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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통일장관'의 대남 엄포…"엄청난 안보위기 느낄 것"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8.11 10:36 수정 2021.08.11 10:37

김여정·김영철, 각각 韓·美 겨냥

"해야 할 일, 중단 없이 진행"

통일부 "예단 않고 北 태도 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왼쪽) ⓒ조선중앙TV/뉴시스

북한이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에 이어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중앙위 부장)을 내세워 한미연합훈련 개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통일전선부장은 우리의 통일부 장관에 해당한다.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을 겨냥한 "절대적인 억제력"을 강조했다면, 김영철은 부장은 한국 콕 집어 "엄청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혀 대미·대남 군사행동이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영철 부장은 11일 발표한 개인명의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온 겨레와 내외의 한결같은 기대 속에 힘들게 마련됐던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10일부터 우리 국가를 적으로 간주하여 진행하는 전쟁연습을 또다시 벌려놓는 광기를 부리기 시작했다"며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완화가 아니라 긴장격화를,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지난 1일 담화 내용을 언급하며 "남조선 당국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하며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장은 "남조선 당국은 변명할 여지 없이 자기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외워온 평화와 신뢰라는 것이 한갓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보였다"며 "기회를 앞에 놓고도 남조선 당국이 명백한 자기들의 선택을 온 세상에 알린 이상 우리도 이제는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천명한 대로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하였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하여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부장 담화와 관련해 "어제 김여정 부부장 담화를 재확인하는 내용으로 본다"며 "정부는 향후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군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시스
"연속적 무력시위 진행할 듯"
신형 잠수함·SLBM 공개 가능성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도발을 기정사실화 했다며 향후 대남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영철 부장 담화는 연합훈련 기간 중 모종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초 8차 노동당대회에서 언급한 군사력 강화 차원에서 적정수준의 연속적인 무력시위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차 당대회에서 △소형 전술핵 △초대형 핵탄두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잠수함 △군사정찰 위성 등의 개발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전날 김여정 부부장이 신속대응 능력·선제타격 능력 강화를 천명한 만큼, 신형 잠수함 진수식이나 신형 SLBM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해 초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 당시 북한이 선보인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시옷)' ⓒ조선중앙통신
금강산관광국 등 대남부서 폐지할 수도
"경제난 北…긴장고조 후 대화 가능성"


일각에선 김여정 부부장이 예고한 바 있는 대남부서 폐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 담화'와 '김영철 담화'가 각각 미국과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적 긴장 고조와 함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등 대남부서 폐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3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경고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긴장고조에 이은 대화 분위기 조성이라는 '오래된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담화 공세가 어려운 내부 경제 사정과 맞물려 "내부 통제를 위한 '익숙한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긴장을 최고조로 올린 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행태를 보여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극심한 내적 어려움으로 인해 국면 전환을 꾀하는 차원에서 '시간표 앞당기기'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대북제재·코로나19·자연재해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외부 지원 등을 수용하기 위한 대화 분위기 조성에 앞서 서둘러 군사도발을 벌여 '명분쌓기'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리 군은 연합훈련 '사전연습'으로 평가되는 위기관리참모훈련을 이틀째 진행하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26일까지는 본 훈련인 연합지휘소훈련이 개최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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