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설 나오지만…'의연한 행정가' 오세훈
입력 2021.07.30 05:40
수정 2021.07.30 09:21
여의도 중심 '차출설' 끊임없이 회자
당사자는 이해타산·인기영합 거리
세월호 기억공간·사랑제일교회 등
좌우서 욕먹어도 행정원칙 '일관성'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대권도전설이 물밑에서 회자되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정작 당사자는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모습 없이 의연하게 시정에만 전념하는 모습이라 대조를 이루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공론화한 오세훈 시장 대권도전설의 여진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진중권 전 교수는 지난 27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하락세가 계속돼 완주를 못하게 된다면 오세훈 시장의 등판론이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어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튿날 TBS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세훈 시장은 나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내에서 '국민의 명령이다, 오세훈은 나오라' 그렇게 될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오세훈 시장의 대선차출설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당히 회자가 된 주제다. 오세훈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오세훈 시장이 대선에 나올지 안 나올지 내기를 하자더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 시장더러 시장직을 꽉 쥐고 있으라는 말도 하더라"고 전했다.
'오세훈 차출설'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입증된 오 시장의 확장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 윤석열 전 총장 외에는 다른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오랜 기간 지지율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에 바탕을 깔고 있다.
현재 당밖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경쟁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지만 힘이 달려 완주를 못하는 사태가 생긴다면,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는 '필승카드'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오 시장의 차출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진중권 '오세훈 등판론' 거론한데 이어
김재원 "'국민의 명령' 이렇게 될 수도"
대권 노리면 인기영합 노리면 되는데
오히려 정치적 셈법과는 거리 먼 행정
하지만 당사자인 오세훈 시장의 행보를 보면 대권도전설이나 차출 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오 시장의 최근 시정을 보면 정치적 이해타산·셈법과는 철저히 거리를 두고, 오히려 좌우 양측으로부터 욕을 먹기 쉬운 일에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세월호 기억공간 정리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재구조화되는 광화문광장은 지상 구조물이 없는 보행 친화적 열린광장으로 조성하기로 했기 때문에 특정 세력에만 편의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고 박원순 전 시장 당시 이미 지난해 12월까지만 한시적 존치하기로 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기억공간은 물론 TV 등 내부 기록물 대부분도 예산으로 조성된 서울시 재산이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은 물품을 서울기록원에 1차적으로 보관한 뒤, 추후 경기도 안산 등에 추모시설이 건립되면 적법절차를 밟아 이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오세훈 시장과의 조찬 회동 자리에서 세월호 기억공간 관련 협의체 구성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이후 시의회와의 협치를 최우선으로 해온 오 시장으로서는 일관성 있는 행정원칙과 시의회 의장의 권고 사이에서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적법절차와 행정원칙에 따르자면 협의체 구성은 하지 않는 게 옳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7일 세월호 유가족 중 대표성 있는 네 명과 면담을 가졌다. 또, 서울시 정무수석·행정국장·총무과장 등이 상시적으로 유가족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협의체를 구성하지 않아도 유가족과의 대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은 4·16 연대 등 외부 시민단체가 끼어드는 테이블을 만들려는 의도로 여겨진다"며 "위안부 문제에 윤미향 끼어들듯 그렇게 할 이유가 있겠느냐. 오 시장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여의도에서 회자되듯이 대권도전을 정말 염두에 뒀다면 오세훈 시장이 무거운 짐을 져야할 이유가 없다. 짧은 시정 기간 동안 인기영합을 최우선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오 시장의 최근 시정은 이와는 정반대다. 좌우 정치 세력으로부터 욕 먹을 일을 행정원칙에 따라 묵묵히 집행하고 있다.
협의체 불응…세월호 외부세력과 척져
공화당·전광훈과도 행정행위로 곤욕
吳 "똑같은 잣대로…시민이 납득해야"
당장 비난받고 손해봐도 '이게 오세훈'
특정 세력에 의해 세월호 기억공간 정리 문제만 연일 부각되고 있지만 오 시장은 우리공화당과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사랑제일교회 시설폐쇄처분 통지 등으로 정치적으로 정 반대편에 있는 세력과도 척을 지고 있다.
행정원칙에 따라 공화당 및 조원진 당대표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면서 오 시장은 이들로부터 "배신의 피가 몸에 흐른다" "우파에 대한 테러" 등의 말을 듣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속에서 150여 명 규모의 대면예배를 강행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에 대해서는 이날 시설폐쇄처분을 위한 청문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일관된 행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보수 세력 일각으로부터도 욕을 먹고 있다"면서도 "정치인 오세훈이 아니라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행정에 있어서 특정 세력에게만 편의를 봐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은 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기억공간 정리, 사랑제일교회 대면예배 강행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시민들이 납득을 하겠느냐"며 "행정은 똑같은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오 시장의 모습은 정치적 이해타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 행정을 해왔던 예전의 모습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이런 모습 때문에 10년간 광야(曠野)에서 고생하기도 했지만, 서울시민에 의해 시장으로 선출된 이상 여의도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로서의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는 관측이다.
세월호 기억공간 정리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오 시장을 비난하는 논평이 나왔다. 민주당 대권주자들도 현장까지 다녀가며 아우성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숱한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침묵을 지켰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행정원칙에 따라 고지식하게 처리하다보니 의연함을 넘어 고독한 모습까지 엿보이지만, 이런 게 바로 오세훈을 10년만에 다시 서울시장의 자리로 되돌려놓은 원동력"이라며 "당장은 정치적으로 좌우 양측으로부터 비난받는 등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국민의 명령'이라는 대권도전의 전제가 역으로 성립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