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㊺] 가수·제작자·작곡가 타이비언, 오래도록 즐겁고 자신 있게
입력 2021.07.10 12:28
수정 2021.07.10 20:43
2010년 비알티엔터테인먼트 설립
2013년 타이비언으로 첫 싱글 발표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타이비언은 랍스타(이현우), 킹클랩(백동우)로 구성된 2인조 그룹이자 프로듀싱, 제작자다. 이들은 엠씨더맥스, 백지영, 소녀시대, JYJ, 더 원, 라붐, 스트레이키즈 ,에이프릴, 네이처 등 많은 가수들의 곡부터 '오월의 청춘', '타임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스타트 업', '미씽:사라진 사람들', '푸른 안개', '비밀의 숲2', '배가 본드' 등 인기 드라마 OST 곡을 작업했다.
1997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음악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타이비언이란 이름으로는 2009년부터다. 중간에 각자 음악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음악적 목표가 같아 다시 재회했다. 팀명은 다를 타(他), 다를 이(異), 날 비(飛), 말씀 언(言)의 한자에서 따왔다. 2010년에는 비알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2013년에는 타이비언이란 이름으로 첫 싱글 '퀸'(Queen)을 발표했다.
"다시 뭉쳤을 때 우리 음악은 원 없이 재미있게 해보잔 취지였어요. 그런 김에 회사를 차려서 제작도 해보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또 다른 가수들의 음악도 해보자 생각했죠. 마음껏 음악 하려고 만든 놀이터라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랍스타는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은 소년이었다. 성악을 전공하고 계원예고에 진학했고, 그의 인생에는 음악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킹클랩은 래퍼 겸 댄서 출신으로, 가수를 꿈꾸다 어느 날 자신이 직접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미디를 배우면서 작곡을 시작했다.
이들은 1997년도부터 2021년까지 대중가요의 흐름을 지켜보며 어떤 팀이 성공하고 도태되는지 목격했다. 이것은 타이비언이란 팀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하나의 노하우가 됐다.
"음악이란 것이 한 발자국 앞서가면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반 발자국 먼저 가며 리드를 해줘야 대중이 받아들여주더라고요."
타이비언은 90년대부터 음악을 시작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저희 만의 것이 있어야 했어요. 타이비언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정서나 무드가 필요했죠. 보여줄 수 있는 사운드도 필요했고요. 그걸 가지고 시대에 맞게 연습을 하고 습작을 해왔어요. 팝 음악들이 어떤 추세로 돌아가는지도 중요했고요.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제작자가 뭘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겁니다. 그게 맞아떨어지면 대부분 좋은 결과들이 있었어요."(킹클랩)
가수이자 작곡가, 제작자이자 소비자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고 있는 타이비언. 이는 누구도 대체하지 못하는 타이비언의 강점이다.
"음악을 발매함에 있어서 어떤 요소가 있어야 소비자들이 흥미를 느낄지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이 카멜레온 같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줘요. 음악가적인 마인드를 100% 내세우기보단, 마케팅, 제작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저의 음악을 바라보려고 하죠."(킹클랩)
"저희 음악만 한다면 아티스트 기조만 가져가면 돼요. 뭐를 해도 저희 둘이 오리지널이니까 우리의 진정성만 보여주면 되는 거죠. 하지만 저희는 대중음악 작곡팀이기도 하니까 저희 색깔만 내세우면 괴리감이 생기더라고요. 아티스트와 저희 색의 교집합을 찾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저희가 그들이라면 어떨지 역지사지를 늘 생각하려 해요."(랍스타)
여러 역할 중 가장 어려운 임무는 외부 작곡가란다. 자신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킨다는 건 아무리 많은 노래를 발표했어도 도무지 쉬워지지 않는다.
"가수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본분을 다해 활동만 잘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제작자 입장에서는 여력만 된다면 원하는 음악을 세상에 내놓으면 되고요. 그러나 외부 작곡가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의미가 있죠."(킹클랩)
현재 타이비언은 비알티엔터테인먼트 수장으로서 소속 아티스트 크레이지(KLZAY), 밴드 윈터 투 줄라이(Winter to july), 유럽(ULUV)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제작자로서 소속 아티스트에 강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크레이지는 올해 초부터 노사연 선생님 보컬 레슨을 하고 있어요. 올해 초 MBC 파일럿 예능 '스친송'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죠. 이 친구는 음악적 센스가 천재 같아요. 음감도 좋고 음역대도 넓고요. 다른 프로듀서들이 탐내는 가수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본인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거죠."(킹클랩)
"윈터 투 줄라이는 기초 음악 교육이 잘 된 친구들입니다. 세련된 음악을 해요. 이름이 RDHD였는데 겨울부터 7월까지 듣는 음악을 해보자는 의미로 이름을 바꿨어요. 기대해 주시면 만족하실 친구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은 톤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유럽의 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지죠. 기대가 큰 친구들입니다."(랍스타)
타이비언은 자신들을 믿고 따라주는 소속 아티스트, 또 곡을 의뢰해 주는 제작자들이 있기에 오늘도 작업실에서 긴 하루를 보낸다. 그렇다고 지치거나 자만하진 않는다. 자신들에게 희로애락을 주는 음악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을 뿐이다.
"가수로서는 대박을 내는 것보다 나중에 내가 이 일을 그만했을 때 음악만은 원 없이 해봤다란 생각을 하고 싶어요. 제작자로서는 저희와 함께하는 아티스트들이 다른 걱정 안 하고 음악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후배들이 음악만 하고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킹클랩)
"저는 우리의 음악을 듣고 어떤 감정을 하나씩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래서 가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고 검수하고요. 나이를 먹으면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음악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또 제작자로서는 소속 가수들이 비알티엔터테인먼트를 둥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이비언은 작곡이나 제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하고 싶은면 해야죠. 다만 자기 철학을 가지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고 어떤 말을 던져야 하는 나만의 표현방식이 철학입니다. 자신의 철학이 없으면 음악을 하며 휘둘리기 쉬워요. 그리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기회가 한 번쯤은 옵니다."(랍스타)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