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시네마 품격⑪] 하루가 힘들었나요? 하정우-전도연의 ‘하루’를 만나보세요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입력 2021.08.02 10:23
수정 2021.08.02 12:43

유쾌한 영화 ‘멋진 하루’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해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희수는 빌려준 돈 350만원을 받기 위해 전 남자친구 병운을 찾아간다. 1년 만에 병운을 본 희수의 첫 마디는 “돈 갚아”. 그러나 병운은 당장 수중에 돈이 없다. 사업은 실패하고, 전세금까지 빼서 이곳저곳 다니는 떠돌이 신세다. 병운은 희수의 돈을 갚기 위해 아는 여자들에게 부탁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희수와 병운의 ‘빌린 돈 청산’을 목적으로 길지 않은 겨울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들의 동행이 이상하다. 희수는 분명 화가 나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 밝고 유쾌하면서도 여린 병운의 행동에 묘한 심경을 느낀다. 그렇게 조금씩 돈은 갚아가고, 그들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줄거리)


유명준 : 13년 전 작품인 ‘멋진 하루’를 다시 본 소감들은?


류지윤 : 좋은 영화는 시기를 타지 않는다. 화려한 영상이나 큰 갈등 없이도 끝까지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봤어요. ^^ 불편한 하루가 멋진 하루가 되기까지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


유명준 : 하정우와 전도연 둘 다 어렸고. 특히 하정우는 마치 13년 훨씬 이전의 느낌. 중간에 다양한 작품을 해서인지 몰라도 당시는 더 철없는 느낌이 들었고, 하루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 중에서는 단연 유쾌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죠.


홍종선 : 하정우의 손짓, 말할 때 입술 부딪는 모습, 눈동자 움직임, 다감한 말투? 많은 것들이 하정우 실제 모습과 가까운데, 어떤 분이 하정우 연기의 최고봉이라고 평가하셨더라고요.


류지윤 : 저도 하정우가 능청스럽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연기할 때가 제일 좋아요. 지질할 수록 매력적인. ^^


홍종선 : 그러니까요. 많은 관객이 그 지점을 좋아하시는데, 그게 본인의 매력이라는 게 흥미로워요.


유명준 : 이 영화 나온 해에 ‘비스티 보이즈’도 같이 나왔는데, 뭐랄까 닮은 느낌도 있고. 그러고 보면 이런 류의 연기가 하정우에게는 정말 자연스러우면서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홍종선 : 그렇죠. 병운이 호스트 큰언니가 됐다면, ‘비스티 보이즈’의 재현이죠. 누가 한다고 해도 이렇게 자연스럽고 유쾌하기는 힘들 듯한 능청 연기.


유명준 : 병운이가 막걸리 가게 망하고 재현으로 간 게 아닐까요. ^^


홍종선 : 그랬는지도? 슬픈 얘기네.


유명준 : 어제 케이블 방송에서 러브픽션을 보여주는데. 하 연결이.^^ ‘멋진 하루’-‘비스티 보이즈’-‘러브픽션’. 정말 하정우의 지질함을 보여주는 연작이랄까. ^^


류지윤 : 세계관 공유가 여기서도.


홍종선 : 사실 전도연 배우가 바탕을 깔아 주고 있기에 하정우가 더 신나게 놀 수 있었고, 지금은 전도연의 그 역할을 하정우가 하고 있고요.


류지윤 : 돈이 궁해보이지 않는데 희수는 병운이 왜 찾아갔을까요?


홍종선 : 마지막에 차용증 쓰게 한 이유와 같죠. 자기가 가장 힘들 때 만나고 싶은 사람. 나보다 더 힘든데도 언제나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 병운을 보며 위로가 됐을 거고, 그래서 마지막에 웃죠. 전도연의 독기 품은 “돈 갚아”로 시작해서 “그래 내가 꽤 괜찮은 남자랑 사귀었었지” 하는 미소로 끝나는 영화.


류지윤 : 다행이었어요. ^^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아서. 여자들이 가만 놔두지 않을 남성.


유명준 : 병운의 여성 일대기를 만난 후의 감정. ^^ 그 많은 여자들이 병운을 치켜세웠고, 여자들 면면도 보면 나쁘지 않았다는. 그래서 오히려 그 하루가 병운의 가치를 올려준.


홍종선 : 그 여성들과 다 사귄 것도, 성적 관계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아니라고 구태여 목소리 높이지 않는 게 병운의 매력. 인생 밑바닥 걷는 병운에게도 힘이 될 하루였죠. 자기가 더 어려워도 굳이 이혼한 친구에게 돈을 주었듯, 잠잘 곳도 없으면서 330만원을 조금도 탐내지 않는 멋짐.


유명준 : 처음에 사모님에게 돈 받고 병운이 희수에게 “자 감사합니다 해야지”라는 말을 할 때..현실이었으면 정말 몇 대 때리고 집에 갈 분위기. 그런데도 계속 병운과 같이 있었던 것은 앞서 선배가 말했듯이 자신의 과거의 기억이 “오늘 이 사람과 있어야지”라고 말해서인 듯. 저 모습은 남자들이 볼 때 멋짐인데, 만약 병운과 같은 사람이 진짜 남자친구라면요?


류지윤 : 아 너무 피곤할 것 같은데요. ^^ 연애는 최적화됐지만. 인생 망조의 급행열차일 것 같아요


홍종선 : 남친, 애인까지는 괜찮음. ^^ 어떠한 순간에도 긍정의 모습을 보이는, 무시 받는 순간에도 모른 척하는 병운은 도대체 얼마나 힘든 일을 많이 겪었으면 저런 인격이 됐을까 감탄하다가. 아니지, 힘든 일 겪을수록 나빠지는 사람도 있지 생각하니 병운이 더 대단해 보였어요.


유명준 : ‘러브픽션’을 보는데 공효진이 하정우에게 “넌 참 사랑을 편하게 하는 거 같애”라는 대사를 했는데, 이건 ‘멋진 하루’에서도 먹히는 말인 듯이요.


홍종선 : 맞아요, 정말 편하게 하죠.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류지윤 : 저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사촌 대사에서 유추해서 사랑을 많이 받고 미움 받는 존재가 아니니까, 상대방도 미워하지 않고 좀 구김살 없이 바라본다고 할까.


홍종선 : 나도 무척 힘든 날, 세상 모두에게 까인 날 병운을 만나러 가고 싶어요. 희수처럼.


류지윤 : 그런 분이 있으신가요! 남녀를 떠나서.


홍종선 : ^^ 육성으로 터짐.


유명준 : 병운은 딱 그런 날만 필요한 사람. ^^


류지윤 : 헐 그거 좀 슬프네요. ^^ 그런 날만 필요한 사람


홍종선 : 아니, 난 남편으로서가 아니라면 평생 친구, 애인도 가능해요. ^^ 남녀불문이면 있어요. 내 마음의 소리 같은 친구.


유명준 : 병운과 같은 텐션의 사람과 매일 같이 있으면 정말 힘들 듯 싶어서. 병운이 이혼한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요. ^^


홍종선 : 병운이 복도에서 만난 여자 학생의 등 뒤에마저도 “수고해” 하잖아요. 좋은 어른이야.


류지윤 : 모두에게 다정한 남자는 피곤해요.


홍종선 : 나는 엄마 마음으로 봐선지 다친 날개가 크게 보였어요.


류지윤 : 전 너무 여자의 마음으로 봤나요.


유명준 : 그런데 병운을 ‘마음을 다친 사람’ ‘힘든 일을 겪어서 생긴 성격’이라고 전제를 깔고 보면 병운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힘들어 보여요.


홍종선 : 그렇죠. 힘들어 보이고, 물 위의 아름다운 백조 같죠. 모두에게 NO를 안 하는데, 그도 NO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 그런데 극중 여성분들 모두 YES! 기분 좋았어요


유명준 :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전도연이 돈 받으러 온 연인이 아니라 병운의 진짜 모습을, 혹은 상처를 하루종일 하나하나 덮어주러 온 사람.


홍종선 : 결과적으로는 그리됐어요. 상생? “우리 오늘 잘 해냈잖아. 혼자라면 힘들었을 거야!”라는 병운의 말처럼 서로에게 위안이 된 멋진 하루.


유명준 :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후 이 작품을 찍었잖아요. 전도연이 자신의 작품 중에서 멋진 하루를 최고로 언급하기도 했는데, 아마 하정우를 통해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덜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데 하정우가 '고급'스럽게 나온 영화가 있었나요?


홍종선 : ‘아가씨’ 백작마저도 가짜백작.


유명준 : 변호사로 나온 ‘의뢰인’에서도 고급스럽진 않았고.


류지윤 : 그러고보니 ‘더테러 라이브’에서도 앵커지만 ‘양끼’ 다분하고.


홍종선 : 아 ‘1987’. 검사인데 검사 같지 않은가, 그것도?


유명준 : 외국잡지 꺼내면서 친척 여동생 남편이 기자 어쩌구 하는 모습이나 공중전화로 (김윤석에게) “김일성이네?” 하는 모습을 보면 그다지. ^^


홍종선 : ‘황해’ 구남은 감자에, 김에, 소시지에. ^^


류지윤 : 완젼 세련된 전문직 한번 보고싶네요.


유명준 : ‘걸캅스’에서 모텔 직원으로 나왔을 때의 자연스러움이, 아마 하정우가 고급스럽기 쉽지 않은 이유. ^^


홍종선 : 지인 중 한 명이 하정우에게 꼭 전해달라는 말이 있는데요. 본인이 섹시한 줄 왜 모르느냐, 제대로 섹시하게 나와다오! 부끄러워 말고!! 섹시는 노출 없어도 ‘멋진 하루’가 최고! ‘베를린’에서 화장실에서 전지현 안고 총탄 막아줄 때도 섹시.


류지윤 : 섹시한 모습 제대로 하면 오천만 며느리들 출동합니다. ^^


홍종선 : 계속 하정우 이야기하는데, 전도연 배우 연기 너무 잘하고, 이번에도 잘했는데. 아마 이 정도로 조병운에게 하정우에게 스포트라이트 나눠줘야 할지 예상했을까요?


유명준 : 예상했다기보다는,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부분을 인식하지 않았을까요? 어찌보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칸 영화제 수상 이후 사람들이 "과연 다음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할까?" 기대한 상황에서 독립영화 스타일을 선택한 파격이었고. 그런데 하정우가 너무나 잘 맞춰져서 본인이 더 편안하게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래서 어쩌면 영화를 촬영하면서 하정우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갈 것이라 생각했을 거 같은.


홍종선 : 김희수의 이야기인 영화인데, 조병인이 같이 보인 영화. 두 배우 꼭 같이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한 번 더. 전도연의 짙은 눈화장, 대사 적은 가운데 표정 연기, 너무 좋았어요.


류지윤 : 이렇게 다시 보고 싶은 조합도 찾기 힘들죠.


유명준 : 촬영할 때 전도연이 이윤기 감독을 많이 괴롭혔다고 하더라고요. 다시 찍고 다시 찍고. 그런데 어쩌면 그게 칸의 부담감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덜어낸 것이 하정우이고. 전도연의 표정 연기는, 초반(웃지 않는다) 중반(웃지 않는다) 후반(미소 짓는다)로 정리될 수 있는데, .그 변화를 정말 잘 표현해서. ^^


류지윤 : 네 가자미 눈으로 쳐다보다가 마지막에는 스스로 미움을 지우는 모습이, 극적이진 않는데 은은하게.


홍종선 : 공효진 하정우, 현빈 임수정, 전도연 공유, 김남길 천우희… 이윤기 감독의 커플들 가운데 하정우 전도연이 최고!!


류지윤 : 영화를 보면서 응원하게 된다고 할까나. 전 지금 다시 보고 싶은 조합 생각났어요. ‘무뢰한’의 전도연 김남길.


홍종선 : ‘무뢰한’은 오승욱 감독이기는 하나, 전도연 김남길 조합 좋았지요. 전도연의 그 미세한 변화를 표현한 기막힌 연기는 정말 최고! 감시해야 할 대상에게 남자로 빠져드는 김남길 연기도 너무 인상적!


류지윤 : 그렇죠. 결은 다르나 조합이.


홍종선 : 실제로 하정우, 황정민, 송강호, 김남길 등 함께한 배우들이 다시 연기하고픈 배우로 전도연을 꼽더라고요. 마성의 배우!


유명준 : 보통 배우들이 기본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주는데, 전도연은 그냥 이런저런 변화를 다양하게 하는 느낌이에요. 그게 배우에 맞추든, 시나리오에 맞추든.


홍종선 : 맞아. 연기는 정말 최고. 이정은 배우와 함께. ^^ 그런데 강해 보이지만 않고, 돈 받으러 가며 힘내려고 진한 눈화장 하는 모습… 강함 뒤에 숨겨진 순수와 연약함. 그게 배우 전도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유명준 : 의외인 것은,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은 최근에 전도연이 무슨 연기를 하고 무슨 작품을 한지 기억을 잘 못해요. 전도연 이야기 나오면 ‘접속’ ‘약속’ ‘너는 내운명’.


류지윤 : 아 그때가 너무 ‘넘사벽’ 연기라 강렬하게 남아있는건가요?


홍종선 : ‘넘사벽’ 연기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게 전도연이라 해도 여자 배우 단독을 위한 영화를 만들지 않으니까 빛날 기회가 드물지요.


유명준 : 이런 평가도 있어요. “전도연의 연기를 보면 힘들다”.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했는데, 무뢰한, 지푸라기, 밀양, 하녀 등을 떠올려보니 또 일부 공감이 가기도.


홍종선 : 아. ‘너는 내 운명’, 진짜 티켓 다방 레이디에 진짜 에이즈 환자 같고 또 우리를 그 감정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니까 힘들 수도?


유명준 : 맞아요. 그 지점.


류지윤 : 일단 전도연이 출연한다고 하면 쉽게 볼 영화는 아니란 생각이 먼저 들긴 하지요.


홍종선 : 구경하게 하는 연기는 아니죠. 우리 멱살을 잡고 같이 인생 밑바닥으로 추락하지 같이. 말하다 보니 논개 연기? ^^ ‘너는 내 운명’ 보면 같이 감옥 갔다 나오고 에이즈 걸린 듯하잖아. 송강호 배우 왈, “밀양에서 저를 못 봤다는 사람도 있어요”. 세계적 명배우가 자괴감 들게 하는 연기.


유명준 : 하정우와 전도연이 같이 다시 작품 만나면 어마어마할 듯 한데요. 아니면 ‘멋진 하루2’. 10년 후 병운과 희수.


홍종선 : 그렇지 지금 만나면 더 어마어마.


유명준 : 스페인에서 막걸리 가게에 성공해 한국에 온 병운과 몇 번의 이별을 거쳐 병운과 다시 만난 희수.


류지윤 : 누구 하나는 ‘또 이혼해 있다’에 한표. ^^


<‘멋진 하루’는>


홍종선 : 좋은 배우 둘 나오니 할 얘기가 무궁무진! '태극기, 아리랑 없어도 이게 진짜 한국영화'라는 누리꾼 의견에 깊은 공감!


류지윤 : 불편한 하루가 멋진 하루가 되는 마법. 찬 공기 속 따뜻해져가는 병운이와 희수의 또 다른 재회가 기다려진다.


유명준 : 조금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멋진 하루’를. 전도연과 함께 미소 지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테니.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