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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96)] 13년의 밴드 생활,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차수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4.14 13:31
수정 2022.04.14 13:31

"대중들에 '우산' 같은 가수 되고 싶어"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보컬 차수연입니다.”


차수연은 18살, 어린 나이부터 인디씬에서 락 밴드 보컬로 활동하며 차근히 자신의 필모를 쌓아왔다. 지난 2018년부턴 밴드 포세컨즈에 합류하면서 첫 싱글 ‘리얼리티’로 데뷔해 활동했고, 지난달 14일 리마스터 앨범 ‘꽃’을 발매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밴드의 구성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데뷔 13년 만에 싱어송라이터로 홀로서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흔치 않은 여성 록 보컬로서 활동하면서 넘어질 때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직접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면서 꾸준히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4년간의 포세컨즈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는 생업을 위해 밴드와 병행했던 일을 접는 용기를 냈다.


ⓒ스타더스트이앤엠

-먼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 먼저 들려주세요.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나요?


음악에 대한 관심이 또래에 비해 낮은 아이였어요. 한창 아이돌 가수들이 대세였던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어떤 음악도 제 귀에 들어 온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저희 친언니가 들려준 밴드 자우림의 ‘낙화’를 듣고 밴드 사운드의 매운맛에 취해 국내부터 해외까지 밴드 음악을 찾아 들었죠. 그 이후로 뜬금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나는 락에 취해버렸어. 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어요.


-그냥 음악을 하는 것과 ‘업’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르잖아요.


그렇게 락음악에 미쳐 살았지만 집에서 음악을 하게 해줄 형편이 되지 않았던 터라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됐어요. 졸업 후에 바로 취업을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했죠. 그렇지만 밴드를 하고 싶어서 검색을 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밴드 멤버 모집 공고를 보게 됐어요.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다 보니 보컬로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이 된 거죠. 그때부터 밴드를 시작하게 됐고, 취업을 해서도 마찬가지로 활동을 계속했어요. 그러다 포세컨즈라는 팀과 만나게 되어 얼마 전까지 함께 했고요. 나름 열심히 해온 덕인지 소속사와도 연결이 됐어요. 두 번 다신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과감히 생업을 접고 온전히 음악에만 전념하게 됐어요. 그게 2021년의 겨울이니, 그리 오래 되진 않았네요(웃음).


-현재 소속돼 있는 록밴드 포세컨즈 이전, 인디씬에서 활동하고 있었다고요. 그 당시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18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때부터 여러 밴드를 전전했어요. 음악적 견해가 맞지 않는 경우들이 아무래도 좀 많았거든요. 이런 갈등은 어느 곳에나 존재 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음악적 색이 맞는 팀을 찾고, 만나는 과정 자체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포세컨즈로 활동하신지는 4년여가 됐어요.


맞아요. 올해까지 포함하면, 13년 밴드 생활 중에 4년을 포세컨즈로 지냈네요. 그런데 지난 12년 동안은 18살 때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잘하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도 없었고, 제게 더 나아가자 해준 사람도, 혹은 방법을 알려준 사람도 없었거든요. 전 제가 더 잘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열심히 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커요. 92년생, 31살인 지금의 1년을 잘해내고 앞선 12년 동안의 저에게 ‘괜찮아, 그땐 그럴 수 있어. 지금 이렇게 잘하잖아’라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혼동의 시기를 거쳐 온 것 같네요.


아무래도요. 하하. 사실 2년에 한 번씩은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제가 노래하는 방식이 갑자기 마음에 안 들거나, 내 목소리가 싫어지거나…. 그리고 가장 힘들었을 때는 사랑하는 제 반려묘가 고양이별로 떠났을 때였어요. 나름 열심히 준비한 큰 공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반려묘를 보고 작사한 곡이 있었거든요. 그걸 무대에서 불러야 하는데 부르다가 울어버리거나 주저앉아 버리면 어쩌나 생각이 될 정도였어요. 다행히 공연 때는 사고 없이 잘 마쳤지만요. 그런데 그 후로 노래를 할 때 있어서 감정을 싣는 것이 너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때의 해결책은 시간이었어요. 사실 이런 종류의 슬픔에서 오는 슬럼프는 시간이 답이라는 생각밖엔 안 들더라고요.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나도 여전히 그 친구가 너무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지만요. 하하.


ⓒ스타더스트이앤엠

-직접 가사를 써왔어요. 포세컨즈의 가장 최근 곡인 ‘꽃’도 그렇고요.


맞아요. ‘꽃’은 귀에 익숙한 한국식 멜로디의 락 발라드 곡입니다.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그 무언가를 대상화한 것.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 ‘꽃’이며 그리움의 대상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내용과 함께 꺾이지 않는 자아에 대한 내용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가사를 쓸 때 주로 실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거나, 영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꽃’을 비롯해 ‘리얼리티’(Reality) ‘중독’ 등은 모두 실제적인 경험과 보고 들은 것들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고요, 그 외에는 작곡된 곡을 들으면서 곡에 어울리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찾아내는 과정을 거쳐요. 그렇게 제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가사를 통해 어떤 말들을 전하고 싶을까요.


실제 성격도 돌려서 말을 잘 못해요. 마찬가지로 가사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쓰기 때문에 대부분의 곡들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단순하게 드러나요. 하하. 그리고 리스너분들이 다양하게 해석해주는 것도 좋아해서 저의 해석으로 틀을 정해놓는 것 보다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차수연의 매력, 차별점이 있다면?


이야기하기 낯부끄럽기도 하지만 제 주변인들의 시야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심이 많아요. 같은 걸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기 마련이잖아요. 그 부분에서 배울 점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어떤 의견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는 것에 흥미를 느껴요. 그래서 저의 질문 자체를 즐거워하는 친구들고 있고요. 이런 것들이 모여서 또 다른 저의 생각, 저의 대리경험으로 쌓이고 넓은 시야를 배워갈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차수연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해야 진정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까’라는 게 지금의 가장 큰 고민이에요. 다들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하니까 아티스트라고 불러주긴 하지만, 제 생각엔 아니거든요. 저는 그저 ‘일반인’이라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가 ‘아티스트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가장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부분은?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배우고 있는 게 가장 큰 흥밋거리에요. 음악프로그램을 다뤄 본 적도 없고, 음악을 배운 적도 없거든요. 최근 더더밴드의 김영준 프로듀서님께 음악을 배우고 있습니다. 분명 어렵고 매우 낯설지만 음악을 배우고 있으니 광범위하게 넓은 이 영역에 드디어 발을 내딛은 느낌이 난다고 할까요? 하하. 배우고 연습하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가장 큰 흥미이자 행복입니다.


ⓒ스타더스트이앤엠

-앞으로 밴드가 아닌, 솔로로 활동 계획하고 계신 거죠?


제 음악을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 솔로 앨범도 준비를 할 거예요. 솔로 가수로서 차수연은 직접 곡의 방향성을 짚어나가면서 하나의 색이 아닌, 제가 가진 여러 가지 색을 활용해서 언제나 대중들과 공감할 수 있는 곡들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하지만 밴드 사운드도 포기 할 수 없기 때문에 차후 밴드 사운드를 통해서도 대중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입니다.


-솔로 차수연의 계획을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사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현재는 제가 직접 곡을 만들어서 앨범을 낼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대중들의 옆에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제 방향성이고, 현재는 작곡 레슨 과정을 밟아가고 있으니 어떤 음악으로 처음 만날지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수 차수연으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를 꼽자면?


사람입니다. 정확히는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요. 이렇게 늦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음에도 늘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분들,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 한명 한명 모두 잊지 않고 있습니다. 뜬금없지만 다들 사랑해요. 하하.


-지금까지의 활동 중 터닝 포인트가 돼 주었던 사건이나, 인물이 있을까요?


네, 지금 소속사인 스타더스트이앤엠에 너무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계약 당시에도 제가 마음의 상처가 있어 멘탈이 좋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부분을 염려하시기보다는 걱정과 위로,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거든요. 언제나 잘 챙겨주시고, 보살펴 주셔서 잘 회복할 수 있었고 이렇게 좋은 기회까지 주셨잖아요. 너무 감사드려요(웃음).


-대중에게 어떤 가수로 비춰지길 바라실까요?


‘우산’ 같은 가수라면 좋겠어요. 비가 오면 대신 비를 맞아드리고, 해가 너무 뜨거우면 햇빛을 막아주기도 하면서요. 저는 우산을 그냥 양산으로 쓰기도 하거든요. 하하. 사는 게 힘들다는 생각들 많이 하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힘든 마음들에 우산 씌워드릴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차수연 씨의 최종목표를 들려주세요.


세상에 두 번 다시없을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재미있게 살았으면 합니다. 밥상을 엎어도 그냥 ‘푸하하’ 웃어버리면 재미있는 일이 되더라고요. 저도 여러분들도 그런 나날이었으면 합니다. 웃으며 살다가 언젠가 무대 위에서 여러분들과 만나는 것, 그리고 그때엔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크게 웃는 것. 그게 제 최종 목표입니다. 우리 그렇게 만나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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