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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난 뒤엔 파업 리스크?…현대차‧한국GM 강성노조 장악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12.09 06:00
수정 2021.12.08 21:00

2분기 이후 반도체 쇼티지 완화 전망

생산 박차 가해야 할 시점에 임단협 줄다리기

고용안정이 최대 이슈…합리적 해법 모색 가능성도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내년에는 또 다른 악재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성 노선의 노조 집행부가 잇따라 들어서며 노사 갈등 우려가 커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와 한국지엠지부(한국GM 노조)는 전날부터 잇따라 치른 차기 지부장 결선 투표에서 강성 노선의 후보조(지부장과 부지부장 등이 포함된 러닝메이트)를 선택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노조 내 현장조직 중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연대 출신의 안현호 후보가 차기 집행부를 이끌게 됐다.


안 신임 지부장은 1998년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노조 위원장으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인물이다.


이번 선거에선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식사시간 1시간을 유급화를 통한 기본급 인상, O/T(연장근로) 30시간을 적용한 완전월급제, 일반직과 여성 조합원 처우 개선, 4차 산업혁명 고용 대책 마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2년간 중도‧실리 성향의 집행부와 큰 잡음 없이 임단협을 조기 타결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내수물량 공급을 기반으로 양호한 실적을 유지해왔던 현대차는 강성 집행부 등장으로 악재를 맞게 됐다.


한국GM 노조 역시 강성 노선의 김준오 지부장 후보가 차기 지부장으로 선출됐다.


김 차기 지부장은 현장조직 ‘동행’과 ‘한걸음더’가 통합한 ‘들불’에 소속돼 있으며, 한국GM 노조 내 현장조직 중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김 신임 지부장은 이번 선거에서 부평1공장 트레일블레이저 단종 이후 신차 배정, 부평2공장 1교대 유지, 전기차 유치 등 고용안정과 관련된 사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아 노조는 아직 1차 투표를 치르지 않아 유력 후보의 윤곽이 나오지 않았지만 현대차와 한국GM 노조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오는 16~17일 1차 투표를 실시한 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26~27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잇단 강성화가 내년 경영에 큰 지장을 초래할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내수판매 뿐 아니라 수출 물량까지 수문이 수 개월씩 밀려 있다.


국내외 시장조사기관들은 내년 1분기까지 반도체 수급 영향이 이어지다 2분기를 기점으로 해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 2분기부터 설비를 풀가동해 그동안 밀린 주문량을 해소해야 그동안의 실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노조가 파업으로 발목을 잡는다면 기업들이 입는 타격은 커진다.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5~6월부터 시작하며, 노조가 교섭 결렬을 빌미로 파업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도 이 때부터다.


특히 그동안 국내 노동계는 기업이 생산 차질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시기에 맞춰 파업권을 확보하고 사측에 자신들의 요구조건 수용을 압박하는 전략을 펴왔다. 대체인력 투입 등 사용자의 방어권이 전혀 없는 국내 노동관계법으로 인해 기업들은 파업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거나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차 배정이나 완성차 공장 내 전기차 부품 생산 등 노사간 협의사항이 아닌 경영상의 판단까지 노조가 요구해올 경우 내년 교섭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이 풀려 그동안의 생산차질을 만회해야 할 시점에 파업으로 발목이 잡힌다면 회사와 근로자는 물론 협력업체들에게까지 심각한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 출범한 각 기업 노조 집행부들의 공약이 ‘고용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상생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노조 집행부도 출범 당시에는 강성으로 불렸지만 전기차 전환과 일감 부족이라는 노사 공통의 고민을 앞에 두고 일자리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합리적인 교섭 태도를 보인 사례도 있다”면서 “새 노조 집행부 역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도외시하고 회사에 타격을 주는 행위를 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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