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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방송사들이 받아들인 ‘음원 사재기’의 무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1.20 14:08 수정 2021.11.20 14:08

'사재기 논란' 영탁, '안다행' 무편집 출연

시청자 하차 요구 이어져...시청률도 하락

크고 작은 사생활 이슈나 각종 논란이 발생하면, 방송사는 가장 먼저 움직인다. 기존 녹화분에서 과감하게 해당 연예인의 분량을 덜어내고 이미 방송이 된 프로그램의 VOD를 삭제한다. 최근에는 이런 방송사의 움직임이 더 민첩해졌고, 이젠 하나의 관례가 됐다. 그런데 최근 영탁의 ‘음원 사재기’ 이슈 이후 방송사들은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MBC

지난 4일 영탁의 소속사 밀라그로 이재규 대표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사재기를 인정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방송사가 영탁의 출연 분량을 덜어낼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행위가 자신의 독단적 행동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대표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주목받게 된 아티스트에게 누를 끼쳐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영탁 역시 이 대표의 입장 발표 이후 팬카페를 통해 “스스로 더 냉철하게 주위를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된다”면서 “이미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무혐의로 밝혀졌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철저히 이 사건에서 영탁을 배제시키고자 했지만, 이후 이들의 발언에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폭로 보도가 등장했고 대중의 입장에서도 영 찜찜함이 남는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것도 공감하긴 어렵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영탁이 활발히 활동하는 데엔 사재기로 만든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히트가 큰 역할을 했다.


여전히 영탁의 음원 사재기 행위를 인지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의견은 팽팽히 대립하고 있지만 영탁을 이 자리에까지 올려놓은 곡에 대한 음원 사재기 행위가 벌어진 것은 모두 사실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방송에 나와 웃고 떠드는 영탁의 모습에 대중이 반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로 영탁의 분량을 고스란히 내보낸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경우, 시청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하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시청자는 최근 사생활 논란으로 KBS2 ‘1박2일’에서 하차한 김선호를 언급하며 “김선호도 억울한 점이 많았으나 잇따른 논란에 결국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영탁도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수가 직접 가담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짊어지는 건 대중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예의다.


영탁에 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일반적으로 지금의 상황에서 영탁의 활동 강행은 자신에게도 득이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현재 그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들을 보면 KBS ‘불후의 명곡’은 영탁의 녹화분을 통편집 했고,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전체샷에선 등장하고, 단독샷을 지운 애매모호한 편집을 택했다. 시청자들은 영탁의 출연 여부를 두고, 영탁의 결단은 물론 방송사의 일관적인 편집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중에 착시를 일으킴으로써 음악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음원 사재기’는 수십년간 대중음악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이어져왔고, 업계에선 이를 막기 위한 싸움을 이어왔다. 직접 사재기에 가담한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이상, 관련한 증거를 수집하기 힘들기 때문에 알면서도 속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취하고 있는 애매한 자세는, 이들이 ‘음원 사재기’에 대한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도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는 한 가수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한 가수를 띄우면서 그로 인해 다른 가수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더 넓게는 음원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며 “이번 영탁의 사건과 관련해 보여주는 방송사의 대처는 향후 같은 잘못을 저지른 가수와 제작자들에게 피해갈 방책을 제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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