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新농사직썰㉜] 발효 시장에 도전장 내민 ‘쌀 유산균’…메가톤급 파워로 상륙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2.04.21 06:30 수정 2022.04.21 11:14

토종발효균주 이용한 새로운 시도

한국형 순식물성으로 효과도 만점

농진청 개발한 고품질 쌀 활용도 극대화


쌀 유산균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동물성으로 일관되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우리 쌀과 토종 균주의 조합은 향후 유산균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배군득 기자 쌀 유산균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동물성으로 일관되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우리 쌀과 토종 균주의 조합은 향후 유산균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에서 요구르트, 요거트 등 유산균 음료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어. 특히 프로바이오틱스는 최근 상당한 인기를 등에 업고 매출, 생산 등 모든 지표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도 충분한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야. 이런 유산균 시장에 우리 토종 쌀과 발효균주가 도전장을 내밀었어. 일반적으로 쌀하면 떠오르는 식품이라면 떡, 과자 정도이고, 조금 더 확대하면 막걸리까지 생각할 수 있는데 쌀 요거트라니 상상이 안되잖아. 그런데 농촌진흥청이 이 어려운 일을 해냈어. 그것도 식물성 유산균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거야. 쌀 유산균은 개발되자마자 기업에서 기술이전을 하려고 안달이야. 그만큼 시장성이 풍부하다는 얘기겠지.”


쌀로 유산균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과 연구가 필요하다. 쌀이라는 특성 자체가 고체성인데다 우유처럼 확장성이 크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품종으로 유산균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이유다. 개발자의 설명을 듣고도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갔지만 그래도 ‘쌀’이라는 고정관념이 지워지기는 어려웠다.


쌀 유산균은 관련 시장에서 획기적인 상품임에 이견이 없다. 오히려 동물성 유산균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식물성이라는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는 잇점이 더 돋보인다. 이미 대기업까지 뛰어든 유산균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누가 더 특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쌀 유산균이 더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8856억원에 달한다. 2019년(7415억원) 대비 19%, 2018년(5424억원)보다 63%나 성장한 수치다. 업계에선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년 건강기능식품 전체 시장 규모가 4조9805억원임을 감안하면 시장의 5분의 1을 프로바이오틱스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홍삼과 비타민 시장이 정체된 것과 반대로 프로바이오틱스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여파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면역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 판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유산균으로 대표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은 물론 인체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혜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는 “만성질환 증가, 식물성 식품시장 관심고조에 따라 쌀, 식물성 단백질, 토종균주를 접목한 식물성 발효 신소재 개발을 통한 시장경쟁력 선점이 필요하다”며 “식량작물의 새로운 이용으로 한국형 순식물성 쌀 발효 신소재 개발 및 현장 맞춤형 장류제조 기술 개발을 하게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쌀요구르트의 베이스가 되는 쌀 유산 발효물. ⓒ배군득 기자 쌀요구르트의 베이스가 되는 쌀 유산 발효물. ⓒ배군득 기자
◆쌀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다…토종 유산균과 환상의 콜라보


밥 짓고 떡 만드는 게 전부인 줄 알았던 쌀이 과자, 요구르트, 맥주, 점토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쌀요구르트는 우리 쌀에 전통 된장에서 분리한 토종 식물성 유산균(JSA222)을 접목해 만들었다. 100% 순 식물성요구르트다.


농진청 연구결과 총 아미노산 함량이 410.2mg/100g로 일반 유산균 발효물(268.0mg/100g)에 비해 1.5배이상 많다. 아미노산 종류도 23종으로 일반 유산균 발효물(16종)보다 7종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체내 합성이 불가능해 반드시 식이로 보충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은 쌀요구르트에 22.0mg/100g이 들어있다. 일반 유산균 발효물(1.8 mg/100g) 대비 12배나 함량이 높다.


영양 공급 및 장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는 쌀요구르트는 직장인・수험생 아침 대용식으로는 물론 우유 소화에 어려움을 겪거나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즐겨찾고 있다. 쌀요구르트 1회분 만드는 데 약 20g 쌀이 필요해 쌀 소비 촉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쌀 유산발효물 산업화 기술은 ‘2020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선정돼 사회가치 실현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로 인정받은 바 있다.


전통 된장에서 분리한 토종 식물성 유산균(JSA22)을 접목해 만든 쌀과자(라이스칩)도 있다. 수입산 밀로 만드는 일반 과자와는 달리 기능성 유산발효물이 첨가돼 있어 아이들 건강 간식으로 인기가 좋다. 달지 않고 고소하며 고온・고압으로 얇게 팝핑해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특허기술을 이전 받은 업체(미듬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한 제품(꼬꼬라이스칩, 꼬까라이스칩)이 올해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서 주관하는‘쌀가공품 품평회 TOP10’에 선정되기 했다.


최 연구사는 “쌀 유산 발효물은 유당불내증 및 장 건강 개선용 발효 음료, 유통기한 연장·풍미 개선용 제빵 소재, 면역 개선· 영양 보조제용 펫 푸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개선용 화장품 소재 등으로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쌀 유산균의 주 재료인 유산균 JSA222. 우리 전통장류인 된장에서 분리한 토종 식물성 유산균이다. ⓒ배군득 기자 쌀 유산균의 주 재료인 유산균 JSA222. 우리 전통장류인 된장에서 분리한 토종 식물성 유산균이다. ⓒ배군득 기자
◆국내 발효식품에 단비…쌀 발효로 ‘무한확장’ 나선다


쌀 유산균 연구개발은 국내 발효식품 시장에 단비와 같은 존재다. 특히 최근 만성질환을 보유한 국내 인구는 33.6%(약 1만7000만명)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효과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며 그 해결책으로 ‘식물성+장 건강’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장 건강 개선용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주로 수입 균주에 의존하고 있다. 동물성 식품 대체 시장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쌀을 이용한 식물성 발효 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기능성을 구명하는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화 기반도 착실하게 준비했다. 쌀은 우유에 비해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쌀 유래 단백질 소재인 쌀 배아(쌀눈)를 접목해 발효 효율과 영양성분을 개선시켰다.


쌀 발효에 적합 유산균은 전통장류에서 찾아낸 JSA22균주로 선발됐다. JSA22균주는 우수한 프로바이오틱 효과뿐 만 아니라 쌀에 부족한 라이신(Lysine)을 대조 균주에 비해 10배 강화 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쌀 유산 발효물은 우유 유산 발효물에 비해 우수한 건강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항산화 효과는 37배, 항염증 효과는 4배, 항균 효과 8%가 증가했다. 식이섬유는 2.2배, GABA 함량 4.6배 높게 나타났다. 또 사람 분변을 활용한 인체대장 모사 발효를 통해 장내 미생물 분포를 확인 한 결과, 장내 유익 균으로 알려진 락토바실루스(Lactobacillus)와 비피더스균(Bifidobacterium)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이 높아져 장내 환경(microbiome)이 개선된 것을 알아냈다. 실험쥐를 활용한 실험에서는 면역조절 및 비만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이같은 실험결과를 토대로 기업들 기술이전으로 개발된 제품들은 식용・비식용 품목으로 보고돼 다양한 산업소재로 사용 중이다.


쌀 유산균은 소화불량 등 동물성이 맞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식물성 요구르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향후 수출까지 준비 중이다. ⓒ배군득 기자 쌀 유산균은 소화불량 등 동물성이 맞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식물성 요구르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향후 수출까지 준비 중이다. ⓒ배군득 기자
◆2조원 규모 발효유 시장 정조준…식물성 요구르트 전성시대 연다


동물성 위주의 발효유 시장이 쌀 유산균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순 식물성 쌀 유산발효물 개발로 쌀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한 것이다.


현재 발효유는 약 1조8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2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 중 10%를 식물성 요구르트로 대체한다면 1800억원 시장조성과 함께 쌀 1200t 소비 효과가 예상된다.


우유에 비해 5배 이상 원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반응도 남다르다. 실제 쌀 유산발효 음료에 대한 수도권 지역 여성 소비자 반응 조사에서 90% 이상 패널이 구매의사를 보였다.


또 식물성 식품, 장 건강, 국내산 원료를 선호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기술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된 9건 기술이전이 체결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 2019년 소소 6차 산업연구소가 조사한 이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기술 편익 116억원, 생산유발효과 652억원, 고용 창출 267명으로 평가됐다.


기술 차별성, 활용성, 대체적,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관련된 전후방 산업을 확대시킬 수 있는 산업적 가치가 큰 기술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와 함께 장류(메밀속성장) 제조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농가경영체 소득이 2012년 이후 290% 증가 된 기술로 농가소득 향상 모델을 구축한 바 있다.


최 연구사는 "세계 식품 시장은 식물성 식품소재 과학화를 국가 중점 개발 과제로 추진 중이다. 국내시장 역시 식물성 소재화 시장은 도입단계로 산업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따라서 국내 토종자원을 활용한 식물성 신 발효 소재는 세계 식품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연구사는 이어 “이번 연구 중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식량작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쌀 등 주요 식량작물은 주로 밥, 떡으로 이용되거나 단순 가공 처리로 제조된 과자 등으로 활용돼 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유용 균주에 의해 기능성이 강화되고 품질이 향상된 ‘쌀 유산발효물+기능성장류’야 말로 국제 식품 트렌드에 부합된 한국형 식물성 신소재라는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4월 28일 [新농사직썰㉝]이 이어집니다.

'新농사직썰'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