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에 등경유 마진 치솟아…정유사 2Q도 兆 단위 찍을까
입력 2022.03.31 12:31
수정 2022.03.31 12:35
러 제재로 등경유 수급 불안 자극…두 달 새 가격 40% 급등
1Q 등경유 정제마진 전년비 3~4배 치솟아…2Q 연속 호조 전망
등·경유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對)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수급 불안을 자극하고 있어서다.
코로나로 쪼그라들었던 등·경유 정제마진은 1년 새 3~4배 급등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수요가 뒷받침되는 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2분기에도 조 단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3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경유(디젤, 0.05%) 가격은 올해 1월 월평균 배럴당 97.85달러에서 3월 현재 40.7% 오른 137.7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등유는 39.3% 상승한 127.7달러로 뛰었다. 등·경유 가격 상승세는 휘발유(가솔린) 상승세(33.9%)를 넘어선다.
이중 경유는 미국 등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가장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달 초 러시아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출 비중이 큰 러시아 주수입원을 차단해 경제 숨통을 죄겠다는 목적에서다.
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 수급에 대한 시장 불안이 더욱 증폭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수입에서 러시아산 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경유차·경유발전 등 그간 높은 수요를 유지했던 유럽으로서는 이번 러시아산 공급 축소 우려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럽은 폭등한 LNG 가격으로 그간 디젤 발전이 늘고 있었고 디젤차 보급도 많아 수요가 많았다"면서 "이번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 등으로 시장 불안심리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발전용 및 군용 경유 수요 증가와 러시아산 공급 축소가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등으로 글로벌 정유사 가동률이 축소된 점도 수급 불안을 자극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경유 재고는 올해 1억1400만 배럴로 전년과 비교해 20.3% 감소했다. 유럽과 싱가포르는 각각 16.3%, 45.5% 적은 3억8600만 배럴, 800만 배럴이다. 재고가 감소하면 수급은 더욱 타이트해지고 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경유 정제마진 배럴당 30달러 돌파…올해 최대
수요 대비 공급 축소 우려가 높아지면서 등·경유 정제마진은 올해 들어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월평균 경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 등유 역시 2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최근 30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초 코로나 여파 등으로 경유와 등유의 정제마진이 한 자릿수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평균 경유 정제마진은 21.6달러, 등유는 16.1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4배 이상 급등했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급등에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조 단위 영업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특히 1분기 호실적이 유가 급등으로 인한 재고평가이익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면 2분기는 재고 손익 보다는 석유제품 판매 증가와 정제마진 상승 효과가 주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정유사들의 등·경유 비중이 5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복합정제마진은 15~20달러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유 및 석유제품 가격 급등이 정상적인 수요 회복 보다는 수급 불안 요인이 더 큰 만큼 호실적을 단언하기만은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 상반기 유가 폭등으로 정유사 실적이 개선됐지만 하반기에는 유가 급락에 손실을 본 사례가 있다"면서 "현재 유가 변동성이 높아졌고 지정학적 환경도 급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