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60, 세워만 놨을 뿐인데 더 똑똑해졌다
입력 2022.03.27 07:00
수정 2022.03.25 17:28
무선 SW 업데이트로 직각, 평행, 사선주차까지 자율주차 가능해져
'차량 원격 진단 기능' 추가로 문제점 사전 파악…입고 기간 최소화
하루가 다르게 첨단 기술이 반영되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자동차 업계에서 살 때는 ‘최신형’이었으나 몇 개월만 지나도 ‘구식’이 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큰 돈을 들여 구매해 오랜 기간 사용해야 하는 내구재인 자동차가 그런 꼴이 되는 건 누구에게든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런 상황은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고민거리다. 첨단 기능에 민감한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시로 차를 가져다 업그레이드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게 바로 OTA(Over-The-Air)를 활용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이를 활용하면 서비스센터에 방문하지 않고도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차량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8년부터 주요 모델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을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한 커넥티드 서비스 부문에 도입해 이와 관련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제네시스 GV60에 대해 진행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기존 주차 보조 기능을 자율주차에 가까운 수준까지 강화하는 수준으로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이번 GV60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적용 영역이 인포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전기차 통합 제어장치, 서스펜션,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에어백 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이를 통해 자율주차 관련 기능과 차량 원격 진단 기능이 강화됐으며,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구성하는 일부 기능까지 새롭게 추가됐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1을 장착한 GV60를 대상으로 주차 거리 경고, 주차 충돌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 기능을 대폭 강화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향상했다. 기존 초음파센서 외에 광각 카메라를 추가로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장애물 감지 능력을 강화한 덕분이다.
기존 GV60의 주차 거리 경고 기능은 차량과 전면과 후면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로 국한됐었으나 업데이트를 총해 차량 측면에 있는 장애물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됐다.
클러스터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에 차량 주변 전후좌우에 위치한 장애물과의 거리를 3단계로 표시하며, 만약 차량의 측면 이동 경로 안에서 물체를 감지하면 경고음으로 이를 운전자에 알린다.
주차 충돌방지 보조는 시속 10km 미만의 저속 주행 시 주변 물체와 보행자를 감지해 충돌 위험이 판단될 경우 경고 및 제동을 돕는 안전 기능이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차량 전면과 측면에 있는 장애물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기능이 개선됐다.
기존에는 차량이 후진할 때 차량 후면부에 있는 장애물만 감지한 반면, 업데이트 이후에는 전진 시 차량 전면부와 측면에 있는 장애물까지 감지해 주차 중 모든 방향의 충돌 위험과 이동 경로의 충돌 위험을 경고하고, 상황에 따라 스스로 제동해 사고 위험을 줄여준다.
주차공간을 탐색하고 스티어링 휠, 차속, 변속 등을 자동으로 제어해 주차와 출차를 돕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운전자가 차량 내부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스마트키를 통해 원격 제어하는 기능으로 기존에는 주변에 다른 차량이나 기둥과 같이 기준이 되는 별도의 물체가 있어야만 주차 보조 기능 사용이 가능했으나, 업데이트가 적용된 GV60의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는 주차선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직각, 평행, 사선주차 등 실제 운전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주차 공간에 모두 대응이 가능해졌다.
GV60에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서비스센터에 입고하기 이전에 원격으로 차량 문제를 진단하는 ‘차량 원격 진단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이는 서비스센터에 정비를 예약한 차량을 원격 진단하는 기능으로, 원격 진단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분석하며, 서비스센터에 차량 입고 시 정비 시간을 단축해준다.
서비스센터에서 원격 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거나, 이에 필요한 부품을 입고 시기에 맞춰 조달할 수 있도록 미리 대응하여 차량 입고 기간을 최소화하는 등의 대처가 가능해진 것이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은 평소와 같이 주행하는 동안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다운로드하며, 주행을 마친 후 주차된 상태에서 자동차 스스로 진입 조건을 판단한 뒤, 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업데이트를 실행한다. 이후 업데이트가 완료되면 그 결과를 운전자의 스마트폰으로 전달해 안내한다. 즉, 업데이트를 위해 운전자가 별도로 해야 할 일은 전혀 없다.
GV60가 별도의 장비를 추가하지 않고도 무선 업데이트만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던 것은 ‘센서퓨전(Sensor fusion)’기술 덕이다. 센서퓨전이란 여러 종류의 센서에서 나오는 정보를 융합하는 것으로, 완전 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필수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라이다, 레이더, 전방 카메라, 후측방 카메라, 초음파센서, 정밀 지도 및 GPS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센서의 장점만을 활용하는 까닭에 한층 정교한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카메라는 물체의 종류(보행자, 차량, 이륜차)와 이동 방향을 감지하는 데는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하지만 물체의 속도와 거리를 감지하는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레이더는 카메라와 상반된 특성을 갖는다. 해당 물체의 속도와 거리를 정확하게 감지하지만, 물체의 종류를 구분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측정하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센서퓨전 기술이다. 카메라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영상 정보를 얻은 뒤, 라이다 또는 레이더로 해당 물체와의 거리 및 속도를 감지하면 보다 안전한 자율주행 제어가 가능해진다.
GV60의 이번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업데이트는 물체와의 거리를 감지하는 초음파센서와 사각지대 주행 차량을 경고하는 광각 카메라의 정보를 함께 활용해 자율주차와 관련된 새로운 기능을 구현했다.
기존 센서와 설계를 활용하므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없는 데다 고장에 대한 우려도 적으며, 추후 해당 기술을 다양한 모델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에도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