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다양성에 중점"…'금악'이 구현한 예술적 상상력
입력 2021.08.19 16:26
수정 2021.08.19 16:26
"요즘 관객들의 다양성에 맞춘 뮤지컬을 보여주려고 했다"
29일까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금악'(禁樂)이 국악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을 선보였다.
19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창작뮤지컬 '금악' 온라인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과 김정민 작가, 성찬경 작곡가, 손다혜 작곡가, 한웅원 음악감독, 조인호 안무가, 배우 유주혜, 고은영, 조풍래, 황건하, 추다혜, 윤진웅, 남경주, 한범희, 조수황, 함영선이 하이라이트 시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금악'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연주하는 음악과 무용에 관한 일을 담당한 관청인 장악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한 사건을 담은 판타지 사극 뮤지컬이다.
배우들은 오프닝곡 '애애하다'를 시작으로 '소리', '눈 속에 우는 학', '들려주고 싶어', '갈', '자연스러운 것' 등을 선보였다. 국악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매력의 음악을 들려줬다. 한국 음악의 창법과 전통 악기를 적극 활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음악적 시도를 한 것이 특징인 작품이다.
원 감독은 "한국 음악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떤 특별한 음악,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듣기 어려운 시대가 아니다.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관객들의 다양성에 맞춘 뮤지컬을 보여주려고 했다. 우리가 그런 작품을 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작곡가 4명의 협력과 다양성이 녹아있고, 그것을 조화롭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 시대의 다양한 음악을 통해서 펼쳐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곡은 각 분야의 4명의 창작자가 함께 했다. 뮤지컬 '니진스키'의 작곡가 성찬경과 창극과 경극의 만남으로 큰 이슈를 모은 창극 '패왕별희'의 작곡가 손다혜, 국악과 재즈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동 중인 음악감독 한웅원, 원일이 공동 작곡으로 함께 해 다양한 음악 장르의 융합을 보여준다.
작곡가들은 이번 협업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성찬경 작곡가는 "'금악'의 멜로디를 작곡하는 게 중요했다. 갈이라는 캐릭터는 신비롭고 영험하기도 하면서 직관적이고 자극적이면서도 대중적이어야 했다. 굉장히 많은 것들을 염두에 둬야 했다. 작곡 초기부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송다혜 작곡가는 "특별히 튀는 음악이나 어울리지 않는 음악은 찾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 협업을 거쳐 음악적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한 명의 작곡가가 쓴 것처럼 통일감을 유지하되 곡 별 특색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웅원 음악 감독은 "오케스트라 편곡과 음악 전체를 조율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중요하게 생각한 건 세상의 모든 소리라는 것에 초점을 뒀다. 소리들이 만났을 때는 효명세자가 추구하는 소리처럼 질서 있게 배열이 되어 있기도 하고, 갈을 만난 율처럼 혼란을 야기하면서도 매력적이다. 그 소리들이 합쳐졌을 때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며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소리꾼과 연극배우 등 기존의 뮤지컬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캐스팅 조합도 눈에 띈다. 임새 역의 조수황은 "소리꾼으로 이 작품에 참여를 하면서 뮤지컬을 처음 해봤다.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연기적인 부분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길을 찾을 수 있었고, 임새는 단순히 눈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고아로 자라서 눈치가 빠른데 성율에게 포커스가 집중되다 보니 다른 걸 못 챙겻다는 분석을 했다"며 "음악적 영역을 넓힐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조순 역의 한범희는 "처음으로 콜라보 작업을 해봤다. 극단에서 정극 연기만 하다가 이런 작업을 처음 해봤다. 낯설기도 했고,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뮤지컬 배우들, 소리꾼들과 만나 작업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아직 무대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고민이고, 이 고민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 같다.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각종 장치들을 최소화해 이들이 구현한 소리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원 감독은 "많은 예산을 쓰긴 했지만, 상업 뮤지컬로서는 블록버스터 뮤지컬만큼 충분한 예산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양식적 무대를 하기로 작정했다"면서 "앙상블 배우님들이 어떻게 다양하게 놀고 있는지를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다. 단순하게 양식적인 무대인데, 조명이 각을 깎으면서 어디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소리에 따라 공간이 변하고,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재밌다. 배우들이 조금만 실수해도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배우님들이 훌륭하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남경주는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기다. 최선을 다해 이겨내려고 노력하며 공연을 만들었다. 관객 분들이 극장에 오셔서 함께 힘든 시기를 이겨나갈 수 있으면 한다. 최선을 다해 좋은 에너지로 임하겠다"고 말했으며, 원 감독은 "모두는 뭔가를 상실하고 있다. 회식 한 번 못하면서 이 작품을 하며 자괴감을 느꼈다. 성율은 상실감이 큰 자다. 잃은 것이 많은 자다. 소리에만 의존하고 삶의 존재 이유를 찾는 사람이다. 뮤지컬을 보며 코로나19로 뭔가를 상실한 분은 채울 수 있는 에너지를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악'은 오는 29일까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