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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프에서 아반떼 N까지…현대차 고성능차 개발 30년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7.30 06:00
수정 2021.07.29 17:41

1990년 국산 최초 쿠페 '스쿠프' 출시로 고성능 마니아 사로잡아

이후 티뷰론,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 등 거쳐 N 브랜드 출범 결실

스쿠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 N 최초의 세단임과 동시에 가장 대중적인 차종을 베이스로 제작된 최고 성능 모델 ‘아반떼 N’이 탄생하며 현대차 고성능차 개발사(史)에 새로운 한 획이 그어졌다.


지난 14일 세계 최초로 공개된 아반떼 N은 대구경 터빈휠과 대면적 터빈 유로가 적용된 2.0T 플랫파워 엔진 및 8단 습식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280마력(ps), 최대토크 40kgf·m의 동력성능을 낸다.


여기에 N 그린 쉬프트(NGS)를 작동할 경우 터보 부스트압을 높여줘 최대 290마력까지 출력을 일시적으로 높여준다.


최고속도는 250k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5.3초로 역대 N 브랜드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동일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코나 N(최고속도 240km/h, 0→100km 5.5초)보다 우수한 성능이다.


아반떼 N. ⓒ현대자동차

여기에 브레이크 시스템과 차체 강성도 개선해 ‘달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고성능차의 기본기를 충실히 해 운전 재미를 높였다.


아반떼 N은 그동안 대중적인 자동차, 혹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와 별개로 현대차가 육성해온 고성능차 라인업의 가장 진보된 결과물이다.


현대차가 고성능차 분야에 뛰어든 것은 31년 전인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현대차의 역대 고성능 모델들은 운동성능을 좌우하는 ‘엔진’에서부터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한 ‘디자인’까지, 그 시점에 구현 가능한 현대차의 역량이 총 동원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고성능차는 곧 수입차를 의미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 고성능차를 내놓을 만한 역량이나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부족한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그 공식을 깨고 고성능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1989년 열린 도쿄 모터쇼에서 SLC(Sports-looking Car)라는 차명의 쿠페 형태 콘셉트카를 출품하며 스포츠카 개발에 대한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스쿠프. ⓒ현대자동차

1년 뒤인 1990년 콘셉트카 SLC는 국내 최초 쿠페 ‘스쿠프’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쿠프의 성능은 최고출력 102마력과 최고속도 180km/h로, 현재 생산되는 자동차들과 비교하면 특출날 게 없는 수준이지만 당시로서는 국산 소형차에 기대하기 힘들었던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이듬해에는 최고출력 142마력, 최고속도 220km/h를 내는 터보 모델도 추가했다.


스쿠프의 기반이 된 소형차 엑셀 1.5 모델의 최고출력이 87마력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로서는 고성능 마니아들을 사로잡을 만한 획기적인 성능이었다.


스쿠프는 고성능에 걸맞은 스포티 디자인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드림 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옆유리와 뒷유리가 이어진 ‘플로팅 루프’와 고성능을 상징하는 ‘리어 스포일러’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쿠프에 탑재된 SOHC 알파(α) 엔진. ⓒ현대자동차

물론, 스쿠프가 성공적으로 데뷔하기까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스쿠프에 탑재된 ‘SOHC 알파(α) 엔진’과 ‘알파엔진 전용 수동변속기’는 뼈를 깎는 노력을 거쳐 탄생했다. 현대차가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알파 엔진은 7년 4개월 동안 1000억원을 투입해 만들어졌다.


현대차는 이 기간 동안 300대 이상의 엔진과 전용 변속기를 만들고 부수는 과정을 반복했으며, 2만1000시간 동안 420만 km를 달리는 시험주행을 실시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혹한기 및 혹서기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이같은 현대차의 노력은 합리적인 가격의 고성능 차량을 제공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기술에 대한 해외 브랜드의 로열티에서 자유로워진 덕이다. 스쿠프가 없었다면, 현대차의 고성능 기술력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티뷰론. ⓒ현대자동차

1996년에는 현대차의 두 번째 고성능 모델인 ‘티뷰론’이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HCD(현대자동차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탄생한 티뷰론은 4년간의 개발 기간과 1200억원의 개발 비용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 모델이었다.


역동적인 근육질 디자인을 갖춘 티뷰론은 현대차의 디자인 실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특히 티뷰론의 모태가 된 콘셉트카 ‘HCD-1’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올해의 콘셉트카’로 선정됨과 동시에 미국의 자동차 잡지 ‘카 앤 드라이브’의 표지 모델로 뽑혔다.


스쿠프가 고성능 기술력의 시발점이라면, 티뷰론은 고성능 디자인의 시발점이라는 게 현대차 내부적 평가다.


투스카니. ⓒ현대자동차

이 두 모델에서 싹을 틔운 현대차의 고성능 기술력과 디자인은 이후 ‘투스카니’와 ‘제네시스 쿠페’로 이어진다.


2001년 9월, 티뷰론의 후속 차종이자 현대차의 세 번째 고성능 모델인 ‘투스카니’가 탄생했다.


‘GK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4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친 투스카니는 현대차가 당시까지 만든 고성능 모델 중 가장 잘 다듬어진 퍼포먼스와 디자인을 고객에게 선사했다.


‘차체 강성 강화’와 ‘주행 성능 강화’라는 GK 프로젝트의 모토답게, 투스카니는 이전 세대 고성능 모델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반영했다. 안정적인 고속주행과 뒤틀림 방지를 위한 ‘우물 정(井) 서브 프레임’, 추가적인 차체 강성을 위한 ‘스트럿 바’, 탄탄한 선회 성능을 위한 ‘전용 스포츠 서스펜션’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파격적이었던 시도는 파워트레인의 변화였다.


투스카니는 강성 강화로 인한 중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그랜저급에 장착되던 고배기량 엔진인 ‘V6 2700cc DOHC 델타 엔진’을 탑재하는 강수를 뒀다. 여기에 국산 고성능 모델 최초로 6단 수동변속기까지 탑재하면서, 투스카니는 최고출력 175마력, 최고 속도 222km/h라는 경이로운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투스카니 역시 전륜구동 플랫폼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순 없었다. 300마력 이상의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후륜구동 플랫폼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제네시스 쿠페. ⓒ현대자동차

결국 현대차는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모델 개발에 도전하게 된다. 그 결과물이 2008년 3월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쿠페’다.


‘55대 45’로 맞춰진 가장 이상적인 무게 배분, 최적의 구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동 제한 장치(LSD)’, 주행 안전성과 접지력을 위해 단단하게 설계된 ‘스프링’과 ‘댐퍼’ 등, 제네시스 쿠페는 후륜구동 고성능 모델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완벽하게 만족시켰다.


특히 ‘V6 3800cc 람다 MPi 엔진’을 탑재한 ‘제네시스 쿠페 380 GT’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6초대의 영역을 돌파한 최초의 국산 모델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만약 현대차가 후륜구동 플랫폼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투스카니와 제네시스 쿠페는 현대차의 고성능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는 N 브랜드를 향한 꿈의 시작이기도 했다.


WRC에서 질주 중인 'i20 쿠페 WRC'. ⓒ현대자동차

2012년, 현대차는 오랜 시간 동안 고성능 모델을 개발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랠리로 불리는 ‘WRC’에 도전장을 던졌다. 새로운 고성능 기술력을 개발하기 위한 훈련장으로서, WRC가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차는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놀라운 성능을 갖춘 WRC 경주차 ‘i20 쿠페 WRC’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무명이었던 현대차가 WRC에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10년 전 ‘베르나 WRC 경주차’로 우승에 도전했다가,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시즌 도중 철수했던 시련의 역사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WRC의 새로운 제왕으로 군림했다. 현대차는 2014년 독일 랠리 우승을 시작으로, 2017년, 2018년 시즌 제조사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으며, 2019년에는 제조사 부분 챔피언에 올랐다.


현대차 N브랜드 론칭 모습. ⓒ현대자동차

이에 자신감을 얻은 현대차는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운전의 재미’를 목표로 한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했다. WRC 경주차를 개발하며 얻은 노하우를 통해, 한 단계 진화한 고성능 모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첫 번째 N 모델 ‘i30 N’은 WRC 경주차에 적용됐던 고성능 기술을 집약적으로 활용해 설계됐다.


i30 N. ⓒ현대자동차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실린더 헤드 및 블록 강성 강화 기술’과 ‘실린더 헤드 개스킷 최적화 기술’로, 극한의 내구성과 폭발적인 고출력을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i30 N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2017년 9월 출시 직후 단 3개월 만에 6152대가 판매된 것이다. 특히 고성능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는 100대 한정으로 출시된 i30 N이 순식간에 완판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N 브랜드의 뛰어난 상품성을 증명했다.


코나 N. ⓒ현대자동차

i30 N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 현대차는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N 모델을 선보이며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사로잡았다. 더불어 N의 감성을 입힌 ‘N 라인’ 모델까지 추가하면서 저변 확대까지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쿠프로부터 30년, N 브랜드 출범으로부터 7년, 해외 고성능 브랜드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역사지만, 그만큼 현대차는 더 많은 땀과 노력을 쏟으며 성장해왔다”면서 “아반떼 N은 이런 여정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반떼 N은 지금껏 현대차가 만들어온 고성능 모델 가운데 가장 완벽하고 뛰어난 모델로, 이제 현대차의 고성능 헤리티지는 전 세계 그 어떤 브랜드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반떼 N.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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