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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내 반발에도 '김포공항 이전' 직진…송영길과도 엇박자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2.05.31 00:16
수정 2022.05.31 05:25

野지도부 "중앙당 공약 아냐…한 지역서 결정 못 해"

李, 당 내 선긋기에도 "새 항공시대 위해 추진해야"

宋 "제주도민 합의 없이 추진 안 해"…與 "李 고립"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윤호중(왼쪽), 박지현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경명대로 이재명 캠프사무실에서 ‘투표해야 이깁니다’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당내 반발에도 '김포공항 이전'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다. 인천과 수도권 서부 표심을 겨냥한 이 후보의 승부수가 지역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등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이 후보가 30일에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민주당의 자중지란의 가중되는 모습이다.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이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7일 김포공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합·이전하고 인천 계양과 서울 강서, 경기 김포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수도권 서부 개발' 공약을 공동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이 후보는 "김포공항이 이전하면 영종경제자유구역과 인천은 명실상부한 '공항경제권'을 형성해 대한민국 성장까지 견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 후보는 "청주공항이 (서울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대 거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강남 사람은 청주국제공항을, 워커힐(호텔) 동쪽은 원주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KTX로 해저터널을 연결하게 되면 비행기를 타고 갈 필요가 없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지역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등 6·1 지방선거 판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당 지도부는 연일 파장 축소에 부심하고 있다.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포공항 이전은 한 개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각 지역의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부의 정책으로 정책할만한가 안 한가, 이 판단은 차차 해봐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


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중앙당 공약이 아니다"라며 "각 지역에서 자기들 입장에서 자기 지역 입장에서 정책 제안을 하는 것이고, 해당 지역 후보들이 득표율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내놓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론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선을 그은 것이다.


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도 같은 날 BBS라디오에서 "어쨌든 장기적으로 검토는 해 봐야 되는 연구 과제 아니냐는 차원에서 초장기 연구 과제 검토 협의를 한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보면 너무 과하게 띄운 것"이라며 "그런 정도로 당내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조응천 비대위원 역시 CBS라디오에서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대선 때 송 후보가 엄청 밀었고 이 후보가 상당히 관심이 있던 것"이라며 "제가 여러가지로 분석해서 이거는 안 되는 것이라고 그때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이어 "몇 달 사이에 그게(김포공항 이전) 되겠냐"며 "슬롯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은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이 지금 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중앙당 차원에서 공감한 공약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수도권 서부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인천 계양구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진행한 합동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할 경우 제주 관광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는 주장은) 저는 좀 모자란 생각이거나 악의적 선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주지역 등 당내 반발과 관련해서는 "지역과 위치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면서 "계양을 위해서도, 인천을 위해서도, 수도권 서부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항공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일부 제주와 관련된 관광 활성화와 관련되어서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셨지만 그런 타격과 관련된 것은 기우"라며 이 후보를 엄호했다.


그러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함께 발표한 송 후보가 국민의힘 공세와 당내 반발을 의식해 한 발 물러서면서, 이 후보의 주장에 다소 힘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송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민의 합의 없이는 추진될 수 없다. 중앙정부의 동의도 필수적"이라며 "지금은 공약 단계이고 공론화가 필요하다. 당연히 수도권, 충청, 호남, 제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송 후보는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다고 후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며 "이 후보만 남고 고립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李 "김포~인천 10여분 걸린다" 발언도 논란


한편, 이 후보가 이날 김포공항을 이전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 그 이유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33.5%㎞)'라고 한 발언이 정치권 안팎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후보의 주장과는 달리 김포공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전철 이동 시간만 인천공항 1터미널까지 38분, 2터미널까지는 45분이 소요된다. 게다가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고속전철은 없다. 2014년부터 인천국제공항발 고속철도(KTX)가 운행됐지만 이용률이 저조해 2018년 폐지된 데다, 김포공항에 정차하지도 않았다.


이 대표는 "이용객들이 탄도미사일을 타고 날아갈 것도 아니고 직선거리로 교묘하게 국민들을 속이려다 걸렸다"고 지적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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