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정주행’ 트렌드 만든 넷플릭스, 쪼개기 공개에 담긴 속내
입력 2022.03.06 10:48
수정 2022.03.06 10:49
"비싼 돈 주고 정주행 안된다고?" 이용자들 불만 잇따라
회차 끊어 순차적 공개...구독자 '록인 효과' 겨냥
“정주행 안 되면 비싼 돈 주고 굳이 넷플릭스를 왜 보나요?”
넷플릭스가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의 회차를 끊어서 순차적으로 올리는 정책을 도입하는 등 ‘드라마 등 콘텐츠 몰아보기’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넷플릭스의 강점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달라진 정책에 대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기묘한 이야기 4’를 5월 27일과 7월 1일로 나눠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또 다른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종이의 집 시즌 5’도 지난해 9월과 12월로 끊어 공개한 바 있어 향후 더 많은 콘텐츠에 이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넷플릭스는 ‘전편 몰아보기’를 통해 ‘정주행’할 수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청 트렌드를 만든 플랫폼으로 꼽힌다.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 역시 1~8회차를 한 번에 공개했고, 지난달 25일 공개된 ‘소년심판’도 10개 회차를 한 번에 오픈했다.
미국 미디어 리뷰 채널 씨넷(CNET) 등 일각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쏟아진 에피소드를 몰아보지 않는다”며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를 반겼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넷플릭스가 초심을 잃었다” “넷플릭스의 강점이 사라졌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실제 코로나19로 OTT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이용자들이 이른바 ‘정주행’으로 콘텐츠를 소비한 덕이 컸다. 디즈니 플러스나 애플 등은 물론 국내 OTT들도 쪼개기 공개를 기본 정책으로 하고 있으나,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타 OTT에서도 정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전편 공개 시스템을 조금씩 도입하고 있는 터였다.
한 예로 웨이브의 ‘트레이서 시즌2’는 지난달 18일 8회차를 모두 공개한 직후 5일 연속 웨이브 드라마 시청 1위 및 신규 가입자 견인 콘텐츠 1위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시즌 1까지 시청 시간 상위권으로 역주행하며 ‘트레이서’ 전 시즌 정주행 열풍을 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쪼개기 공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다.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쪼개기 공개’ 정책을 점차 늘리는 이유로 구독자의 ‘록인 효과’(이용자를 묶어두는 것)를 꼽았다. 굵직한 글로벌 OTT 경쟁작들의 도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다. 특히 여러 시즌을 걸치면서 인기가 검증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순차 공개작으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최근 구독료를 17%가량이나 인상한 데다 정주행 정책에까지 변화가 감지되면서 구독자 이탈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지난 1월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1241만명으로 전월 대비 6만7000명 가량 줄어든 상태다. 요금 인상 발표 이후 연속으로 이용자 수 하락을 보였다. 넷플릭스의 유료결제자 수는 지난해 10월 538만명, 11월 507만명, 12월 477만명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넷플릭스는 이미 압도적인 사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탈 현상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더구나 최근 요금 인상 발표 이후 이용자수가 꾸준히 하락한 데다 넷플릭스의 강점으로 꼽혔던 정주행까지 불가능하게 된다면 보고 싶은 작품만 보고 구독을 해지하는 이용자들을 잡아 두기 위한 이 전략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넷플릭스가 쪼개기 공개에 대한 여론을 반영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오징어 게임’과 같은 국내 시리즈는 물론이고 세계적 흥행작들도 끊어져 공개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