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하향 안정세 전환에 가속도"…전문가들, '시기상조' 한목소리
입력 2022.01.06 06:01
수정 2022.01.06 10:05
정부가 연일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들어섰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추세적 하락을 점치기엔 이르다는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다.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지역에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현재 시장 분위기를 확고한 주택가격 하락세로 굳히겠단 각오를 밝힌 것의 연장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판단은 집값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으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중장기 추이를 보면 집값을 결정하는 모든 변수가 하방압력을 굉장히 많이 보이고 있어 추세적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근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집값 상승폭이 둔화하자 정부는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다.
이날 홍 부총리는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 은평구, 강북구, 도봉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하락 전환한 데 이어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개구가 0.05% 미만 상승률을 기록해 하락 경계점 이내로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지방의 경우 매수자 우위로 시장 분위기가 재편되고 있으며 세종은 지난해 12월 넷째 주 매매가격지수(96.7)가 공공·민간 통틀어 역대 최고 수준의 낙폭(-0.63%)을 기록해 지난해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1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년까지 54만가구, 오는 2030년까지는 공급과잉을 우려할 정도의 매년 56만가구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사전청약으로 대기수요를 묶어두는 것 외 공급대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당장 3월 대선 이후 시장 상황을 가늠하기 힘들단 견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기존 46만가구에서 56만가구로 공급물량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어디에 어떤 형태로 공급할지가 중요하다"며 "서울에 30평대 민간분양이 많아야 하는데 정부 계획은 상당 부분 임대주택 형태로 수도권, 지방 물량이 많다. 서울의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또 "지방 집값이 떨어진다고 서울이 조정을 받진 않는다. 서울에서도 대부분 지역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고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권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라며 "고장난 시계처럼 언젠가는 맞을 거라는 식의 발언이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변곡점을 뚫고 내려갔다거나 대세 하락의 서막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그동안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장세로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올해는 대세적인 하락보다 미미한 상승폭을 유지하면서 급매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확대 메시지는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미치겠지만 당장 입주가 시작된 게 아니지 않냐"며 "올해는 입주물량이 적어서 전세 공급이 애로를 겪으면 집값도 불안해질 수 있다. 3월 대선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것을 하향 안정세라고 표현해선 안 된다. 집값이 떨어진 적은 없다"며 "하방압력이 있지만, 임대차법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집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굉장한 상황에서 대선 이후 지방선거에서도 여러 공약이 나오게 되면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음 정부가 현재 공급대책을 그대로 이어가리란 보장이 없고, 통상 정부 정책으로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