같은 유전적 특징을 지녔지만 칩에서 나타난 혈관장벽 상태와 항암제 반응은 달랐다. 혈관장벽이 크게 손상됐다고 치료 효과가 반드시 높아지지는 않았다. 약물이 장벽을 통과하는 정도뿐 아니라 종양 자체의 약물 민감도가 치료 반응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칩에서 확인한 환자별 혈관장벽 특성과 약물 반응은 실제 환자의 치료 경과와 밀접하게 일치했다. 기존 유전자 검사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종양 주변 환경과 약물 반응을 함께 평가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환자세포를 확보하면 2주 안에 칩 제작과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교모세포종 표준치료가 통상 수술 후 4~6주 이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치료 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연구팀은 병원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려면 다기관·다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임상 검증과 기관별 재현성 확보, 품질관리 기준 마련, 체외진단 검사 인허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칩으로 뇌의 국소 독성은 살펴볼 수 있지만 간·신장 손상이나 고혈압 등 전신 부작용은 판단할 수 없다.


안송이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유래 종양세포와 혈액-뇌종양 장벽을 함께 재현함으로써 환자마다 다른 치료 반응을 실제와 가깝게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해 교모세포종 환자의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신약 개발을 위한 전임상 평가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스몰’에 2026년 6월 27일 게재됐으며 학술지 앞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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