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으로" 눈물 삼킨 지바롯데, 사사키 MLB 도전 지원…팬들도 박수로 성원
입력 2024.11.18 10:48
수정 2024.11.18 10:49
사사키 로키(23·지바롯데 마린스)가 팬들 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선언했다.
지바롯데 구단은 17일 홈구장 ZOZO마린스타디움에서 2024년 팬페스트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요시이 마사토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 3위와 클라이맥스시리즈(포스트시즌) 퍼스트스테이지 탈락을 언급하고 팬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2025년 우승을 목표로 세웠던 요시이 감독은 아쉬움을 삼키며 ‘특급’ 사사키를 소개했다.
요시이 감독은 “5년 동안 우리 팀에 큰 힘이 됐다. (확정은 아니지만)이제는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 같다.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팀을 배신하는 것인가”라며 실망했던 팬들도 이날은 사사키의 꿈을 응원하며 박수를 보냈다.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하더라도 내 야구 인생을 펼쳐보고 싶다”는 사사키의 진심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사사키는 이날 행사에서 "구단 지원으로 이번에 MLB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5년 동안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부상 탓에 괴로울 때도 있었는데 많은 분들의 힘으로 극복했다. 그동안 받은 뜨거운 성원을 등에 업고 미국에서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는 감사의 메시지와 함께 약속을 전했다.
미일 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25세 미만' 일본 선수는 MLB에 진출할 때는 마이너리그 계약만 맺을 수 있다. 에이스를 잃고 이적료도 많이 받을 수 없는 만큼 그동안 구단은 사사키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사사키와 갈등이 깊어지기도 했다.
이번 겨울 지바 롯데는 마음을 바꿔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사키는 MLB 팀들과의 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일 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사사키가 받을 수 있는 계약금은 최대 575만 달러(약 80억원), 지바롯데가 받는 보상금은 최대 144만 달러(약 20억1000만원)에 그친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지난해 12월, ‘25세’에 포스팅을 통해 LA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545억원)에 계약했다. 야마모토 원 소속팀 오릭스 버펄로스는 보상금 5060만 달러(약 708억원)를 받았다.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지바롯데는 긴 고민 끝에 사사키의 MLB 포스팅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
지바롯데는 지난 9일 "사사키는 우리 구단에 입단했을 때부터 MLB 진출에 관한 열망을 드러냈다"며 "사사키가 우리 구단에서 5시즌을 보냈다. 이제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사키는 구단을 통해 "한 번뿐인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더라도, 세계 최고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20년 지바 롯데에 입단해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시작한 사사키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신장 192㎝에서 내리 꽂는 강속구(시속 164㎞)와 고속 포크볼이 주무기다. 1군에서 활약한 4시즌 동안 9이닝 당 6.0개 안타만 허용했다.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했고 9이닝당 탈삼진 11.4개, 9이닝당 볼넷은 2.0개.
야구팬들이 잊지 못하는 커리어도 있다. 2022시즌 오릭스 버펄로스전에서 20세 5개월 나이로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에서 사사키는 9이닝 동안 무려 19개의 삼진을 잡았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 일본의 우승에 기여했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함께 마운드를 이끌며 7.2이닝 11탈삼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상 탓에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구속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사사키는 2023시즌 평균 99마일(약 159km)에 가까운 스피드를 찍었는데 2024시즌에는 96.8마일(약 155.7km)까지 떨어졌다.
최근 MLB 공식홈페이지 MLB.com은 "LA 다저스는 사사키와 계약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2024시즌을 앞두고 일본 출신의 ‘야구천재’ 오타니-야마모토와 계약을 맺고 이번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사사키와 지바롯데는 MLB 사무국을 통해 다음달 15일까지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해야 한다. 신청 시 45일 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