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 약으로 먹칠한 러시아, 전쟁으로 고립 자초
입력 2022.02.28 00:00
수정 2022.02.27 22:50
동계올림픽 약물로 논란됐던 러시아, 전쟁국으로 낙인
각국 강력 규탄·제재와 함께 스포츠계도 반 러시아 움직임
월드컵 PO 등 러시아 개최 대회 및 경기 잇따라 취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과 서방이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와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반 러시아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9월 국가 주도로 도핑검사를 조직적으로 은폐 및 조작한 사실이 발각돼 2020년 12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2년 동안 올림픽·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은 국기나 국명, 국가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기이한 소속명과 상징기를 달고 개인 신분으로 참가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망신을 당한 러시아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여자 피겨스케이팅 카밀라 발리예바(16)의 도핑 파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단체전 시상식도 하지 못하게 된 경쟁국에 대한 사과와 진지한 반성은 고사하고 발리예바가 포함된 단체팀에 정부 훈장을 수여해 “그들만의 잔치”, “구제불능 나라”라는 냉담한 평가를 뒤집어썼다.
약물로 얼룩진 러시아가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국’으로 낙인,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발, 다음 달 예정된 러시아와의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플레이오프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스웨덴 축구협회도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러시아와 맞붙을 경우, 경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코 역시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침략 속에 축구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로 변경했다. 9월 러시아 소치서 예정된 F1 월드 챔피언십 러시아 그랑프리도 취소됐다. 국제유도연맹(IJF)은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IJF 명예총재 지위를 박탈하면서 오는 5월 러시아 카잔서 열리는 그랜드슬램 대회를 취소했다.
“패럴림픽 폐막 일주일 뒤까지 휴전하겠다고 한 결의를 러시아 정부가 위반했다”고 성명을 통해 규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촉구에 따라 국제체조연맹(FIG)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계획된 월드컵 등을 취소했다.
전날만 해도 “스포츠는 항상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며 세계선수권대회를 러시아에서 개최할 뜻을 내비쳤던 국제배구연맹(FIVB)도 6~7월 러시아에서 치르기로 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다른 곳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에서 예정된 스포츠 대회와 경기를 취소하고 장소 변경 추진을 넘어 러시아 기업의 후원을 받아온 구단들도 속속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러시아 항공사와의 후원 계약을 취소할 예정이다. 독일 명문 샬케04는 16년 동안 메인스폰서였던 러시아 석유회사 가즈프롬 로고를 유니폼에서 삭제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첼시를 명문구단으로 끌어올린 러시아 출신의 ‘푸틴 측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구단 운영 권한을 포기하는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 러시아인들의 입지도 급격히 좁아졌다. 러시아인들도 반대하는 전쟁으로 러시아는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