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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노조, 사외이사 추천 '4전 5기' 몽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02.15 10:02
수정 2022.02.15 10:03

국회 입법 바람 타고 재시도

경영 개입 논란만 재현 우려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신사옥 전경.ⓒKB금융그룹

KB금융그룹 노동조합이 이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다섯 번째 도전에 나섰다. 국회에서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 통과에 힘입은 움직임이지만, 반전을 노리기에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상황이 없어 이번에도 무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KB금융 노조가 또 다시 무리한 시도에 나서면서 경영 개입 논란만 재현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노조는 이사회 사무국에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전달했다. KB금융은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소 한 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


KB금융 노조는 임직원과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아 KB금융 지분 중 0.55%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소수주주 권리행사 특례조항에 따르면 주주제안을 하려면 발행 주식 총수의 0.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 시도는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다만, 이번에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이뤄진 제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만약 KB금융에서 노조 추천 이사가 현실화하면 민간 금융사 중 첫 사례가 된다. 지난해 9월에는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일지.ⓒ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번번이 고배…여론마저 '싸늘'


그러나 KB금융 노조의 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이번에도 불발될 공산이 크다. 노조 측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KB금융의 해외 사업에 김 후보가 전문가로서 취약점을 보완해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측은 현 이사회가 글로벌 비즈니스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KB금융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글로벌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다는 평이다. 특히 미국 국적으로 메트라이프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와 국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KB금융 노조의 무리수는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KB금융 노조는 2020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며 관련 경력이 있는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KB금융이 이미 업계 최초로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졌고, 결국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됐다.


외국인 주주의 부정적 인식도 걸림돌이다. 2020년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부결 역시 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여론마저 노조의 편이 아닌 실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불어난 막대한 대출과 그에 따른 이자 마진이 은행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난 탓이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 노사가 기본급 대비 300% 안팎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을 결정하면서, 직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경영 참여 논리도 힘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의 끊임없는 이사회 진입 시도는 외부에 경영권 혼란으로 비춰져 평판 리스크 악화를 초래할 수 있고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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