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3주…지지부진 유승민, 반전 이뤄낼까
입력 2021.10.13 03:09
수정 2021.10.13 11:11
3위 유지하지만…상위권 진입 시급
"컷오프 이후 상승세 예상보다 적어"
TK 고전 극복·'경제통' 이미지 제고 필요성 부각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경선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가운데, 3위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이 상위권 진입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4인 컷오프 이후에도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며 위기가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남은 경선 기간 동안 정면돌파를 통해 이를 극복해 내겠다는 복안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승민 전 의원은 4인으로 좁혀진 당 대선 후보 최종 경선 국면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에 이어 3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단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표를 살펴보면 윤 전 총장과 홍 의원과의 지지율 차이가 커 상위권 진입을 위한 동력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 8일 이뤄진 2차 컷오프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 지지율의 상승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지지자들을 비롯한 유승민 캠프 관계자들은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전날 조사해 발표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예측도(표본오차는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지난주 같은 조사에 비해 1.5%p 상승한 6.0%를 기록했다.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결코 만족스럽다고 볼 수 없다는 평가다.
한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앞선 컷오프에서 탈락한 4인이 가지고 있던 지지율이 생각보다 많이 흡수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다"며 "단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층이 많아진 만큼 이들의 지지세를 흡수해 위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 전했다.
유 전 의원 지지율 부진의 원인으로는 보수의 핵심인 TK(대구·경북)지역에서의 고전을 극복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과 자신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경제통'으로서의 이미지도 좀처럼 극대화시키지 못 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TK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며 접촉점을 최대화하고, 해묵은 반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이미 해당 지역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들을 넘어서기 위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이 바로 유 전 의원이 가지고 있는 '경제통'으로서의 면모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일련의 토론에서 그의 정책적 면모가 부각되기 보다는 다른 후보와의 설전 등이 집중 조명된 느낌이 강해 아쉽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TK 지지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가 이 지역에서 힘든 싸움을 이어나가게 된 배경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저는 여야 후보 중 대구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정치한 유일한 후보인데 지난 5~6년간 저를 둘러싸고 가뒀던 프레임이 있다"며 "그것이 깨지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유 전 의원은 "국회의원을 16년 하면서 했던 투표 중 가장 괴로운 투표"라 돌아보면서도 "지금도 제 양심과 소신에 따른 선택이었다 생각하고 거기에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언제까지 사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 국회 탄핵은 없었고 촛불시위도 진정됐겠지만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게 저한테는 업보 비슷하게 됐다"며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가서도 우리공화당 사람들이 욕하고 소금을 뿌려 별 일을 다 당했지만 돌과 계란을 던지면 맞아야 한다. 분명한 업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진행된 경선 토론에서 정책적 면모에 집중하기보다는 윤석열 전 총장과 관련된 '주술 논란' 등에 집중하며 공격적 기조를 보였던 면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는 강할 때는 무지 강하고 공격적일 때는 공격적인 사람"이라며 "윤 전 총장이 처음에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겨서 TV토론에 출연했을 때 사실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는데, 22년 정치하면서 윤 전 총장같은 후보는 처음 본다. 이 문제는 미신이나 주술, 사이비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의 의사 결정에 누가 개입을 하느냐의 문제"라 했다.
그러면서 "2016년 국정농단사태 발생 당시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이 청와대를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연설문에 개입해 탄핵까지 이어지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은 공적인 자리로, 공직이 아닌 사람들이 함부로 개입하면 안 된다. 과학과 합리적인 상식의 영역에서 판단해야 하는 대통령이 이런 데 휘둘려서는 안 되기에 대통령의 자질과 직결되는 문제라 생각해 얘기를 꺼낸 것"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윤 전 총장 지지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있지만 제 생각이 분명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유 전 의원은 오는 13일 제주도를 찾아 4·3 평화공원을 참배한 뒤 도당 당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며 당심 잡기를 지속한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제주도 합동토론회를 마치고 서울 일정을 소화한 후 주말경엔 영남 행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유승민 캠프 관계자는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 토론이 없는 한 영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행보에 주력한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며 "후보 본인과 캠프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반전을 이뤄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