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검찰주의자' 김오수…억지로 방 빼면 역효과?
입력 2022.03.18 05:17
수정 2022.03.17 22:17
국민의힘 권성동, 金 자진사퇴 촉구…金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수행" 사실상 거부
金 '검찰권 분산' 개혁안에 일부 반대 기조…민주당 "검찰주의자 모습 보여"
尹 "金 심성 착하고 좋은 사람, 친분 적지 않아"…'金 유임' 염두 해석 나오기도
법조계 "김오수 임기 보장하며 서로 협력하는게 尹 사법공약 실현에도 유리할 것"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자,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임기 사수 의지를 표명했다.
김 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주요 과제인 '협치'를 이루고 검찰 독립성 및 중립성 구현 등 사법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김 총장과 협력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정권은 김 총장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야권의 반발을 물리치고 임명을 강행했다. 김 총장은 박상기,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한 이력 등으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취임 후 정권의 각종 비리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도 잇따랐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아 있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서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김 총장은 '문재인 정권 편향인사'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다르게 검찰 권력을 축소시키려는 검찰개혁안에는 종종 반기를 들었다. 여권 일각에서도 검사 출신인 김 총장이 속내는 '검찰주의자'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김 총장은 검찰 내부망에 "최선을 다한 수사팀의 의지와 용기에 진심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여권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목했고 이는 검찰개혁을 정당화하는 주된 근거가 됐지만, 김 총장은 이와 배치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또 김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국가 전체의 반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고, 검찰의 정보수집 기능 폐지에 대해서도 "범죄와 관련된 최소한의 정보수집 기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이에 김용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후보자(김오수 총장)가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인지 아직까지 판단 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정청래 의원도 "김 후보자에게서 검찰주의자의 모습을 봤다, 검찰 개혁에 대한 소신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김 총장은 취임 한 달 만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직제개편안에 반대하고, 친정권 인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을 전하며 불협화음을 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요구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에 반대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였고, 박 장관의 검사장 외부 인사 영입 시도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은 친정부 인사로 평가되지만 그래도 기본은 검찰 출신인 만큼 검사로서의 정체성 또한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적 법 집행을 결정하는 위치까지 오른 인물이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만 할 것이란 기대는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행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김 총장은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윤 당선인의 사법공약에 협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수처 권한 축소 및 폐지, 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윤 당선인과 김 총장이 사적으로 좋은 관계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면 김 총장과 같이 일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김 총장은 심성도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근무도 여러 차례 함께 했었다. 친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또 "검찰총장은 임기가 있는 데다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잘 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고 언급해 김 총장의 유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법조계 안팎에서도 김 총장은 원만한 성품과 친화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만큼 정권과의 불화는 피해 갈 것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윤 당선인이 정권 주요 과제로 '통합'과 '협치'를 제시한 점에서도 김 총장과의 협력관계는 중요하다. 특히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권의 퇴진 압력에 맞선 전례가 있다. 대통령이 된 윤 당선인이 김 총장에 똑같이 퇴진 압박을 가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과 함께 민심 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사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김 총장은 검찰의 독립성 강화에 대해 윤 당선인과 방향성이 같아 보이고, 서로 관계도 좋은 만큼 무리해서 쫓아낼 이유가 없다"며 "윤 당선인은 김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며 서로 협력하는 게 민심을 아우르고 사법공약을 실현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노골적인 퇴진 압박은 선거에서 승리한 당의 오만함을 너무 일찍 드러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윤 당선인과 별도의 상의도 없이 충성심을 보여주려다 이번 악수(惡手)를 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