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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에 배신감 느낀 북한, 중국·러시아와는 '이심전심'?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8.13 04:31
수정 2021.08.13 07:33

김여정·김영철 담화 이후

北 외무성, '中 편들기'

"美 대응 위해 러시아와 협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개최에 강하게 반발하며 군사도발을 시사한 가운데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놨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밝힌 북한이 전통 우호국과의 친선관계를 더욱 다지는 모양새다.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내정에 대한 외부세력의 간섭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홍콩·신장위구르 등과 관련한 인권 문제를 거듭 제기하는 데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놓으며 중국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외무성은 "일부 나라들이 인권문제를 구실로 다른 나라들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정권에 대한 인민들의 불신을 조성해 내부를 분열·와해시키며 궁극적으로 해당 나라의 국가제도를 전복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우리는 인권문제가 국제무대에서 차별적이며 선택적인 이중기준에 따라 취급되는 것을 반대하며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의 도구로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관하게 주장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외교 중심에 인권을 두겠다'고 거듭 강조해온 상황에서 북한이 인권문제 제기를 '체제 전복 시도'로 못 박은 것은 향후 대미협상에 대비해 '조건'을 제시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앞서 북중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일치된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중국은 지난 6일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연합훈련 취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사실상 '북한 대리인' 역할을 맡았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 10일 담화에서 "조선반도(한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를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목엣가시'로 여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수 등을 북한이 공개 요구하며, 북중이 서로의 핵심 관심사에 대한 지지를 주고받았다는 평가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중국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올인'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중국 쪽으로 좀 더 경사가 깊어진 것으로 본다. 최근 한미연합훈련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 측 발언과 이번 담화가 무관하지 않고 북중 간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韓美훈련은 '침략전쟁연습'
中러훈련은 "지역안정 수호"


한미연합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한 북한은 중국·러시아의 합동훈련에 대해선 옹호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중러연합훈련이 지난 9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며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합동훈련은 반테러 합동작전 분야를 확대발전시키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관련 보도는 한미연합훈련을 '침략전쟁연습' '적대정책의 집중적 표현'으로 규정한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북한러시아대사관

아울러 북한은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를 통해 향후 미국 대응에 있어 러시아와 협력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통신과 지난 11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겨냥해 새로운 적대적 행동을 벌일 것이라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인 미국에 맞서는 데 있어 북러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고, 새 세기의 요구에 따라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전통적 관계를 더 높은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강화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 외무성의 중국 옹호 △중러연합훈련 관련 보도 △신홍철 대사 인터뷰 등이 대미·대남 비난 담화 발표와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국·미국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중국·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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