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올해도 정유로 돈 벌고 非정유엔 투자하고
입력 2022.02.03 06:00
수정 2022.01.28 19:55
'미운오리 '였던 정유 사업, 1년 만에 대규모 흑자전환
올해 석유 수요,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우세…실적 개선 기대감
올 정유 사업 수익 비중 높아질 듯… 수소, 배터리 등 신사업 투자 탄력
코로나로 크게 휘청였던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실적 부진의 주 요인이었던 정유 사업이 큰 폭의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올해 석유 수요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제품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정유사들은 본업인 정유 부문에서 수익을 내고 배터리, 수소 등 신사업에는 투자하는 '투트랙'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 3사는 지난해 모두 조 단위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작년 연결 기준 1조76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683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배터리 부문 등을 제외한 석유·화학·윤활유·석유개발 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2조6127억원으로, 각 비중은 석유 44.5%, 화학·윤활유 43%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2020년 당시 정유 부문에서만 약 2조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거뒀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는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도 석유제품 수요가 살아나면서 제품 마진이 반등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5~6달러 내외를 기록하는 등 손익분기점(BEP)을 상회하며 수익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 사업은 유가 상승 및 등·경유 등 제품 마진 상승으로 시황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역시 작년 2조306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2020년과 비교해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중 정유 사업 영업이익은 1조277억원으로, 전체에서 44.6% 비중을 차지했다. 2020년 1조704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지 1년 만에 환골탈태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작년 영업이익이 1조142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7일 사업 부문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정유 부문 이익 비중이 전체의 43%였던 점을 감안하면 정유 부문 연간 영업이익은 4900억~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달 중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 역시 비슷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정유 업황 개선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1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79만 배럴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억10만 배럴) 수준을 69만 배럴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IEA 역시 올해 석유 수요가 9970만 배럴을 기록, 2019년 수준인 9955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회복되는 제품 수요와 달리 중국의 정유 산업 구조조정,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설비 투자 축소로 석유제품 공급이 축소되면서 수급이 더욱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2021년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아시아 정제마진은 재고 수준이 과거 수년 내 최저인 가운데, 설비 증설 규모를 초과하는 수요 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시장이 더욱 타이트해지며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HS 등에 따르면 올해 석유제품 수요 증가량은 354만~446만 배럴을 나타내는 반면, 설비 순증설은 131만 배럴에 불과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의 경우 탈탄소 정책에 따른 가스 가격 급등으로 대체재인 석유 제품 수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석유제품 수급이 더욱 타이트해질수록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 사업 이익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은 올해 본업인 정유 사업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수소, 배터리 등 신사업 투자는 늘리는 '투트랙'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총 4000억원을 투자해 LNG(액화천연가스)와 블루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파트너십을 체결, 국내 발전 회사에 청정수소와 암모니아 혼소(mixed firing) 연료를 공급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진행중인 GS칼텍스는 향후 결과를 토대로 연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