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나릴야 군몽콘켓 "'랑종'은 나를 시험할 수 있었던 작품"
입력 2021.07.25 11:16
수정 2021.07.26 09:31
"나는 배우 이민호 팬"
선정적인 수위 관련해서는 충분한 인지 후 촬영
'랑종'은 '추격자', '황해', '곡성'의 나홍진이 프로듀서로 기획, 제작에 참여하고 태국의 공포영화 '셔터'를 만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해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몰고 왔던 작품이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랑종'은 69만 2589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 중이다. '랑종'은 개봉 4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청소년 관람불가 최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밍 역의 나릴야 군몽콘켓은 '랑종'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했다. 14살 때 CF 촬영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나릴야 군몽콘켓은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접하고 배우의 꿈을 향해 달려가기로 결심했다. '랑종'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오디션에 임했고 다섯 번의 테스트 끝에 주연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아직 영화 완성본을 보진 못했지만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SNS를 통해 한국 관객들의 응원의 말을 들으며 하루하루 기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저에게 값진 경험이었어요. 완성된 영화를 아직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고 촬영하면서 모니터로 봤는데 모두 기대 이상으로 표현돼 기쁜 마음입니다. 첫 작품을 나홍진 프로듀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일하게 돼 영광입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대사나 리액션 같은 건 즉흥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시퀀스마다의 가이드라인만 잡아뒀다고 밝힌 바 있다. 보통 장면의 모든 것을 계산한 후 촬영에 들어가는 작업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역시 이 방법은 최초로 시도한 것이었다. 영화가 처음이었던 그에게는 어땠을까.
"디테일한 건 없었지만 시퀀스마다 캐릭터에 대한 대화를 반종 감독님과 많이 나눴어요. 반종 감독님께서 원하는 의도와 각 장면의 상황, 밍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밍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 것이지 확실하게 숙지된 상태라 어렵지 않았어요."
그가 확신을 가지고 밍을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의도한 밍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배우"라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한 말 때문이었다.
"오디션 때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저를 캐스팅한 이유를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생각하는 밍과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밍의 모습이 방향이 같았기에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영화에서 실제처럼 보일 수 있까 고민했죠. 무속신앙, 귀신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많은 조사를 하셨고, 그 내용들을 저에게 공유해 주셨어요. 특히 신들림이나 이상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동영상을 참고 했어요. 또 제가 도시인 방콕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부러 이싼에 방문해 시골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관찰하고 연습했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태국의 사람들이 동물, 식물을 비롯해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 내레이션은 영화의 현실감을 더하는 바탕이 되어준다. 나릴야 군몽콘켓에게 태국 사람들에게 무속신앙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물었다.
"태국 사람들이 불교를 믿어요. 다만 고대부터 조상 대대로 무속신앙이 존재했다는 걸 구전으로 듣고 이해는 하고 있죠. 무속신앙을 종교로 섬기진 않지만 존재한다고는 생각해요."
그가 밍을 구현해내는데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빙의되면서 시간차로 변해가는 밍의 모습과 악령에 빙의돼 폭주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악령에 빙의돼 날뛰는 밍의 모습이 섬뜩하게 표현돼 호평을 얻었다. 영화 자체를 두고 호평은 갈리지만 나릴야 군몽콘켓의 연기에는 이견이 없다.
"악령이 들어간 밍을 표현하는데 집중했어요. 또 빙의 되기 전 발랄한 밍과 점점 변해가는 밍의 모습에 차별점도 신경 썼고요. 저는 밍이 무섭다란 감정을 느낄 시간이 없었어요.(웃음) 표현을 해내는 것이 최대 과제였거든요. 동료 배우들, 감독님과 함께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저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변화해가는 밍의 모습을 위해 영화 후반부 10kg를 감량했다. 영화 초반에는 통통 튀는 20대 여성의 모습이지만 후반에는 등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피폐한 밍의 모습이 그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초반에는 체중 4kg를 늘렸다가 후반부에 10kg를 뺐어요. 감독님을 비롯한 동료들, 전문 영양사, 심리 치료사들이 보살펴 주셔서 힘든 점은 크게 없었어요. 배우로서 워낙 연기를 사랑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다'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며 기쁘게 촬영했습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영화에서 밍이 보여주는 식인, 동물 아동 학대 등 선정적이고 잔혹한 장면들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랑종'을 본 후 불쾌하다는 반응을 쏟아내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없는 이야기가 아닌 태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개상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전에 감독님이 충분한 설명을 해주셨고 저도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진 않았습니다."
'랑종'에 엔딩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랑종'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봤을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진 않았지만 저 혼자 생각해 봤는데, 밍 육체 안에 여러 악령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점점 정신과 몸이 피폐해져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까요?"
이제 막 연기에 재미를 느낀 그는 선한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꿈꾼다. 한국의 다른 감독들과 작업해보는 것이 그의 배우로서의 바람 중 하나다.
"한국에 관심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이민호 씨의 굉장한 팬입니다. 미래에 한국 감독님과 작업할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 2년 안에 한국어를 마스터하려고 해요. 이제 시작인 입장이기 때문에 여러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습니다."