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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백인 히어로'에서 흑인·여성·아시아인으로, 다양성 품는 마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8.27 11:10
수정 2021.08.27 11:12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9월 1일 개봉

시무 리우·마동석·박서준, 마블 스튜디오 작품 캐스팅

최근 수년간 할리우드는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투(#MeToo)로 촉발된 성 평등 강조, 여성과 유색인종,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을 영화 제작 과정에서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클루전 라이더' 계약 조항,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등은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마블 스튜디오는 아시아 히어로의 시대를 알리며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는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블랙팬서'의 흑인, '블랙 위도우'에서 여성 히어로를 내세운 것에 이어 아시아 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로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의 강력한 전설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와 암살자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달은 초인적 히어로 샹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그린 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다. 마블의 아시아 히어로 첫 테이프를 끊은 건 중국계 캐나다인 시무 리우다. 시무 리우는 넷플릭스 '김씨네 편의점'의 한국계 캐나다인 정 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시무 리우는 트위터를 통해 마블에게 셀프 러브콜을 보낸 뒤 샹치 역에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빈 파이기와 함께 이번 작품의 제작을 맡은 마블의 조나단 슈워츠는 "많은 배우와 오디션을 진행했지만 모두들 계속 시무 리우가 떠올랐다. 그에겐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다. 시무 리우는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라며 결정적으로 시무 리우를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전했다. 이 작품에는 시무 리우 외에도 양조위, 양자경, '페어웰'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콰피나 등 동양인 배우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11월에는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터널스'가 상륙한다. 마동석이 길가메시 역으로 합류해 국내에서 특히나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다. '이터널스'에는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멕시코 출신 셀마 헤이엑, 흑인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파키스탄 출신 쿠마일 난지아니 등이 다양한 인종이 불멸의 히어로를 연기하고 중국계 영국 배우 젬마 찬이 조연에 이름을 올렸다.


이 흐름은 '캡틴 마블' 후속작 '더 마블스'에서도 이어진다. 배우 박서준이 '더 마블스' 캐스팅 보드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매체들은 박서준이 한국계 히어로인 아마데우스 조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아마데우스 조는 마블 코믹스 '헐크'에 나온 사이드킥으로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는 인물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배우 수현이 맡았던 헬렌 조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동안 할리우드는 백인을 표준으로 삼고, 그 기준에 맞춰 다른 인종을 장치 정도로만 설정했다. 보이지 않는 백인 중심 사회에서 다른 유색 인종들은 변방에 머물렀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닥터스트레인지' 등 히어로도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다.


마블의 다양성을 품는 행보는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백인 우월주의는 미국 사회에 심각한 사회 문제였고 코로나19 이후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가 다시 한번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아시아계 및 태평양계(AAPI)에 대한 혐오 방지 활동을 벌이는 미국 단체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아시아계를 겨냥한 사건 피해 신고가 9081건 접수됐다. 작년에 접수된 신고가 4548건, 올해 접수된 신고가 4533건이었다. 올해 6개월간 들어온 신고가 작년 10개월간 접수된 신고와 비슷한 수치로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더욱 늘어났음을 말해준다.


지난 2월 28일 개최된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미국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해 인종차별 논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초 골든글로브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인 영화만 작품상에 오를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대사의 대부분이 한국어인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렸다. 하지만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브랜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가 만든 미국 영화로, 골든글로브의 작품 분류 규정은 인종차별과 백인 우월주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맹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아시아인들이 활약하자 할리우드는 아시아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마블 스튜디오가 앞장선 이같은 노력은 차별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사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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