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봉 반이면서…본인이 퐁퐁남이라는 남친과 결국 파혼했습니다"
입력 2022.05.22 16:32
수정 2022.05.22 17:35
결혼 준비 과정에서 자신을 '퐁퐁남'이라고 지칭하는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한 여성의 사연에 누리꾼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본인이 퐁퐁남이라던 남친과 파혼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퐁퐁남'은 주방세제의 대표적 브랜드인 '퐁퐁'과 '남(男)'을 합성한 단어로, 젊은 시절 연애 경험 없는 남성이 연애 경험 많은 아내와 결혼 후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경제권을 빼앗기고도 가사노동·육아 등의 상황에서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을 조롱하는 신조어다.
올해 서른 넷이라는 작성자 A씨는 "친한 친구의 회사 후배였던 한 살 어린 남자친구와 1년 정도 연애하고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혼하게 됐다"며 글을 시작했다.
만남을 시작하던 당시 A씨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모아둔 결혼자금으로 유학을 다녀온 탓에 남자친구에게는 당분간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손 벌릴 염치도 없고 지금은 커리어를 쌓아야 할 시기라 가까운 미래에 결혼할 생각이 있다면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도 했다는 것.
A씨는 "그도 역시 괜찮다며 결혼할 생각이 아직은 없다기에 만남을 이어갔는데, 8개월쯤 됐을 때 갑자기 프로포즈를 하더라"고 전했다.
당장 쓸 수 있는 결혼자금이 없었던 A씨가 당황하자 그의 남자친구는 "괜찮다, 8천정도 모아놨고, 집에서 집도 해주기로 했다"며 설득했다고. 이에 A씨는 "미안한데 그럴 수 없으니 헤어지자"고 했으나 남자친구는 "나보다 네 연봉이 두 배 정도 많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똑같으니 상관없다"고 말했다는 것.
A씨는 "이렇게 생각해주는 남자친구에 고마움을 느껴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며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5천만원을 보태주시고, 모아둔 2천 만원 정도가 있어서 총 7천만원을 결혼자금으로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양가 부모님과 상견례도 마치고 결혼식장도 잡아둔 상태로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돼 가던 중 남자친구는 갑자기 A씨에게 "자기는 좋겠다"라며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퐁퐁남이란 걸 봤는데 나와 비슷한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
이에 '퐁퐁남'을 검색해본 A씨는 "과거에 문란하게 놀았던 여자와 연애 경험은 없지만 능력 좋은 남자가 결혼하게 되면 그 남자를 퐁퐁남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며 "어이가 없어서 '지금 내가 과거에 문란하게 놀았고, 능력도 없는 여자인거냐'고 따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외국에서 오래 생활을 했으니 과거에 누굴 만났는지 어떻게 아냐"면서 "난 모아놓은 돈 8천에 부모님이 4억 정도의 집을 해주시는데 너는 7천만원에 결혼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박했다는 것.
A씨에 따르면 남자친구는 지방 토박이로 대학교까지 그 곳에서 마치고 연봉 삼천만원 정도를 받으며 지역 공단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은 지역 유명 식당을 운영하며 노후준비까지 마쳤다고.
A씨는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를 외국에서 마치고 한국서 대기업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한 뒤, 다시 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현재 외국계 기업 본사에 소속해 6천만원 후반대 연봉을 받으며 현재 재택근무 중이라고. 사업을 했던 A씨의 아버지와 회계사였던 A씨의 어머니는 현재 은퇴한 상태로 작은 상가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를 생활비로 쓰고 계시며 역시 노후준비는 다 되어있다고 한다.
이 같은 조건에서 '퐁퐁남'이라고 자신을 지칭한 남자친구의 발언에 A씨는 "눈물이 왈칵 나왔다"며 결혼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남자친구는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집 앞까지 찾아와 미안하다고 했지만 A씨는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추가글을 통해 A씨는 "왜 본인을 퐁퐁남이라고 칭했는지 물어보니 자기가 집까지 해오면 4억 8천 정도를 해오는 건데 제가 해오는 건 7천만원이라 자기가 더 많이 해온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그랬다더라"며 "남자친구는 '그냥 생각 없이 말했고 과거에 문란하게 놀았을 거라고 본인이 확대 해석 한 건 미안하다'고 하는데 거기서 정이 더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나 저러나 자기가 더 많이 해오니 고마워하라는 소리같더라"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일단락 지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에 누리꾼들은 "결혼은 본인이 밀어붙였으면서 웬 유세" "저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다니" "결혼했으면 저 말을 몇 번이고 했을 듯" "결혼할 상대를 문란한 여자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어이없다" "연봉 3천으로 무슨 퐁퐁남 타령이야" "결혼 전 미리 알아서 다행이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솔직히 남자가 저 정도 해오면 생색낼 수 있지" "금액적으로 따지면 남자가 거의 다 해오는 거 아닌가" "4억8천 대 7천이면 갭이 너무 크잖아요"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외에 "퐁퐁남이란 단어는 너무 악질적이다" "불쾌감 주는 단어들 좀 사라졌으면" 등 댓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